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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위협에 대항할 수 없는 무기, 국산도 만들 필요 없다”

鶴山 徐 仁 2020. 5. 30. 19:10

“적의 위협에 대항할 수 없는 무기, 국산도 만들 필요 없다”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 2020-05-30 11:25수정 2020-05-30 11:29

 

인도의 전투기 도입 사업이 주는 교훈…안보와 방위산업, 두 마리 토끼 잡는 지혜 모아야

 

라케시 싱 바두리아 인도 공군참모총장. [GettyImages]

 

5월 15일 세계 유수 전투기 메이커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비핀 라와트 인도 국방장관이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4대로 예정했던 외국산 전투기 도입 계획을 전면 철회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라와트 장관은 “인도 공군의 노후 전투기 전력을 대체하고자 인도 기술로 자체 개발한 테자스 전투기 도입 계획을 마무리 짓고 있으며, 당초 40대 구매 계약과 별개로 83대 추가 도입을 위한 60억 달러(약 7조419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산 전투기 구매를 위한 국제 입찰 사업의 진행 경과를 묻는 질문에 “인도 공군은 그 사업을 테자스 전투기로 바꾸고 있다”며 “공군 측에서 자국산 전투기를 택하는 것이 더 좋다고 얘기하고 있으며, 국방부 입장 역시 같다”고 답했다. 인도 공군 측이 외국산 전투기보다 테자스 전투기를 더 선호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외국산 전투기 114대 구매 계획은 테자스 구매 계획으로 바뀔 것이라는 뜻이었다.

 

 

10년 가까이 끌어온 전투기 도입 사업

인도의 테자스 전투기.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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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위협에 대항할 수 없는 무기, 국산도 만들 필요 없다”


라와트 국방장관의 기자회견이 보도된 직후 인도의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던 해외 전투기 메이커들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2018년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170억 달러, 우리 돈 21조 원에 달하는 ‘대박’을 잡고자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전투기 사업은 최초 공고가 13년 전에 나온 것으로,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원래 인도는 중형 다목적 전투기(Medium Multi Role Combat Aircraft·MMRCA)라는 사업명으로 2007년 미국 F-16C/D와 F/A-18E/F, 러시아 MIG-35, 유럽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랑스 라팔, 스웨덴 JAS-39 그리펜 등을 대상으로 5년에 걸쳐 비교 평가를 했다.

당시 인도가 전투기 126대를 면허생산 형태로 도입하고자 마련한 예산은 100억 달러(약 12조3750억 원)였다. 전투기 1대에 7900만 달러 수준인데, 이 돈으로는 옵션을 많이 뺀 F-16이나 JAS-39 그리펜 정도만 직도입 형태로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인도 공군 관계자들은 이 예산으로 면허생산과 기술이전까지 요구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전투기 메이커들은 하나 둘 발을 뺐기 시작했다. 결국 인도는 ‘최저가’를 부른 프랑스 라팔을 2012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쌍발 전투기인 라팔이 미국 F-16보다 싼 가격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에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곧이어 이 ‘최저가’의 진실이 드러났다. 라팔 제조사 닷쏘는 전투기와 엔진만 포함하는 가격(flyaway cost)과 예비부품, 부수기재, 무장, 군수지원 등 전체 옵션이 포함된 가격(program cost)을 구분해 인도에 제시했는데, 믿기 어렵게도 인도 국방부 담당자들이 플라이어웨이 코스트만 보고 닷쏘를 선정한 것이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닷쏘는 인도와 세부 협상에 착수했다. 당시 라팔 전투기의 프로그램 코스트는 1억3000만~1억5000만 달러(약 1856억 원) 수준이었지만, 인도는 대당 7900만 달러에 126대를 원했고, 이 중 106대에 대해서는 인도 현지 생산은 물론 엔진, 기체, 레이더 등 전투기 제조기술 100% 이전도 요구했다. 닷쏘 입장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결국 협상은 장기화됐다. 4년간 마라톤협상 끝에 프랑스가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인도는 프로그램 코스트로 대당 1억7000만 달러, 126대와 별개로 63대를 옵션으로 걸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지만 이 협상은 불과 반년 만에 깨졌다. 인도는 최악의 사업 관리 능력과 신뢰성으로 악명이 높았던 국영 항공기 제작업체 HAL이 라팔을 면허 생산하되, 여기서 생산된 전투기의 품질 보증은 닷쏘가 하라고 요구했다. 이 황당한 요구에 격분한 닷쏘는 인도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대당 3억4000만 달러, 총액 428억 달러(약 52조9736억 원)를 지불하라고 맞받아쳤고, 결국 인도의 라팔 도입은 물거품이 되면서 프랑스와 관계도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후 인도는 2018년 라팔 전투기 36대를 83억 달러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해 프랑스와의 관계 회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10년 가까이 끌어온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인도 공군이 얻어낸 것은 36대의 라팔 전투기뿐이었다. 그러나 이 36대로는 심각한 노후화로 대체가 시급한 200여 대의 MIG-21과 재규어 전투기 전력을 대체할 수 없었고, 인도 공군은 2018년 사업 규모를 114대로 줄여 다시 한 번 외국산 전투기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인도 공군의 핵심 전력

