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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자동차 부진에 IT도 빈껍데기, 무얼 먹고 사나

鶴山 徐 仁 2019. 6. 27. 21:49

[사설] 조선·자동차 부진에 IT도 빈껍데기, 무얼 먹고 사나

조선일보

입력 2019.06.27 03:20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의 6대 IT(정보통신) 주력 제품 생산이 지난 2013~18년 5년 사이 44%나 쪼그라들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유일하게 반도체 생산만 같은 기간 120% 늘었을 뿐 TV·LCD·휴대폰·모니터·PC 등이 모두 큰 폭의 생산 감소를 기록했다. IT 산업은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하고 86만명을 고용하는 한국 경제의 주력이다.

우리는 IT 강국을 자부해왔지만 실은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허상이었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2.7%였지만 반도체 수출을 빼면 1.4%로 반 토막 난다. 10대 그룹 소속 대기업의 지난해 영업 이익률이 9.8%인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을 빼면 4.8%에 불과하다. 100원을 팔면 5원도 못 남기는 중소기업 수준 실력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얘기다.

몇 년간 초호황을 누린 반도체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6월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달 들어서도 수출 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출이 작년보다 21% 이상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에 머문다. 2.0%까지 추락할 것이란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전망도 나왔다. 반도체에만 의존한 한국 경제의 허약한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무기인 반도체가 잘못하면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단기적으로는 한국 IT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장악했던 5G 통신 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작년 5%에서 올 2분기 37%로 급등해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스마트폰 등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한국 IT는 2000년대 초반 디지털 혁명의 흐름을 타고 고속성장해왔지만 새롭게 펼쳐진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등의 추격에 부딪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중이 약간의 접점만 찾아도 반사이익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IT 산업이 접목해야 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미래 분야는 규제와 기득권의 덫에 걸려 있다. AI를 가르칠 전문가를 찾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반기업·반시장을 치닫는 정책 리스크까지 겹쳤다. 정부가 반도체 공장 정보를 공개하려던 자해극까지 벌어진다. 최대 IT 기업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이 아니라 경영자 재판이 최대 관심사라고 한다.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자 정부 는 청와대 정책라인을 교체하고 '제조업 르네상스' 구상을 내거는 등 성과 부진에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제와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련의 반기업 국정은 포기할 기미가 없다. IT 산업이 저물고 반도체 호황마저 꺼져가는데 정부는 세금 진통제만 퍼부을 뿐이다. 우리 사회 어디에 주력 산업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6/20190626040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