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제의적 비극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오페라가 추구해야 할 근본이념이며, 오페라 역사의 근원이자 궁극적인 목표'라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급진적인 테제는 19세기 오페라 작가들의 고민과 모색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감상적인 아리아와 기계적인 재주들로 가득찬 전래의 관습적 오페라는 음악과 극의 진정한 통합이라는 근대적 (혹은 근원적)인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줄 수 없었고, 낭만주의라는 시대정신에 걸맞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개념과 무한성에의 갈구는 스펙터클한 극적 장면의 결합이 더 이상 오페라의 형식법칙이 될 수 없음을 선언하였다. 당대의 위대한 오페라 작가인 주세페 베르디 또한 '음악과 극의 유기적 일치'라는 숙명적 화두를 앞에 두고 고심을 거듭하였다. 민족주의에 경도된 그의 창작 제 1기는 선동적 혈기로 가득찼으며, "리골레토",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등의 걸작을 쏟아내던 제 2기는 낭만적 멜로드라마의 공식에 충실하여, 극적 대사로 이뤄진 비합리적 격정과 가족간의 반목과 대결, 음모, 이기심 등을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돈 카를로스"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제 3기는 '베르디 드라마'를 완성한 시기로, 동시대의 바그너가 추구했던 종합예술작품 (Gesamtkunstwerk)로서의 드라마가 가진 래디컬한 개별 예술언어들 - 즉, 신화차용, 종교적 회중 (Kultgemeinde)으로서의 청중, 일상과 유리된 특별한 공간으로서의 극장론 등 - 을 받아들이는 대신, 지금껏 그가 추구해온 '인간적인 감정에 충실한' 휴먼 드라마를 완성하는데 전심전력을 다하였다. "오텔로"는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작곡과 초연 1871년 "아이다"로 '위대한 성공'을 거둔 베르디는 이 작품이 자신의 최후를 장식할 마지막 걸작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후 대문호 알레산드로 만초니를 추모하며 레퀴엠 (1874)을 작곡하기도 했지만, 이는 오페라가 아니다. 그는 산타가타의 농장에서 조용히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때 시인이자 작곡가인 아리고 보이토가 베르디를 방문한다. 그는 세익스피어의 유명희곡 "오셀로"를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어 베르디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부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와 악보출판상 줄리오 리코르디, 그리고 지휘자 프랑코 파치오가 이에 가세했다. 드디어 거장은 다시 펜을 들었다. 7년간 이어진 길고 긴 작업 끝에 1886년 11월에 전막을 완성했고, 1887년 2월 5일 프란체스코 타마뇨 (오텔로), 로밀다 판탈레오니 (데스데모나), 빅토르 모렐(이아고)과 프랑코 파치오의 지휘로 스칼라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관객은 열광했고, 노대가는 감격했다. 베르디의 "오텔로"는 종래 번호 오페라 (Number Opera)의 전통에서 완전히 탈피한 혁명적 양식을 갖고 있다. 각 막 안에서 음악들은 거의 완벽한 연속성을 갖고 있으며, 이 연속성은 멜로디의 미묘한 이행, 유연한 흐름, 관현악의 연결적 힘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특히 "오텔로"의 관현악은 성악선에서 해방되어 음악의 흐름을 하나의 형태로 만들뿐 아니라 심포닉한 전개를 펼쳐보이면서 음악과 극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바그너적인 음악극에 대한 베르디식의 답변인 "오텔로". 버나드 쇼는 베르디의 "오텔로"를 본 뒤 "오텔로는 세익스피어에 의해서 이탈리아식으로 씌여진 희곡이다"라고 말했다. 악기 편성과 등장인물 플룻 3, 오보에 2, 잉글리쉬 호른,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호른 4, 트럼펫 2, 트럼본 4, 팀파니, 큰북, 공, 심벌즈, 탐탐, 오르간, 현합주, 만돌린, 기타, 무대 위의 트럼펫 6, 트럼본 2 오텔로 (Otello): 베네치아 공화국의 장군, 무어인 (Tenor) 줄거리 때는 15세기말, 아프리카의 무어인 오텔로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장군으로서 키프로스 섬에 총독으로 파견되었다. 