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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향기] 이병준 대표의 "결혼 20주년과 카메라 렌즈"

鶴山 徐 仁 2015. 3. 23. 18:19
결혼 20주년과 카메라 렌즈
이병준

안녕하십니까? 부부Fun더하기 이병준입니다.
두어 달 전 결혼 20주년 기념행사를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저녁은 집에서 먹고 63빌딩에서 서울 야경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20주년의 가장 큰 열매인 아이들과 함께 서울 입성 15주년을 기념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20주년이 되면 성지순례를 다녀올 계산으로 5년 전부터 적립을 하고 있었는데요.
작년에 미국 다녀오는 일정을 앞당겨 시행했습니다.
아내는 그 일을 잘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해 연말 아내가 어깨 수술을 하고 아직 회복이 채 안 되었을 때라 미국이 되었든 성지순례가 되었든 어려웠을 거란 것이었습니다.

결혼 20주년을 맞으면서 아내는 기념할 만한 무엇인가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작은 커플링을 제안합니다.
신혼기 어려웠던 시절 정말, 반지 팔아서 생활비를 마련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꽤 크게 만든 반지였고 큰 아이 돌잔치에 들어온 반지까지 합해서 일정 금액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몇 해 후에 커플링을 다시 만든 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만 잃어버려서 없으니 20주년을 기념해 반지를 작게나마 새로 만들자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저한테는 반지가 썩 그렇게 매력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제가 요구했던 것은 카메라 35mm 단렌즈였습니다.
한 때 카메라는 아내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대상이었습니다.
수입이 넉넉지 않았던 신혼 때 한 달 월급의 몇 배를 능가하는 비싼 카메라를 샀으니 아내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을 겁니다.
그 이후로 추가되는 물품에 시간까지... 그래서 아내는 한 없이 철없는 남자 데리고 산다고 마음 고생 많이 했던 겁니다.

남자들은 장난감이 필요하다
카메라는 남자들에게 장난감입니다. 자동차, 오디오 같이 값이 비싼 것들이라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죽을 때까지 그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합니다.
아내가 늘 탄복하는 게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앞서가는 자동차의 뒷모습, 야간엔 테일 램프만 보아도 차종이 무엇인지, 연식이 어떻게 되는지, 몇 번째 모델인지, 국산인지 외제인지 단박에 맞춰낸다는 것입니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자동으로 알게 됩니다. 그건 자동차가 장난감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브랜드, 렌즈의 종류를 비롯해서 용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러 알려고 아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이기 때문에 압니다.
장난감 대상은 아내가 아무리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달래 보아도 막을 수 없는 것들이죠.
이번에 구입한 카메라 렌즈 35mm는 가족들의 행사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 홀로 쓸 수 있는 용도입니다.
풍경, 인물, 음식 등등 다양한 용도를 찍을 수 있는 일명 카페 렌즈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이즈도 작고 가볍고 본체와 렌즈를 분리하면 백팩에 메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강연관계로 지방을 자주 가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제대로 된 카메라가 늘 아쉬웠습니다. 

아내의 태도에 힘을 얻는다
아내는 두말도 없이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해 주었습니다.
신혼기 같으면 몇 날 며칠을 싸우고 그 후유증으로 몇 개월의 침묵기간을 거쳤을 사안인데 결혼 20년차가 되니 흔쾌히 오케이입니다.
아마, 며칠 때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 남편의 태도를 감지했고 아무리 뜯어 말려 봤자 살 것은 꼭 사고 말기에 악역은 맡지 않겠다는 계산인지, 아니면 그만한 것을 살만한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장난감 하나 쥐어 주면 도리어 자신이 편하다는 것을 안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흔쾌히 오케이 해 준 아내가 한없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럴 때 ‘내가 아내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내는 한 없이 착한 여자가 됩니다.

남자들이 말하는 착한 여자란 자기 말을 잘 들어주고 요구를 흔쾌히 이행하는 대상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자신이 수용 받고 있을 때 그 내면에서 자발성이 생성되고 커지는 존재입니다.
아마 20주년 기념해서 아내가 뭔가를 해 달라고 요구하진 않았지만 무언가를 요구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흔쾌히 해 줄 것이라는 증표를 받아 놓은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내는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어내는 지혜로운 여자입니다. 
결혼 년차가 올라간다는 말은 서로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크기만큼 여유가 생기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는 크기만큼 행복이 커진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젊은 날, 결혼을 후회하면서 가슴을 찢었던 일조차 그저 웃음의 하나로 전환되는 것은 나이 듦의 미학이라도 할 수 있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