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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파 법조계, 30년 걸려 이 女전사를 키워냈다

鶴山 徐 仁 2020. 10. 13. 21:46

미국 보수파 법조계, 30년 걸려 이 女전사를 키워냈다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20.10.13 16:26

 

 

애미 코닛 배럿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에 대한 상원 법사위의 인준 청문회가 12일 시작했다. 배럿은 이날 모두(冒頭) 발언에서 자신은 “(진보적인) 긴즈버그 대법관의 공백을 메우려고 지명됐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배럿이 예정대로 22일 상원 인준 투표를 거쳐 대법관에 임명되면, 미 연방대법원은 50년만에 최고로 ‘보수적인’ 대법원을 구성하게 된다.

애미 코니 배럿 미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자가 12일 상원 법사위의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전체 8명(1명 공석 제외)의 대법관 중 5명이 ‘보수’ 성향이지만, 그간 논쟁적인 이슈에 대한 판결은 반드시 대법관 개인의 이념적 분류를 따르지는 않았다. 2015년의 동성(同性)간 결혼이나 지난 6월 다양한 형태의 동성애자(LGBTQ)에 대한 고용·해고 시 성(性)차별 금지 판결, 불법이민자의 자격에 대한 판결 등에서 ‘진보적’인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보수적인 배럿이 추가된 미 대법원은 단지 6대3의 수적 우세를 넘어, 1950년 이래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분석했다. 잭 벌킨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애틀랜틱 몬슬리에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지만, 미 보수파 법조계는 30년에 걸쳐 대법관 한 명을 길러냈다”며 “배럿이 추가되는 대법원은 이 30년 운동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역대 미 대법원의 판례를 분석해 나타낸 이념적 성향의 중간값(median). 푸른색으로 표시된 이 중간값은 배럿 판사가 추가되면, 지난 70년간 최고로 보수성을 띠게 된다.

 

 

◇보수파 미 법조계, 1980년대부터 미래의 연방판사 물색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공화)은 로버트 보크 대법관 후보를 밀었으나, 상원 인준에 실패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당시 상원은 법 해석을 둘러싼 보크 예일대 교수의 원전(原典)주의(originalism)와 그의 임신중절(낙태) 반대 입장에 제동을 걸었다. 1990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보수주의’의 희망을 걸고 임명한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도 이후 진보 성향으로 흘러갔다. 위기를 느낀 미 보수지식인층은 로펌과 기업, 연구소, 학계에 흩어진 최고의 자질과 보수주의 사법철학을 지닌 젊은 법학도들을 찾는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장차 연방대법관이 될 앤터닌 스캘리아 등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모든 보수적 성향 법률가들의 판례와 논문들을 면밀히 살펴서 미래의 연방판사 후보감을 찾았다.

◇예일·하버드 로스쿨 출신 아닌 배럿의 발굴

배럿은 바로 이 네트워크가 발굴한 인물이다. 배럿은 여느 연방대법관과는 달리 명문대 학부를 나오지 않았다. 또 현재 8명의 대법관은 모두 예일·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지만, 그는 인디애나주의 가톨릭계 대학인 노터데임대 로스쿨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테네시주 멤피스의 로즈 칼리지를 졸업한 배럿에게 교수들은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하라고 했지만, 가톨릭 신자인 배럿은 ‘전(全)인격체로 성장하고 교육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터데임을 택했다”고 전했다. 거기서 그는 법 해석 시 제정된 당시의 상황과 역사, 문구에 충실한 원전주의와 문언주의(textualism)에 심취했다.

미 보수주의적 법조계에서 문언주의적 법 해석의 대가로 불리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2016년 사망). 배럿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그 밑에서 로클럭을 하며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가 최우등으로 노터데임을 졸업할 당시, 미국 보수파 법조계는 백인 남성을 넘어 여성 법률가를 발굴하는데 매달리고 있었다. 배럿이 영향력 있는 컬럼비아 DC 항소법원 판사와 연방대법관 밑에서 로클럭(law clerk·재판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법률 참모였던 윌리엄 켈리가 DC 항소법원의 로런스 실버먼 판사에게 “하버드에 갔어도 최우등 학생이었을 것”이라고 배럿을 추천했고, 실버먼 항소법원 판사는 인터뷰도 없이 배럿을 채용했다. 실버먼은 나중에 친구인 연방대법관 앤터닌 스캘리아(2016년 사망)에게 로클럭으로 추천했다. 문언주의적 법 해석의 대가(大家)인 스캘리아 대법관은 후에 “배럿은 내가 겪은 최고의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배럿은 스캘리아 밑에서, 헌법과 법률의 문구와 역사, 전통, 원래의 의도와 의미를 파헤치는 보수적 법률 해석을 철저히 배웠다.

 

 

 

◇연방 사법부의 보수화에 매달린 트럼프 행정부에 발탁돼

 

트럼프 백악관의 초대 법률고문이었던 도널드 맥간은 연방 사법부를 보수 성향으로 재편성하는 일에 매달렸다. 2016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26%는 대법관 지명이 트럼프를 뽑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답했고, 트럼프는 취임 이래 200여 명의 ‘보수’ 연방 판사를 임명했다. 노터데임 학부 출신인 맥간은 동문(同門) 인맥을 통해 배럿을 주목하고, 그의 평소 논문과 발언을 면밀히 살폈다. 맥간은 2017년 모교 교수로 재직 중인 배럿을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로 강력히 추천했고, 이와는 별도로 자신의 고향 인디애나 주를 관할하는 이 법원의 판사 후보를 찾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배럿의 이름이 계속 떠올랐다.

◇"신과 공동체가 있는데, 왜 복지가 필요하지?"

배럿은 생명은 임신하는 순간 시작한다고 믿는다. 또 배럿 부부가 속한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의 가톨릭 신앙공동체인 ‘기도하는 사람들(People of Praise)’은 남편을 집안의 ‘머리’로 여기고,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하는 것으로 믿는다. 구성원 중 많은 사람이 방언을 한다. 배럿의 이 독실한 신앙은 항소법원 판사 인준 때 문제가 됐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캘리포니아 연방상원의원은 그의 가톨릭 신앙을 문제 삼으며 “종교적 원칙(dogma)가 당신 안에 크게 살아 있는 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미 헌법(6조)은 종교적 이유로 공직 후보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한다. 배럿은 또 “신(神)과 공동체를 통해 도움을 받는데, 왜 따로 복지가 필요하느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

12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배럿이 미국인 대다수로 확대한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를 무효화하리라고 예단한 것이나, 공화당 의원들이 배럿의 ‘신앙’을 보호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배럿은 낙태를 반대하면서도 “여성이 이를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또 가톨릭 교리와는 달리, 사형제도에 찬성한다.

◇미 보수주의, 30년 전쟁의 승리

작년 가을,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 맥간은 미 법조계의 원전주의·문언주의자 모임인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만찬에서 “지난 25년간 우리 견해는 주변부에서 대화의 중심부로 옮겨갔다. 이제 우리가 주류(主流)”라고 선언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법률고문이었던 C 보이든 그레이는 “대법원 내 보수파가 절대 다수가 되면 사법 원칙(doctrine)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이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형성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틱 먼슬리는 “미 보수주의자들은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올해 48세인 배럿의 종신직 대법관 임명은 트럼프의 4년 연임과는 비교할 수도 없어, 대선이 어떻게 돼든 미 보수파 법조계는 이겼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