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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징역 합계 100년 '적폐 士禍'의 숨은 이유

鶴山 徐 仁 2018. 3. 22. 21:20

[양상훈 칼럼] 징역 합계 100년 '적폐 士禍'의 숨은 이유

  • 양상훈 주필


입력 : 2018.03.22 03:17

  

文대통령·검찰의 악연… 檢 수사권 경찰 이양 위기
사상 최대 우파 수사로 文 검찰觀 바꾸기 나선 檢
검·경 싸움 결론 안 나면 MB로 적폐 사화 안 끝날 것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검찰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궁금해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검찰은 1년 6개월여간 수사 인력을 연인원 540여 명 투입해 사실상 적폐 청산 수사 하나에만 매달려왔고 압수 수색만 200여 회를 실시했다. 구속은 60명에 육박하고 기소는 110명에 다가간다. 장·차관급만 11명이 수감돼 있다. 대통령은 곧 2명이 감옥에 있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나온 징역형을 다 합하면 87년이고 앞으로 100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11년 전 대통령 선거 때 일까지 뒤지고 구속됐다 풀려난 사람을 기어이 또 구속하려고 한다. 시중 얘기대로 조선시대 사화(士禍)를 방불케 한다.

검사들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비난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해당 판사를 향해 "지극히 비상식적"이라거나 "사안의 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인신공격적이고 모욕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영장을 기각한 것은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법률 판단을 사람들 감정에 맞춰서 하라고 판사에게 요구한 것은 거의 이성을 잃은 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의문이 들게 돼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지지도 70%의 새 정권이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검사들의 정의감, 명예심, 출세 욕구, 개인적 원한, 탄핵 이후 사회적 분위기 등이 함께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검찰 모습을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검찰의 심각한 악연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검찰의 수사를 받다 자살했으니 문 대통령 측의 검찰에 대한 원한이 어떨지는 누구든 짐작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별도로 낼 정도로 검찰 문제를 고민했다. 그 책에 문 대통령은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검찰은 단 한 번도 개혁되지 못한 채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정치적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취지로 썼다.

이런 검찰에 대한 해법으로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것은 검찰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이다. 사실상 누구나 불러 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하는 한국 검사들의 무소불위 권력은 크게 줄어든다. 어쩌면 검찰이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은 '적폐 청산'이 아니라 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현직 검사들만의 위기가 아니다. 검사는 퇴직하면 검찰의 거대한 권력이 만들어내는 법률 시장에 들어가 먹고살아야 한다. 이 시장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권 박탈을 막기 위해 먼저 문 대통령의 검찰관(觀)을 바꾸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 같다. 문 대통령 표현을 빌리면 이번에는 '노골적인 친노·친문 정치 편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 처지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처지가 바뀌면 생각도 달라진다. 이제 검찰을 부리게 된 정권 처지에서 검찰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전(前) 정권, 전전(前前) 정권을 궤멸시키자 문 대통령 측 사람들은 속으로 '검찰이 그렇게 문제 집단은 아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검찰 노력의 결과인지 우연인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넘긴다는 대선 공약은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검찰 개혁안은 검찰도 특별 수사는 할 수 있게 했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 특별 수사다. 경찰이 이런 흐름을 모를 리 없다. 경찰도 전 정권이나 야당 누군가의 조그만 꼬투리를 잡고 '우리도 적폐 수사한다'고 나서는 것은 검찰의 독주를 의식한 것이다. 경찰이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야당 소속 울산시장 측근을 압수 수색한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청장이 고 박종철 부친을 병문안하자 검찰총장이 곧바로 뒤따라 한 것도 이 경쟁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 공약 중 검찰이 두려워한 또 하나가 고위 공직자비리 수사처(공수처) 신설이었다. 요즘 검찰은 공수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이유인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공수처에 반대해 공수처 신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요구하는 영장 청구권은 개헌을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개헌안에서 영장 발부와 관련해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부분을 삭제해 경찰에 성의를 표했다. 이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검찰도 반발하지 않을 묘책이다. 남은 관건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라고 한 다. 수사 지휘권이 없어지면 검찰이 전체 형사사건 98% 이상에 대한 지휘권을 상실한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토사구팽당할 수도 있고 기사회생할 수도 있다. 경찰이 신(新)권력 집단이 될 수도 있고 일장춘몽을 꾼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든 수사권 싸움이 결론나기까지는 아무리 MB가 감옥에 가도 검·경이 벌이는 '적폐 사화(士禍)'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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