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미대사 신분 망각한 ‘선택적 동맹론’… 수준 미달 ‘코드대사’
동아일보 입력 2020-10-14 00:00수정 2020-10-14 00:00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우리는 70년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을 극도로 자랑스러워한다”며 새삼 동맹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 대사 발언은 듣기에 따라선 동맹 이탈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신중치 못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이 대사는 6월에도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고, 국무부는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응수했다.
이 대사의 ‘선택적 동맹’ 주장은 발언자의 직위를 떼어놓고 내용만 따져보면 원론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동맹은 필요에 의한 계약이고 그 기준은 국익이다. 하지만 70년 전 한국의 선택은 국익을 넘는 생존의 문제였고. 이후 눈부신 성장과 발전은 그 선택의 산물이다. 그런 동맹을 국익 관점에서 다시 따져보자는 주장이 국정감사에 임한 주미대사 입에서 나왔다. 이 발언을 상대국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것이 우리 국익에는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은 미중 간 전략경쟁이 첨예해지면서 한미동맹에도 긴장을 낳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다. 미국이 한국에 중국 포위망에 참여할 것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주재국 대사가 동맹국을 그 경쟁국과 동렬에 놓고 저울질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큰 실책이자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이 대사의 발언이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도 아닌, 오히려 임명권자를 향한 낯내기용 언사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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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은 우려스럽다. 하지만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적 외교가 쉽게 바뀔 수는 없다. 동맹에도 할 얘기는 해야 한다. 그렇다고 오해 부를 언사로 갈등을 키운다면, 그건 외교가 아니다. 나아가 주미대사직이 학자연하며 겉멋을 부리거나 코드 맞추기식 ‘국내정치’를 하는 자리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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