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후 조/ 김남조

鶴山 徐 仁 2011. 11. 21. 01:35


후 조
                         -김남조_
당신을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삶의 백가지 가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벌이여 
이 타는 듯한 갈망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 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