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진노 역시 혐오스러운 것인데도
죄지은 사람들은 이것을 가지고 있다.”
길을 가다보면 운전하다가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함부로 버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자기 차가 더러워지니까 밖으로 버리는 것이지요.
이렇듯이 우리는 오물을 내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을 싫어합니다.
악취를 풍기는 오물이면 더더욱 싫어합니다.
그런데 오물은 가지고 있는 것을 싫어하고
그래서 잘 버리면서도
분노는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곤 합니다.
제가 자주 하는 얘기지만
화는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이미 화가 났으면 빨리 풀어야 합니다.
화를 오래 가지고 있거나
그저 누르기만 하면 화병이 됩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서 풀거나,
화나게 한 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이 싫으면
돌멩이를 걷어차든지 샌드백을 두들기든지,
노래방에서 노래를 신나게 부르던지 상담을 하든지,
하여튼 무엇을 해서건 풀어야 합니다.
“복수하는 자는 주님의 복수를 만나리라.”
복수하려는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수하려는 마음이 애초에 들지 않았으면 오죽 좋겠습니까만
그런 마음이 들게 되면 빨리 그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이것은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나에게 해롭습니다.
분노가 오물 정도라면 복수심은 칼입니다.
나에게 해를 입히고 상처를 준 사람을 해코지하려고
복수의 칼날을 내 주머니 안에 가지고 있고 벼리고 있는 것이니
그를 찌르기 앞서 나를 수없이 상처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여라.”
용서란 내 마음 안에서 복수의 칼을 빼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수를 안 하게 되면 그에게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좋은 것입니다.
내 안의 상처는
그에게 앙갚음함으로써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치유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니
내 안의 상처는 내 안에서 치유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움, 분노, 복수심은 상처를 더욱 덧낼 뿐이고
그런 마음을 지니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앙갚음까지 하게 되면
그를 향하던 칼이 자신을 향함으로서
치명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복수심은 그를 향하지만
죄책감은 나를 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기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 어떤 이유도 따지지 말고
그 어떤 조건도 달지 말고
오직 그 사랑 때문에 용서해야 합니다.
자기를 해치면서까지
남을 미워하고 복수해야 할 이유가 뭐 있습니까?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것일 뿐입니다.
요즘 뉴스에 남을 죽이고 자살하는 것이 다 이런 거지요.
그러므로 정말로 자기를 사랑하는 위대한 사랑은
사랑의 그 이유만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용서하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 외에는
용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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