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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비리 캔 아빠 직장 빼앗아… 민노총 없어져야” 중학생 아들의 분노

鶴山 徐 仁 2021. 8. 10. 17:59

“노조 비리 캔 아빠 직장 빼앗아… 민노총 없어져야” 중학생 아들의 분노

 

최훈민 기자


입력 2021.08.10 14:25

 

 

민노총 산하 노조에서 전임 간부 비리 혐의를 적발해 징계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서용호씨 등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지난달 12일 대전 유성구 원청업체 앞에서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대전에 사는 중학생 윤모(14)군은 요즘 우울하다. “퇴근길에 맛난 음식을 자주 사오던 아빠가 요즘은 늘 빈손으로 오신다”며 “사실은 먹을 게 문제가 아니고, 아빠가 불쌍하다. 웃음이 없어지고 외로워 보인다”고 했다.

 

윤군 아빠 윤선기(44)는 현대기아차 1차 벤더인 한온시스템의 물류 협력업체인 A사에 14년간 다녔지만, 지난 6월18일, 윤군 표현을 빌자면 “잘렸다”. 그날 출근한 윤씨는 ‘배차계획표’ 대신 ‘운송계약해지 통지서’를 받았다. 물류 회사와 일하는 화물기사에게 운송계약해지 통보는 해고와 같다. 다른 10년차 이상 베테랑 동료인 서용호(56)·강명복(60)·김재상(65)·박성욱(44)·이홍주(66)씨 등 5명과 함께였다. 윤군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봐도 아빠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군 아빠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고자 6명 가운데 윤씨를 제외한 5명은 올해 1월 민노총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한라지부 집행부로 선출됐다. 주변 동료들 권유로 선거에 나섰다고 했다. 박씨는 “우리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와 달리, 상급 노조의 집회 인력 동원에 대한 조합원 불만을 그대로 전달하곤 했는데, 민노총 본부에선 탐탁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과거 조합 장부를 확인하다가 전임 집행부의 회계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조합원 명절 선물 세트 구매 과정에서 지급받은 상품권을 증빙 서류 없이 사용한 흔적이었다. 서씨 등은 이전 집행부를 상대로 일주일가량의 배차정지 등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민노총이 움직였다. 노조 상급기관인 민노총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가 서씨 등을 최대 3년의 직무정지 등으로 징계, 사실상 노조 활동을 못하게 한 것이다. 서씨는 “이전 집행부 간부에게 과한 책임을 물은 게 이유라고 하더라. 정확히는 ‘노동자는 노동자를 징계할 수 없다’더라”고 했다. 집행부는 6월14일 민노총을 탈퇴, 징계 과정을 알고 있던 다른 동료와 함께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사흘 뒤, 민노총 화물연대 한라지부가 조합원을 모아 한온시스템 출입문을 봉쇄하고 A사와 계약한 화물차 출입을 막았다. 명목상 요구사항은 ‘운송료 인상’. 그러나 노조와 A사 간 최종 합의서엔 “화물연대를 탈퇴한 6명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고 2021년 6월 18일부로 배차를 중지한다”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 한순간 일자리를 잃은 6명은 한온시스템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노총 산하 노조에서 전임 간부 비리 혐의를 적발해 징계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서용호씨 등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지난달 12일 대전 유성구 한온시스템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가족들은 고통에 시달린다. 서씨의 고등학생 아들(17)은 “어두워진 집안 분위기가 익숙치 않다. 집안에 웃음이 사라졌다”며 “특히 안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은 척하는 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서군에 따르면, 아버지 서씨는 요즘 술을 많이 마신다. 서군은 “전에는 술을 거의 안 드셨는데 요즘은 집에 오셔서 소주를 마신다. 그러고 잠깐 눈만 붙이시고는 다시 농성 천막으로 가신다”고 했다.

 

서군의 부모는 맞벌이 부부였다. 요즘은 외벌이 부부가 됐다. 부친 서씨의 아내는 약국에서 약사 보조원 일을 한다. 서군은 “요즘 고된 일이 많으셔서 허리가 아프신 것 같다. 밤이면 술을 드신 뒤 파스를 이곳저곳 붙이고 주무신다. 약을 끊임없이 잔뜩 드시는데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견디다 못한 서씨 딸(23)이 최근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었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민노총을 해체해 달라”는 글이었다. 딸 서씨는 “청원글을 올리겠다했더니 다들 ‘민노총이 항상 하는 짓이라 청원글을 올려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더라”며 “찾아 보니 실제로 민노총이 이런 일을 많이 했더라”고 했다. 그는 “민노총은 너무 악질”이라며 “민주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악질이란 단어 외엔 생각 안 난다”고 했다. 윤씨 아들은 “민노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씨 등은 지난달 8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근로자의 업무수행 방식, 임금지급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보장돼야 하며 다른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이행된 해고통지는 무효라는 것이 주된 구제 신청 이유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