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대통령 사람들 핍박하는 역사… 정권 바뀔 때마다 되풀이
"전임 덕에 나라 경제 꽃피웠다" 그런 평가 받는 정권 교체 없나
2017년 2월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북기자협회가 마련한 대선 주자 초청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실 때까지 노 전 대통령, 저, 이광재 정말 샅샅이 당했다." "저와 이광재씨는 결국 이 문제로 구속됐고, 도왔던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세무조사를 당하면서 대통령 곁으로 갈 수가 없었다."
역사는 마주 보는 거울처럼 되풀이된다. MB 때 '노 사람'이 "샅샅이 당했다"고 눈물을 삼켰다면, 문 정권은 박근혜 사람들을 공중에 매달아 놓고 털었다. 그날 안희정은 "민주주의 정권 교체가 후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핍박하는 식으로 되면 정말 안 된다"고 했다.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10년 안에 벌어지고 있는,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비극적인 데칼코마니라니….
안희정은 이런 말도 했다. "한번은 하도 걱정이 돼서 봉하마을로 노 전 대통령을 찾아뵀는데, 노 전 대통령께서 '와봤자, 자네나 나나 득(得)이 될 것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씀하셔서 (눈물을 삼키며) 그냥 돌아간 적이 있다. (…) 정권이 바뀌어도 그렇게 앞의 정권을 괴롭히면 안 된다." 그는 이 대목에서 울먹였다고 한다.
최근 한 언론인이 '대통령 경제사'란 책을 냈다. 출판사는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 업적은 혼자 뚝딱 만든 것이 아니다. 전임 대통령의 노력으로 기초와 뼈대를 만들면 후임 대통령이 이를 발전시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책 목차는 이렇다. "이승만 '시장경제 씨앗 뿌리다', 박정희 '한강의 기적 일으키다', 전두환 '경제 개발 열매 맺다', 노태우 '산업화와 민주화 만나다'"…. 역사는 그렇게 흐른다. '적폐'라는 정치 보복 프레임은 문 정권의 창작품도 아니다. 문화·경제적으로 보면, '적폐'라고 쓰고 '유산'이라고 읽어야 옳다.
한국 정치의 역설은, 적폐를 청산하면서 적폐가 쌓인다는 것이다. 불교 교리인 '업(業)'을 닮았다. 전 정권이 업을 치르고 있다면, 후임 정권은 업을 쌓고 있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새 대통령'도 '전임'이다. 문 대통령도 임기 60개월 중 지금 22개월째다. 곧 반환점이 보일 것이다.
평창올림픽 유치·조직위원장을 지낸 김진선씨가 증언하듯 작년 2월 평창 대회의 개막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폐회 선언은 차기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평창에서) 우리가 굴린 작은 눈덩이가 평화의 눈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그건 아직 겉보기 평화일 뿐이고, 그 '평화의 눈사람'은 북핵을 온 지구적 숙제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스티븐 호킹은 저작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에서 "미래 세대 더 큰 제약과 위험은 인간이 여전히 혈거 시대에 갖고 있던 본능을, 그중에서도 공격적 충동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의 현재·미래 위험은 선출직 공직자가 공격적 보복 충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우리는 '이석기 사면 시위'와 '박근혜 석방 시위'가 병존하는 희한한 시공간을 관통하고 있다.
'꿈나무' 소리를 들었던 게 엊그제인데 눈 한 번 감 았다 떴더니 '퇴물'이다. 골목 어귀에서 또 다른 후임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몇 년 나의 소원을 말하라면 '북핵 폐기'와 '한국에서 모범적 정권 교체'다. 새 대통령이 취임 2년 뒤에도 "전임 대통령 덕분에 나라 경제가 피어났다"고 평가하는 정권 교체를 보고 싶다. '성공적 정권 교체'가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수천조원쯤 되지 않을까.
역사는 마주 보는 거울처럼 되풀이된다. MB 때 '노 사람'이 "샅샅이 당했다"고 눈물을 삼켰다면, 문 정권은 박근혜 사람들을 공중에 매달아 놓고 털었다. 그날 안희정은 "민주주의 정권 교체가 후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핍박하는 식으로 되면 정말 안 된다"고 했다.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10년 안에 벌어지고 있는,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비극적인 데칼코마니라니….
안희정은 이런 말도 했다. "한번은 하도 걱정이 돼서 봉하마을로 노 전 대통령을 찾아뵀는데, 노 전 대통령께서 '와봤자, 자네나 나나 득(得)이 될 것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씀하셔서 (눈물을 삼키며) 그냥 돌아간 적이 있다. (…) 정권이 바뀌어도 그렇게 앞의 정권을 괴롭히면 안 된다." 그는 이 대목에서 울먹였다고 한다.
최근 한 언론인이 '대통령 경제사'란 책을 냈다. 출판사는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 업적은 혼자 뚝딱 만든 것이 아니다. 전임 대통령의 노력으로 기초와 뼈대를 만들면 후임 대통령이 이를 발전시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책 목차는 이렇다. "이승만 '시장경제 씨앗 뿌리다', 박정희 '한강의 기적 일으키다', 전두환 '경제 개발 열매 맺다', 노태우 '산업화와 민주화 만나다'"…. 역사는 그렇게 흐른다. '적폐'라는 정치 보복 프레임은 문 정권의 창작품도 아니다. 문화·경제적으로 보면, '적폐'라고 쓰고 '유산'이라고 읽어야 옳다.
한국 정치의 역설은, 적폐를 청산하면서 적폐가 쌓인다는 것이다. 불교 교리인 '업(業)'을 닮았다. 전 정권이 업을 치르고 있다면, 후임 정권은 업을 쌓고 있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새 대통령'도 '전임'이다. 문 대통령도 임기 60개월 중 지금 22개월째다. 곧 반환점이 보일 것이다.
평창올림픽 유치·조직위원장을 지낸 김진선씨가 증언하듯 작년 2월 평창 대회의 개막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폐회 선언은 차기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평창에서) 우리가 굴린 작은 눈덩이가 평화의 눈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그건 아직 겉보기 평화일 뿐이고, 그 '평화의 눈사람'은 북핵을 온 지구적 숙제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스티븐 호킹은 저작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에서 "미래 세대 더 큰 제약과 위험은 인간이 여전히 혈거 시대에 갖고 있던 본능을, 그중에서도 공격적 충동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의 현재·미래 위험은 선출직 공직자가 공격적 보복 충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우리는 '이석기 사면 시위'와 '박근혜 석방 시위'가 병존하는 희한한 시공간을 관통하고 있다.
'꿈나무' 소리를 들었던 게 엊그제인데 눈 한 번 감 았다 떴더니 '퇴물'이다. 골목 어귀에서 또 다른 후임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몇 년 나의 소원을 말하라면 '북핵 폐기'와 '한국에서 모범적 정권 교체'다. 새 대통령이 취임 2년 뒤에도 "전임 대통령 덕분에 나라 경제가 피어났다"고 평가하는 정권 교체를 보고 싶다. '성공적 정권 교체'가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수천조원쯤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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