“정치인 본인의 소년급제 자녀에게는 毒”...정치인들의 자녀교육 百態
⊙ 국회의원들 미성년 자녀 상당수 해외유학, “공부 못하면 창피해서” 보내는 경우도
⊙ 보스턴 ? 뉴욕에는 정치인 자녀 유학생들의 모임까지
⊙ 수년 전까지도 대부분 부모 정치기반 상관없이 자녀는 강남에서 학교 다녀
⊙ 강남 살다 변두리 지역구로 전학시켰더니 내신 ‘쑥쑥’… 명문대 입학
⊙ 진보 교육감은 특목고 보내고 야당 정치인은 귀족학교로
權世珍 月刊朝鮮 기자
입력 2014.09.21 14:20 | 수정 2014.09.21 14:57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17일 경기도청에서 장남의 군부대 폭행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 등이 자녀 문제로 곤욕을 겪은 바 있다. 그들은 아직 어린 자녀가 ‘철없이’ 저지른 짓이라며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민심은 차가웠다.
경우는 다르지만 고승덕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도 이혼 후 자녀를 방치하고 교육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렀다.
이를 계기로 정치인들 사이에서 "소년급제(少年及第·젊은나이에 성공하는 것)는 자녀교육에 독(毒)"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떠돌았다.
자녀들이 미성년일 때 국회의원에 당선되거나 정치적으로 성공한 경우, 그 자녀들이 올바른 길을 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비교적 젊은 국회의원들이 모이면 자녀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며 돌아가면서 한숨을 쉰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인들도 부모인 만큼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 시 특혜를 추구해 논란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인에 비해 적지 않은 특권을 가진 정치인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시킬까.
미성년 자녀 상당수 해외유학 보내
정치인들은 미성년 자녀를 해외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주변에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대는데, 이 말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고를 칠 경우 정치인 부모가 곤란해진다거나, 공부를 못하면 창피하다거나, 국내에서 지나치게 대접받고 살아 버릇이 없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여당에서 다선(多選) 의원을 역임한 A 전 의원은 10여 년 전 현직 국회의원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을 미국의 명문 보딩스쿨(기숙학교)로 유학 보냈다. 그가 아들을 유학 보낸 이유에 대해 주변인들은 "아들이 어려서부터 버릇이 좀 없었는데, 아버지가 자신이 정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내보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 같은 학교에 자녀를 보냈던 한 학부모는 "미국 명문교는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기 때문에 대부분 엄마가 미국에 함께 거주하고 아버지도 일년에 두세 번 정도는 방문해 학교 행사에 참여하곤 하는데, 그 집은 엄마도 거주하지 않고 가끔 들르는 정도였고 아버지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몇 년을 같은 학교에 보냈지만 그 정치인은 딱 한 번 아버지날 행사에서 봤어요. 그 학교 아버지들은 매년 아버지날 행사에 참석하는데 그분은 한 번 왔었죠. 관심이 있어서 알았던 것이 아니고, 매년 하는 행사인데 그날은 의전요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거예요. 알고 보니 한국의 현직 국회의원이라 영사관에서 의전을 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아버지가 아들의 학교와 교육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교민들과 인사하는 데 더 집중하는 듯해서 보기좋진 않았어요. 아이도 부모의 무관심 때문인지 학교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야당 다선의원 출신인 B 전 의원은 현직 의원 당시 고등학생이던 큰아들을 미국 보스턴의 유명 사립 고등학교로 보냈다. 연 학비만 5만 달러,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연 1억원을 넘어서는 곳이다. A 전 의원의 아들은 이 사립고 졸업 후 미국 유명 사립대로 진학했다.
