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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단추가 떨어진 워싱턴의 외투

鶴山 徐 仁 2017. 7. 17. 11:08


단추가 떨어진 워싱턴의 외투  




1784년, 미국 버지니아 의회에서 조지 워싱턴의 대리석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선정된 조각가는 당대 최고였던 프랑스의 장-앙투안 우동(Jean-Antoine Houdon· 1741~1828). 우동은 생명보험까지 들어주는 조건으로 미국에 초청되어, 워싱턴의 자택에 2주간 머물며 조각을 준비했다.

당시 워싱턴은 대통령이 되기 전이었고, 다만 독립전쟁을 마치고 퇴역한 장군으로서 시골에서 범인(凡人)의 삶을 영위하는, 법적으로는 농부일 뿐이었다. 따라서 그는 신처럼 권좌에 앉지도, 군주처럼 위압적인 말 위에서 포효하지도 않은 채, 쟁기를 바닥에 두고 지팡이를 짚고서 편히 서 있다. 당시의 인물상은 시대를 막론하고 천 하나로 몸을 감싸는 로마식 토가를 입은 것으로 표현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워싱턴은 군복을 선택했고, 그의 칼은 초대 미 연방의 열세 주(州)를 상징하는 열세 개의 막대 묶음 위에 평화롭게 매달려 있다. 이 상의 높이는 정확히 워싱턴의 신장과 같다. 압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친밀한 이 영웅의 입상(立像)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의 이상을 가장 적절히 표현했다는 찬사를 듣는다.

이 상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따로 있다. 바로 단추 하나가 떨어져 나간 그의 오른쪽 외투 깃이다. 이는 그가 이룬 업적에 비 해 의외로 느슨하고,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 소탈한 성격임을 드러내 주는 치밀한 디테일인 것이다. 워싱턴은 이후 1789년, 미국 역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장일치에 의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두 번의 임기를 마친 그는 종신 집권을 권하는 많은 이의 요구를 뿌리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때로는 단추처럼 작은 것이 한 인물의 됨됨이를 말해주기도 한다.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출처 : 경대사대 부중고1215회 동기회
글쓴이 : 여정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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