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언제든 재발… 고혈압·당뇨처럼 평생 관리
- 서울대병원 피부과 김규한 교수: 아토피 피부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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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처럼 폭염과 폭우가 기승을 부리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몸살을 앓는다. 보통 아토피 피부염은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심해진다고 알려졌지만 요즘처럼 자외선이 강한 날씨에도 악화된다. 체온이 상승해 과도하게 땀이 분비되면서 면역체계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성인이 돼서도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 돌 전후에 증상이 심해지다가 나이가 들면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환경오염으로 성인 아토피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피부과학회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해 인구의 5~15%에서 나타난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서울대병원 피부과 김규한(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사진) 교수에게 들어봤다.
-아토피 피부염이 뭐고 증상이 어떤가.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습진의 일종이다.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재발이 반복된다.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진물이 나거나 비늘 같은 각질이 생긴다. 만 2세 전에는 주로 얼굴에 생기지만 나이가 들면서 팔꿈치와 무릎 안쪽, 발목, 목이나 귓불 같이 살이 접히는 부위로 이동한다. 증상이 반복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주름이 생긴다. 가려워서 온몸을 긁다가 살갗이 까지고 진물이 나서 세균에 감염되면 통증까지 생긴다.”
-왜 생기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아토피 피부염이 있으면 자식이 유전될 확률은 55% 이상이다. 부모 둘 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80~90% 확률로 유전된다. 환경오염과 일부 식품은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부채질한다. 카펫·벽지 등에 있는 포름알데히드·벤젠·곰팡이·세균 등이 피부염을 악화시킨다. 특히 최근엔 자동차 배기가스도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배기가스가 데워지면 유해물질이 만들어지고, 이 물질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외에 계란이나 우유, 밀가루처럼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식품도 있다.”
-불치병이라던데 치료법이 있나. “어렸을 때의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바르는 것이다. 얼굴에는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사용하고, 손이나 발 등 피부가 두꺼운 곳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스테로이드를 바른다. 증상이 심할 때는 스테로이드를 먹는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전신의 30% 이상에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복용한다. 최근엔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지 않은 면역조절제 등의 치료법도 있다. 약물 치료와 함께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환경과 식품,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생활 개선 치료가 필요하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있다던데.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약물 치료를 끊고 민간요법에 기대는 사람이 많다. 스테로이드가 피부를 얇게 하고, 여드름과 비만을 유발한다고 알려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는 데 스테로이드만 한 게 없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게 아니라 바르는 경우에는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시적으로 부작용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피해야 할 음식이 있나.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식품들이 있다. 계란·우유·밀·두유·메밀·토마토·닭·돼지·인스턴트 식품 등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식품으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무턱대고 이들 식품을 제한하면 영양 결핍과 발육 장애가 올 수 있다. 특히 12개월 이하 영아는 단기간의 영양 부족에도 빈혈이나 구루병 등의 성장 장애가 올 수 있다. 무조건 끊지 말고 대체 식품을 찾아보길 권한다. 예컨대 우유 알레르기가 심하다면 단백질이 분해된 완전가수분해우유나 아미노산 분유를 먹인다.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와 피부시험 검사, 식품유발검사를 받는 것도 추천한다.”
-아토피를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은.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샤워를 할 때는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씻고, 샤워 후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로션을 바른다. 비누는 알칼리성 비누보다는 약한 중성 비누를 골라 쓴다. 사우나는 피부를 건조시키기 때문에 피한다. 목욕 뒤에 물기를 닦을 때는 수건으로 피부를 부드럽게 눌러서 말린다. 세탁 뒤에 세제가 옷에 남지 않도록 여러 번 헹구고 모직이나 나일론 같은 소재보다는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다.”
-실내 환경은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한다. 가구와 벽지·마감재·냉난방 기구·조리 기구에서 오염물질이 끊임없이 나온다.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가구라도 오염물질이 있다. 화장실 세면대의 누런 곰팡이와 카펫·담요·침대 매트·소파에 살고 있는 진드기도 없앤다. 돌 침대나 나무침대, 가죽이나 인조가죽 소파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애완동물도 진드기의 먹이인 비듬을 쏟아내기 때문에 되도록 키우지 말아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한다고 시골로 내려가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꽃가루 알레르기 등으로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출처 :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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