당시 같은 대학에 다녔던 동창생은 "그 학교는 석·박사 대학원생의 경우 장학금 수혜자가 많지만 학부생은 정말 여유있는 집 자식 아니면 다닐 수 없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며 "정치인 아버지가 그 전에 전문직이나 기업인 출신인 것도 아닌데 아들은 꽤나 여유로워 보여 의외였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가 시장후보 수락연설 중 막내아들 SNS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美 동부엔 정치인 자녀 유학생 모임도
야당의 지역구 재선의원인 C 의원도 초선의원 당시 중학생이던 딸과 아들을 중국에 유학 보냈다. 그는 선거 당시 지역구를 ‘교육1번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자기 자식은 둘 다 조기유학을 보낸 사람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느냐”며 상대후보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중국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아이들이 중국에 매료됐고 더 글로벌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보내게 된 것”이라며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해 중국 대학도 갔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 전직 국회의원 D씨는 자녀들을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보냈는데, “솔직히 국내에서 평범하게 학창생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일단 늘 비서나 기사나 도우미가 따라다니고 학교에서 교사들이 특별대우를 해 주는 등 일상생활이 특권의 연속이다 보니 아직 어린 아이들이 스포일드(spoiled·버릇없음)될 수 있을 것 같고, 솔직히 행여라도 사고를 치면 정치인으로서의 신상에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집안이나 주변에서도 모두 유학을 권했고요.”
그는 “주변 정치인들도 자식이 공부를 못하고 좋은 대학에 못 갈 것이 예상되면 창피하기도 해서 일단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동부에서 1990년대에 고등학교·대학에 걸쳐 학창생활을 보낸 한 40대 직장인은 “당시 보스턴, 뉴욕에서 유학중인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절반 이상은 재벌가 자녀 아니면 정치인 자녀였다”며 “정치인 자녀들은 여야 구별 없이 친하게 지냈고, 그들만의 모임도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가 당시 친하게 지냈던 유학생들의 정치인 부모 면면은 현재 정권 최고위층에 있는 정치인 E씨, 언론인 출신 전직 국회의원 F씨, 2000년대 대통령 최측근 실세 G씨 등이었다.
대선 주자를 자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딸을 중1 때부터 미국에 조기유학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국회 보좌관 출신 한 정치평론가는 “최근 정치인 중 상당수는 전문직이나 여유 있는 집안 출신, 또는 유학파 출신인 만큼 일반인에 비해 자녀를 일찍 유학 보내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국회의원 월급으로 자녀들을 미국 명문학교에 유학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 자녀 유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승덕 전 서울교육감 후보가 선거유세 도중 딸 이야기를 하며 울먹이다가 “딸아, 미안하다!”라고 외치고 있다.
일반高보다는 외국인학교, 特目高, 自私高로
유학을 보내지 않더라도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정치인들이 공립학교나 일반고를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외국인학교, 특목고, 자사고, 대안학교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곤 한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아들을 서울외국인학교 (SFS·Seoul Foreign School·연희동 소재)에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SFS는 연간 학비만 3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데다 국내 외국인학교 중 선호도 및 입학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필자와 인터뷰 당시 “방송기자와 당 대변인 등 바쁜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아이가 커 가는 동안 대화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목고나 자사고 등 비(非)일반고로 보낸 정치인도 적지 않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아들을 지역구 내 자율형사립고(장훈고)에 입학시키기 위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지원했고, 아들은 다자녀(3명) 특혜로 사배자 전형에 합격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본인의 자녀는 특목고(외국어고)에 보낸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차남을 경기도 김포외고에 보냈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두 아들을 모두 외고(명덕외고, 대일외고)에 보냈다.
자녀를 정식 중고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 보낸 정치인도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분기당 학비가 150만여 원에 달해 ‘귀족학교’로 불리기도 하는 이우학교에 아들을 보냈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이 학교는 최태원 SK 회장,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한때 자녀를 보냈던 곳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인들에게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정치인 본인은 지역구를 지켜야 하지만 자녀는 강남 등 학군 좋은 곳에서 교육시키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정동영 전 의원은 지역구가 전주였을 때 큰아들은 미국 유학, 둘째 아들은 서울 강남에서 초·중·고를 다니도록 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정치기반은 경기도지만 두 딸은 쭉 방배동과 목동에서 학교에 다니는 등 정치경력이 오래된 정치인일수록 정치기반과 관계없이 자녀는 강남에서 학교를 다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청문회나 선거 등에서 자녀의 위장전입 및 교육관련 별거에 대해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부모의 지역구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아니면 아예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12년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한 정치인은 “일단 출마하면 배우자나 자녀 신상은 금방 다 털리기 때문에 자녀를 전학시키든지 유학 보내든지 문제의 소지를 미리 해결하고 나서는 게 요즘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아들을 보냈던 서울의 한 외고. 정치인 자녀들은 일반고보다 특목고와 자사고 등으로 진학하는 비중이 높다.
