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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코리아] 스포츠엔 ‘불로소득’이 없다

鶴山 徐 仁 2021. 8. 1. 16:26

[터치! 코리아] 스포츠엔 ‘불로소득’이 없다

 

올림픽이 펼치는 ‘땀의 예술’은 오로지 흘린 땀방울로 평가 받아
변명과 핑계 덕지덕지 붙이고 요행과 우연 바라는 인생에 일침

 

김미리 기자


입력 2021.07.31 03:00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이 26일 일본 도쿄 지오다구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오르조브 루스탐과 겨루고 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딴 안창림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도쿄= 이태경 기자

 

 

온 국민이 불쾌지수 최고의 ‘7말 8초’를 보내고 있다. 열돔에 덮여 치솟은 수은주는 좀처럼 내려오질 않고, 대권 주자들의 이전투구 속에 세상의 데시벨은 점점 커진다. 설상가상, 변이까지 몰고 와 덩치를 키운 코로나는 달콤한 휴가를 꿈꿨던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백신 구경도 못 해보고 방구석 휴가를 보내는 소시민에겐, 말 많고 탈 많다지만 그래도 올림픽이 반갑다.

 

선수들이 빚은 ‘땀의 예술’은 시끌벅적한 바깥세상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소도(蘇塗)와도 같다. 한 대권 주자가 불 지핀 불로소득(不勞所得) 논란은 스포츠의 세계에선 성립조차 불가능한 얘기다. 몸 하나 까딱하지 않고[不勞] 거저 주어지는 결실[所得]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흘린 땀방울로 평가받는 공정한 승부의 세계에 그래서 더 빠져드는지 모르겠다.

 

125년 올림픽 역사상 첫 무관중 대회라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경기장의 ‘뉴노멀’을 학습한 지구촌 시청자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선수와 관중이 상승 작용 일으키며 뿜어내는 아드레날린이 그립긴 해도, 응원 함성이 소거된 경기 자체를 몰입해 즐기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를 겨루는 경기 장면도 짜릿하지만, 때론 격전을 치른 선수들이 땀에 절어 뱉는 말 한마디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남 탓하기 바쁜 요즘, 스물일곱의 재일교포 3세 유도 선수 안창림이 내뱉은 담백한 말이 마음의 과녁 정중앙에 꽂혔다. 32강부터 4강까지 연거푸 연장전을 치르는 사투 끝에 동메달을 따낸 뒤 안창림은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쓸어 담으면서 “이것도 인생. 다음 할 일은 다음 경기를 위해 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전의 날을 위해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최대치의 노력을 쏟았으며, 실전에서도 온 힘 탈탈 털어내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은 없노라 떳떳이 말하는 청춘. 그의 말은 변명과 핑계를 덕지덕지 붙인 채 요행과 우연을 바라며 뒷걸음질 치는 숱한 인생에 ‘지도’를 날린다. 주어진 시간 대충대충 때우려 하지 말고, 허리띠 단단히 조여 매고 세상을 메치기하겠다는 자세로 살라고 죽비로 내리치는 것만 같다.

 

온몸 부딪치며 깨달은 앎은 책상 앞 지식인의 그것보다 때로 더 단단하다. ‘탁구 신동’ 신유빈에게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했지만, 내공 가득한 모습으로 ‘소림 탁구’ 별명을 얻은 쉰여덟 살 중국계 룩셈부르크 선수 니시아리안은 ‘인생 고수’였다. 중국 대표로 1983년 도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뒤 1991년 룩셈부르크 국적을 취득해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만 다섯 번째인 백전노장. 막내 아이와 동갑인 41세 어린 선수에게 진 뒤 그는 온화한 엄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연륜의 힘을 맹신하는 이들을 향해 그는 “경험은 유용한 요소이지만 자동으로 나오진 않는다. 컴퓨터와 비슷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깔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노년을 “제한된 미래와 얼어붙은 과거를 맞이하는 상황. 모든 계획이 이미 수행되었거나 폐기되었고, 삶은 스스로 제 문을 닫는 시기”라고 한 프랑스 실존주의 사상가 보부아르보다 훨씬 진취적이지 않은가.

 

206개 나라 만여 명의 삶이 빚어내는 거대한 인생 교과서가 이제 절반쯤 채워졌다. 미사여구와 공치사, 독설이 난무하는 세상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정화할 순도 100% 담백한 인생 드라마가 후반부에도 펼쳐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