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2년의 늪] [9] 경제성·환경성 무시한 한국의 탈원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외국에선 경제·환경을 고려해 60~80년 사용하는 원전을 30~40년 운전하고 곧바로 폐로(廃爐)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원전 수명 연장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을 모두 태양광으로 대체한다면 140조원 넘는 비용이 더 들게 된다. 원전 전문가들은 "정비만 잘하면 더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차를 폐차(廢車)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멀쩡한 중고차 폐차하겠다는 탈원전 정책
한국수력원자력은 작년 6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선언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차 운영 허가 기간(30년)이 만료됐는데, 앞선 정부에서 70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다. 하지만 탈원전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뒤집고 지난해 폐로해 버렸다. 월성 1호기를 가동하는 것보다 폐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경제성 평가 과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7000억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는 2016년 321만MWh 전력을 생산했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 발전량(824만MWh)의 39%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다. 또 우리나라 화력발전소 중 가장 많은 미세 먼지를 내뿜는 삼천포 6호기(석탄 화력) 발전량의 84%에 달한다.
우리나라 원전 설계 수명은 대부분 40년이다. 정부 방침대로 설계 수명이 지나면 연장 없이 곧바로 폐쇄할 경우, 2020년대 10기, 2030년대 4기 등 원전이 속속 문을 닫게 된다. 반면 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는 40GW 규모(원전 1기는 보통 1GW)의 원전이 40년을 넘어 운영할 수 있도록 수명 연장 허가를 받았다. 현재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49기의 21%인 96기가 40년 넘게 운전 중이다.
◇"원전 수명 연장, 2040년에도 태양광·풍력보다 경제적"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원전·석탄·LNG 발전은 물론 태양광·풍력을 새로 짓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미국·EU·일본에서 10~20년 수명을 연장한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설비 투자, 운전 유지, 연료비 등 모든 비용을 발전량으로 균등화한 비용)은 2040년 MWh당 43달러다. 앞으로 매년 태양광·풍력 발전에 드는 비용이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40년 MWh당 50달러 이상인 태양광·풍력보다 경제적이다. 특히 일본은 2040년 신규 원전과 수명 연장 원전의 LCOE가 각각 105달러와 43달러로 태양광(130달러), 육상 풍력(150달러), 해상 풍력(125달러)보다 경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 수명 연장에 드는 비용은 원자로의 종류, 수명 연장 기간, 지역에 따라 다르다.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2012년 조사에서 원전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1GW당 한국이 5억달러로 가장 낮고, 프랑스가 11억달러로 가장 높다. 미국이 원전 88기의 수명 연장에 들인 비용은 1GW당 7억달러였다.
◇한국 원전 수명 연장 36조원, 태양광 대체하는 데 181조원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23기) 설비는 작년 말 21.85GW에 달한다. 우리나라 모든 원전 수명을 20년 연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미국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36조2644억원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대로 원전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이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한다면 181조6
186억원이 든다. 2018년 원전과 태양광의 발전량과 이용률, 태양광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해 계산한 수치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 비용이 낮아지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 비용이 증가해도 원전의 가동 기간 연장은 석탄과 가스 그 어떤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한 선택지"라면서 "안전 기준을 강화해 기존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