다양한 루트로 명문대에 입학한 자녀들
정치인도 자녀를 명문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보통의 부모와 같다. 다선을 거쳐 지금은 현직에서 은퇴한 H 전 의원은 재선의원일 당시 딸이 고등학생이었다. 딸은 H 의원이 공무원으로 미국연수를 할 때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갖고 있었으나 3살 때 귀국, 한국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주변 친구들이 시민권자인 줄 전혀 모를 정도로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나 고3 때 생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자 입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명문대 외국인특례전형에 지원, 합격했다. 그의 고등학교 동창생은 “그 친구 성적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학교에 입학했기에 다들 정치인 아버지가 기부입학 등 어떤 방법을 쓴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는데, 알고 보니 외국인전형이어서 다들 황당해했다”며 “결국 아버지가 짝지어 준 전문직 남자와 결혼해 잘살더라”고 전했다.
서울의 이른바 ‘변두리’ 지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I 전 의원은 원래 20여 년간 강남에 살았던 강남 토박이였다. 그는 출마 선언 후 주소지를 옮기고 이사에 나서면서 딸에게 지역구 내 고등학교로 전학할 것을 권했다.
고등학생은 주소가 바뀌어도 거주지역이 아예 바뀌지 않는 한 전학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I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딸이 강남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게 알려지면 곤란하다”며 전학을 종용한 것. 딸은 친구가 많은 학교에서 절대 전학할 수 없다고 우겼지만 어쩔 수 없이 전학했는데, 전학 이후 묘한 변화가 생겼다. 강남의 고등학교에서 중위권에 머물며 공부에 큰 흥미가 없었던 딸이 전학한 고등학교에서는 상위권으로 진입한 것이다.
내신과 등급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고 이에 용기를 얻은 I 의원의 딸은 학업에 매진, 높은 내신과 등급을 얻어 수시전형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다. I 의원은 “딸이 예민한 시기에 강남을 떠나는 것에 대해 가족 모두가 걱정하긴 했지만 결국 좋은 결과가 나와 다들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하버드대. 미 동부지역에는 정치인 자녀 유학생들이 적지 않다.
부모 권력 믿고 ‘버릇없는’ 자식들도 많아
정치인의 자녀가 주변의 눈총을 사는 예는 적지 않다. 한 전직 총리의 아들은 매달 수백만 원의 신용카드를 쓰고 다니고 값비싼 외제차를 몰고 다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한 광역단체장의 아들이 강남의 한 백화점 앞에서 아버지에게 욕을 하는 모습을 지나가던 사람이 목격하고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중고수입차 딜러는 “중고수입차를 자주 구입하는 젊은이들 무리가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누구나 알 만한 정치인의 아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부모는 주변의 이목 때문에 국산차를 타는데 아들들은 상관없이 희귀한 수입차를 찾곤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미성년 자녀 교육에 나름 성공한 경우도 많다. 정치인의 자녀가 자력으로 명문대에 입학해 총학생회장이 되는 등 부모를 닮아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의 딸 지원씨는 2009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2010년 총학생회장직을 역임했고, 유시민 전 장관의 딸 수진씨는 201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201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됐다.
김부겸 전 의원의 딸 윤세인씨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아들 고윤씨처럼 연예계로 진출한 사례도 있다. 천정배 전 의원의 딸 천지성 판사, 안상수 전 의원의 아들 안세준 검사 등 정치인 부모의 뒤를 이어 전문직이나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수많은 정치인들이 자녀교육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작년에는 현역 국회의원의 중2 아들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자살 원인은 학교폭력과 왕따라는 설도 있었다. 부모가 권력이 있고 각종 특권을 받아도 자녀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신과 전문의 겸 자녀교육 전문가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물론 정치인 부모가 바쁘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부모가 바쁘다고 해서 아이들이 잘못 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정치)과 자녀교육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의원은 “자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같이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인인 만큼 자식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로 제대로 키워 내는 것도 중요한 의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원래 상류층이나 권력층, 엘리트 계층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자기 자식도 올바로 키우지 못하는 사람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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