아내인 데스데모나는 그보다 한발 앞서 부관인 카시오의 호위로 와 있다. 제 1막: 키프로스섬의 항구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오텔로와 그의 군사들을 태운 전함이 저 멀리 보인다. 배가 항구에 도착하자, 오텔로가 터키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음을 선언한다 (아리아 'Esultate!'). 몰려든 군중들이 오텔로에게 환호를 보내고 축제를 준비한다. 한쪽에 떨어져있던 오텔로의 기수 이아고와 베네치아의 젊은 귀족 로드리고는 이 귀환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이아고는 최근 오텔로가 부관으로 진급시킨 잘생긴 카시오를 질투하고 있으며, 로드리고는 오텔로의 아내 데스데모나에 대한 희망없는 사랑을 불태우고 있다. 이아고는 카시오를 함정에 빠뜨릴 계획을 짠다. 카시오에게 술을 많이 먹여 실수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섬 주민들이 축제를 위해 광장에 모여들고,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그를 찬양하는 '불의 합창'을 부른다 (합창 'Fuoco di gioia!'). 한껏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이아고가 흉악한 목소리로 권주가 (축배의 노래 'Inaffia l'ugola! Trinca, tracanna')를 부른다. 그는 술이 약한 카시오에게 계속해서 술을 권한다. 카시오는 점점 더 술에 취하고, 전 총독 몬타노가 탑에 올라가 경계를 보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몸을 가누지 못한다. 이에 사람들이 큰 소리로 웃자, 흥분한 카시오가 싸움을 벌이려한다. 몬타노가 말리는데, 카시오가 그에게 대들어 칼로 몬타노를 찌른다. 이아고는 말리는 척하면서 종을 울려 사건을 섬 전체에 알린다. 화가 난 오텔로가 나타나 카시오의 직위를 박탈한다. 그때 데스데모나도 소란스런 소리에 잠이 깨어 등장한다. 한밤중에 홀로 남은 두 사람은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겪은 과거의 고통, 사랑이 피어나던 과정과 기쁨으로 충만했던 순간들을 회상한다 (사랑의 2중창 'Gia nella notte densa'). 제 2막: 성 안의 한 방 카시오, 데스데모나, 오텔로를 파멸시키려는 악마적인 계획을 가진 이아고는 카시오에게, 데스데모나를 만나 복직을 부탁하라고 말한다. 홀로남은 이아고는 악마같은 존재로서의 자신의 신조를 외친다.(아리아 'Credo in un Dio crudel'). 이윽고 에밀리아와 함께 데스데모나가 정원에 도착하고, 이아고는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순간에 오텔로가 나타나자 이아고는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함께 부정을 저질렀음을 암시하는 말을 오텔로에게 건넨다. 잠시 후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에게 다가와 카시오의 복직을 청하나, 오텔로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오텔로가 두통을 호소하자 데스데모나는 손수건으로 남편의 머리를 동여주려하는데 분노한 오텔로는 손수건을 땅바닥에 내팽겨쳐버리고, 에밀리아는 그 손수건을 줍는다. 연이어 오텔로 - 데스데모나 - 이아고 - 에밀리아의 4중창이 시작되는데, 데스데모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질렀을 수도 있는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오텔로는 자신의 검은 피부와 늙은 육체에서 불행의 이유를 찾으려 한다. 그 사이 이아고는 에밀리아에게서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빼앗고 이를 발설하지 말라고 위협한다. 절망에 빠진 오텔로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지난날의 영광이여 안녕' (아리아 'Ora e per sempre addio')을 노래하고, 이아고는 그에게 카시오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리아 'Era la notte'), 이는 이아고가 지어낸 것이다. 내용인즉 카시오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가 오텔로의 아내가 된 것을 저주한다는 것이다. 오텔로는 이성을 잃기 시작하고, 이아고는 카시오의 손에서 오텔로가 사랑의 첫 증표로 부인에게 선물했던 손수건을 보았다는 말을 덧붙인다. 오텔로는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복수를 다짐하고, 이아고가 오텔로에게 거짓된 충성을 맹세하는 가운데 (2중창 'Si, pel ciel'), 막이 내린다. 