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합원 들러리 세우고 정치판 잇속 챙기는 노동 權力들
입력 : 2012.03.06 22:34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작년 12월 민주통합당에 들어가 최고위원이 됐다. 한국노총 위원장직을 가진 채 정당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랬던 이 위원장이 지난 4일 "창당과 통합 정신이 공천에서 사문화되고 있다"며 민주당과의 정책 연대를 파기할 뜻을 슬쩍 비쳤다. 한국노총이 지역구 6석, 비례 2석의 지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라고 한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파(政派)와 손을 잡을 수는 있다. 미국의 산별노조총연맹(AFL-CIO)도 민주당과 정책 협력을 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선거운동에도 참여하며 지지표를 몰아준다. 그러나 전·현직 노조 간부가 국회의원 선거철에 노조원들의 입당 원서를 모아 흔들면서 입당 쇼를 벌이거나 공천 배분이 틀어지면 탈당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일은 좀체 없다.
민주노총은 2000년 민노당 창당 때부터 민노당을 지지해왔다. 그런 민주노총의 전 위원장이 민노당을 이어받은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에 들어가면서 자기를 위원장으로 뽑아주었던 58만 노조원의 뜻을 물었다는 소문은 없다. 한국노총은 1997년 대선 때는 민주당과 정책 연합을, 2007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과 정책 협약을 맺었다. 이기는 쪽을 잘 골라잡았다. 그러나 한국노총 고위층이 낙하산으로 무슨 자리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한국노총 조직원들에게 무슨 이익이 돌아갔다는 말은 없다. 73만 조합원은 핫바지처럼 들러리만 선 셈이다.
우리 대형 노조들의 고질병은 근로자 전체의 권익보다 노조 간부의 정치적 위상(位相)을 높이기 위한 정치투쟁에 골몰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화된 노조 고위층은 이라크 파병·미국 쇠고기·4대강·제주해군기지 등을 자기들이 마이크 잡는 정치 무대로 삼아왔다.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고 권용목씨는 2009년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란 책에서 "노조 간부들은 안전화·작업복 같은 물품을 입찰하거나 검수할 때 업체로부터 상납받는 게 관행이고, 협력업체 사무실을 방문해 뒷돈도 받곤 한다"고 노동 권력의 부패를 폭로했다.
지난해 우리 노조 조직률은 9.8%로 정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7년 이래 가장 낮았다. 지금처럼 나가면 언젠가 노조엔 노조 감투를 차지하겠다는 사람들만 남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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