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평화협정 체결 추진 의사
유엔사·연합사 해체 이어질 수도
섣부른 협정에 베트남 공산화 교훈
그러나 시기와 조건이 문제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평화의 뜸’도 들이기도 전에 해버리면 설익은 밥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이 그랬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1955년부터 시작된 지루한 베트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73년 파리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미군이 철수하자 북베트남은 다시 전쟁을 개시했다. 그 결과 남베트남(월남)이 패하면서 공산화됐다. 이후 10만명의 남베트남 출신 인사들이 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처형됐고 100만명이 수용소에 보내졌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지금의 베트남으로 재탄생했다. 21세기 최대의 비극으로 꼽히는 예멘 내전도 마찬가지다. 1990년 남·북 예멘이 합의 하에 통일했으나 권력 분배와 차별로 94년 다시 전쟁이 발생했다. 예멘은 여전히 내전 상태다. 그래서 종전선언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걱정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안보시스템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종선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한반도 안보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레바퀴인 유엔사령부가 해체된다는 게 이유다. 유엔사는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발생한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지키기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로 창설됐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사는 북한의 침공을 막는 실질적인 전쟁 수행자였다. 유엔사는 또다시 전쟁이 발생하면 유엔 참전국들이 보내는 전투력을 수용하는 허브 역할을 맡도록 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엔사는 일본 요코스카의 미 7함대사령부 등 핵심 주일 미군기지를 후방지원기지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이기도 하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미연합사도 있을 명분이 없어진다. 결국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 도발에 대비한 한·미 전쟁수행체제의 와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땐 주한미군이 존속되더라도 큰 역량을 발휘할 수가 없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베트남이나 예멘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한반도에 확실한 평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극도의 신중을 기하는 게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