제 3막: 성 안의 넓은 홀 전령이 베네치아의 특사가 도착했음을 알린다. 데스데모나가 나타나 오텔로의 기분을 살피는데, 여기서부터 저 유명한 3막 2중창이 시작된다(2중창 'Dio ti giocondi, o sposo...').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손을 붙잡고서 '이 상아빛 흰 손에는 사악한 악마가 깃들여있소. 기도와 경건한 열정을 가장하고서'라고 노래하고, 데스데모나가 거듭 카시오의 사면을 부탁하자, 자신이 선물했던 손수건을 보자고 한다. 손수건을 잃어버렸다는 데스데모나에게 오텔로는 재앙이 내릴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계속해서 아내를 의심하는 오텔로에게 데스데모나는 눈물로 결백을 호소해보지만, 오텔로는 그녀를 창부라고 몰아붙이면서 쫓아낸다. 홀로남은 오텔로는 회한과 절망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처절한 독백 '신이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치욕을 내리시나이까'를 토해낸다 (아리아 'Dio mi potevi scagliar'). 이때 이아고가 나타나 카시오가 이리로 오고 있으니 숨으라고 말한다. 기둥 뒤에 숨어 둘을 지켜보던 오텔로는 카시오가 그의 진짜 연인 비안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데스데모나에 대한 이야기로 착각한다. 이제 오텔로는 더 이상 부인의 부정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데스데모나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나팔소리가 베네치아 총독 특사의 도착을 알린다. 특사 로도비코는, 총독이 오텔로를 베네치아로 소환하고 카시오를 키프로스의 새로운 총독으로 임명했다고 전한다. 그때 데스데모나가 로도비코와 같이 카시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은 오텔로는 부인을 모욕하며 바닥에 밀쳐버린다. 불행한 데스데모나가 자신의 잃어버린 행복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자,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그녀를 측은히 여기면서 오텔로를 비난한다 (Concertato 'Quell'innocente un fremito'). 광분한 오텔로는 모두를 쫓아내고 데스데모나를 저주하다가 신경발작을 일으켜 혼절한다. 이아고가 오텔로의 머리를 발로 밟으며 그를 조롱하는데 막이 내린다. 제 4막: 데스데모나의 침실 에밀리아가 데스데모나의 잠자리를 준비한다. 데스데모나는 에밀리아에게 오텔로가 침대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구슬픈 애가 '버들의 노래' (아리아 'La canzon del salice')를 부른 후에, '아베마리아' (아리아 'Ave Maria')를 낭송하고는 자리에 눕는다. 이어 오텔로는 방으로 들어오며 아내에게 "네 죄를 생각하라"면서 "내가 준 손수건을 카시오에게 주었지?", "이래도 거짓말을 하느냐?"라고 윽박지른다. 데스데모나는 진정한 고백을 하지만 이럴수록 오텔로의 분노는 더욱 심해지며 데스데모나의 간절한 부탁에도 소용없이 이윽고 그녀를 교살해버린다. 죽은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덤처럼 조용하다'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에밀리아가 들어와 카시오가 로드리고를 죽였다는 사실을 통보한다. 이때 데스데모나가 미약한 소리로 '나는 무고한 사실로 남편에게 죽는다'라는 말을 한다. 에밀리아의 외침에 카시오, 이아고, 몬타노가 등장하고 아수라장이 된 데스데모나의 침실에서 이아고의 계략이 폭로된다. 몬타노는 이아고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오텔로는 칼을 뽑아든다. '칼을 가졌다고 무서워하지 말아주오. 이제 나의 목숨은 마지막이오' (아리아 'Niun mi tema')라고 말하며, 침대로 다가가서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창백하고 소리없는 아름다운 여인. 불우한 별 아래 태어난 여자여. 지금은 깨끗하고도 차갑다'고 말한다. 오텔로는 자기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그가 최후의 힘을 다해 일어나 데스데모나에게 마지막 키스를 하는 가운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글: 황지원 (goclass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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