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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간단치 않은 '제주 귀촌'

鶴山 徐 仁 2014. 1. 19. 09:52

 

[월간조선] 간단치 않은 '제주 귀촌'

  • 임도경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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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1.17 11:31 | 수정 : 2014.01.19 05:50

    
	제주 성산일출봉. 제주도의 절경을 좋아하는 국내 외지인과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 성산일출봉. 제주도의 절경을 좋아하는 국내 외지인과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요 몇 해 제주도를 다녀 보면서, 노후를 보내기에 적당한 지역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런 판단을 갖고 요즘 단순 여행객의 입장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노후를 보낼 땅을 찾는 일로 제주도를 찾기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 그곳의 부동산 전문가를 소개받아서 여러 지역의 땅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황당한 건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평당 십만 원도 안 되던 중산간의 귤밭이 50만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한테 들은 말로는, 요즘 제주도 부동산 추세는 원주민들은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서귀포 지역의 땅을 외지인들에게 팔고 생활편의시설이 집중된 제주시로 옮기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의 행정도시가 제주시라 공항을 비롯해 모든 편의시설이 이쪽으로 쏠려 있어 일상적으로 살기엔 편하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외지인들이 살고 싶어하는 서귀포 지역에 농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보통 귤을 수확하려면 일 년에 열 번 정도 농약을 뿌려야 한단다. 농약 치고 수확할 때 일당을 주고 일할 사람을 사야 하니 웬만한 크기의 귤밭이 안 되면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고생을 하며 귤농사를 짓느니 차라리 3~5배 가까이 오른 땅을 팔아 목돈을 만들어서 도시생활을 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요즘 제주도 부동산에는 전원생활을 원하는 외지인들이 집 짓고 살기에 적당한 크기의 귤밭이 매물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좋은 자리는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는 상황이다. 대지보다는 자연녹지 비율이 훨씬 높은 제주도는 대지 이외의 땅에 집을 지을 경우 총 면적의 20%만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60평짜리 집(총 면적 기준, 2층일 경우 30평)을 지을 계획이라면 300평을 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 보니 외지인 입장에서는 땅을 구입하는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여기에 집을 지으려면 육지에서 건축자재를 갖고 와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건축물이라도 비용이 적어도 10%는 더 들어간다. 요즘 일반적인 주택 건축비가 평당 5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제주도에 60평짜리 집을 지을 생각이라면 건축비만 3억원 넘게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땅값까지 더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저렴한 귀농생활과는 거리가 먼 준비 비용이 들어간다.

    제주도에 사는 일이 이렇게 고비용의 투자가 필요하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중국에서 불어 오는 제주 부동산 투기 붐 때문이다. 요즘 제주 어느 곳을 가든 중국말이 제주도 말만큼 일상적으로 귀에 들어온다.

    성산일출봉 옆의 섭지코지에 갔을 때는 ‘올 인’이라는 드라마 촬영지 옆의 엄청난 별장단지를 보고 놀랐다. 한 채에 15억~20억원 정도 하는 고급 별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는데, 모두 중국 사람들이 지어서 자국인들에게 판매하는 물건이라고 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단지인 중문단지 속에도 중국 자본으로 신축 중인 대형 건물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제주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의 규모가 커지면서 하와이의 90%를 일본 사람이 소유하고 있듯이 제주 땅의 상당 부분이 중국 사람들 손에 넘어간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중국인 소유 토지는 9개 투자 업체의 대규모 관광지 사업장만 180만9000m²이다. 제주도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 기업 14개 중 절반 이상이다. 투자사업 규모는 모두 3조349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투자사업비 5조6782억원의 53.5% 규모이다. 또 이 투자 사업이 바닷가에 비해 가격이 싼 한라산 중산간 일대에 집중되면서 난개발과 환경파괴 논란도 뜨겁다.

    이런 외국 자본 투자유치에 대한 제주도의 대응태세도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투자한다고 나선 외국기업에 대규모 토지를 헐값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부동산 투기가 될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정부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허락한 인천, 여수, 강원 지역과 함께 외국인이 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하면 체류 비자를 발급해 주고, 5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을 주는 지역이라 중국 부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 바람과 외지인들의 제주도 선호 바람이 맞물리며 제주도 땅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살 터전을 옮기는 일에 집짓는 비용만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 요즘 나온 매물 중에는 제주도가 좋아서 집 짓고 들어왔다가 너무 무료해서 다시 떠나려는 사람들의 집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제주행을 결정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일상적 생활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듯하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제주 토박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외지인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제주에는 아직도 골품제도가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성골, 뭍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은 진골, 외지인은 천민이라는 말이다. 이래서 여행객으로 다닐 때는 모르지만 거주가 시작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2014년 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