프랑스의 쌍발 전투기 라팔. [위키피디아]



인도가 170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걸고 외국산 전투기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세계 각국 전투기 메이커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미국을 제외하면 단일 국가의 외국산 전투기 구매 기준으로 21세기 최대 규모였기 때문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F-16의 최신 개량형인 블록 70을 기반으로 성능을 대대적으로 강화한 F-21을 제안하면서 포트워스에 있는 F-16 생산라인을 인도로 이전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나왔다. 이에 질세라 보잉은 미 해군의 차세대 슈퍼 호넷인 F/A-18E/F Block III 버전에 더해 미 공군의 기대작인 F-15X 슈퍼 이글의 개량형을 제안하면서 인도가 추진하고 있던 차세대 항공모함과 관련된 기술 지원까지 약속했다.

러시아 역시 MIG-29의 최신 개량형인 MIG-35와 기술이전을, 유럽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스웨덴 JAS-39는 파격적인 절충교역 및 기술이전 조건을 제시하며 인도의 환심을 사고자 필사적으로 수주 경쟁을 벌였다.

인도 공군은 새롭게 도입하는 114대의 외국산 전투기로 노후한 MIG-21 54대와 재규어 106대를 대체해 대형전투기 Su-30MKI와 소형전투기 테자스의 중간급 기체로 운용할 계획이었다. 유력한 후보이던 F-21이나 F/A-18E/F는 인도가 기존에 보유하던 러시아제 전투기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갖춘 만큼, 파키스탄 공군력을 압도하고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는 인도 공군의 핵심 전력이 될 예정이었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보니 안팎의 반대가 심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자신의 ‘Make in India’ 정책에 어긋난다며 외국산 전투기보다 국산 전투기를 좀 더 구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해 2월 26일 인도 공군이 카슈미르 상공에서 파키스탄 공군에게 박살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외국산 전투기 도입에 부정적이던 모디 총리마저 공식석상에서 “라팔 전투기만 있었더라면”이라는 말을 꺼내며 고성능 전투기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었다.

인도 항공 기술력의 상징

미국의 F-16 전투기. [미국공군 United States Air Force 제공]



이후 차기 전투기 사업은 탄력을 받는가 싶더니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아 또 한 번 좌초 위기에 몰리게 됐다. 국방장관이 직접 나와 내수경기 활성화와 국내 항공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외국산 전투기 구매 계획 철회를 밝힌 것이다.

라와트 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 라케시 싱 바두리아 인도 공군참모총장은 인도 최대 일간지 기자를 불러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는 “국산 전투기는 외국산 전투기보다 떨어지는 성능과 신뢰성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인도 공군의 신형 전투기 114대 도입 사업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바두리아 참모총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전투 조종사 출신으로 테자스 같은 저성능 전투기가 인도 공군의 주력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1983년 테자스 개발에 착수했지만, 30여 년 만에 완성된 이 전투기는 우리나라 FA-50 수준의 경전투기에 불과했다.

표면적으로 테자스는 인도 항공 기술력의 상징으로 선전되고 있지만, 같은 엔진을 장착한 동급 기체인 그리펜에 비해 작전 반경과 체공 시간이 절반 정도 수준이고, 무장 탑재량도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 기동성이나 항공전자장비의 성능 역시 이제 막 양산에 들어간 최신 전투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이 ‘인디아 투데이’ 등 현지 언론의 평가다.

이에 인도 공군은 정부의 국산 전투기 구매 압력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모양새다. 일자리 창출과 국내 항공산업 보호, 내수 진작 같은 명분도 좋지만, 전투기라는 무기는 기본적으로 적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에 적의 위협에 대항하지 못하는 무기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 인도 공군 수뇌부가 거듭 밝혀온 입장이다.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군과 정부의 이 같은 대치 국면은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 정부 당국도 인도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안보와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4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