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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낭만의 강변열차, 그 종착역을 향해

鶴山 徐 仁 2010. 12. 9. 19:43

 

 

 

오는 12월 21일 예정인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까지 불과 보름도 채 안남았습니다.

기본설계 후 13년, 착공한 지 11년이라는 오랜 기간 끝에 이루어진 대공사입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새로 도입된 경춘선용 전동차가 한창 시운전 중이고 주변 역세권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기존의 경춘선보다 소요시간 면에서 크게 단축되니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랜 숙원사업의 해결이며 주말이면 도로정체에 고통받던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큰 즐거움이 될 전망입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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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1939년 개통 이래 7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서울과 춘천을 오가던 옛 경춘선이 사라진다는데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다.


수도권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번 타본 것이 경춘선 열차인지라 그 친밀함만큼 새로 놓이는 전철에 이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습니다.


청량리를 떠나 구불구불한 단선철도를 느릿느릿 달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을 지나는 북한강변 아름다운 기찻길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 됩니다.


대학생들의 MT는 말할 것도 없고 홀로 떠나는 청춘들의 부담없는 기차여행 코스로 늘 경춘선은 1순위로 꼽혀 왔습니다


이제 보름 후면 빛바랜 사진 속 추억으로만 남게 될 청량리발 남춘천행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를 따라가 봅니다.


청량리역에서 시간당 한편 꼴로 출발하는데 오는 12월 20일 밤 10시 3분 남춘천행 막차, 10시 49분 청량리도착 막차를 끝으로 이 열차도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새로 생기는 경춘선 전철은 중앙선의 중랑-망우역 사이의 신상봉역에서 출발하니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무궁화호를 보는 매 순간조차도 이미 추억이 되어갑니다.


▶ 서울시내 마지막 간이역 화랑대역


기차는 성북역을 지나 본격적으로 경춘선에 들어섭니다.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바로 성북-퇴계원 사이의 화랑대역입니다.


새로 생기는 전철은 중앙선의 망우역에서 분기해 곧바로 퇴계원으로 향하기 때문에 이곳 성북에서 퇴계원에 이르는 구간에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기 때문이입니다.

화랑대역을 지나는 기찻길은 육군사관학교와 태릉이라는 보호시설과 인접해 서울시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집니다.


화랑대역 또한 오래된 옛건물을 간직해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으로 불리면서 폐지될 날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복선전철이 개통되어도 화랑대역은 문화재로 보존되고 지금의 철길은 시민공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라지만 더 이상 경춘선 기차가 오가는 풍경은 볼 수 없게 됩니다.

 


화랑대를 지나 숲길을 달리는 경춘선 무궁화호


이미 화랑대역에서는 근 1년여 전부터 간이역 추억남기기 행사가 한창입니다.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가볍게 방문해 기념사진 몇장 남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고객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니 더 늦기 전에 화랑대역에 가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 신구의 교차

화랑대역을 지나 서울시 경계를 빠져나오면 새로 놓이는 고가의 전철선로와 만나게 됩니다.

퇴계원역에 이르기 직전 이미 부분개통된 복선전철 선로로 들어서 청평까지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그동안 경춘선 무궁화호는 워낙 선로가 노후화된데다 단선이라 마주 오는 열차를 서로 기다렸다가 비켜가야 했기 때문에 청량리-춘천간 소요시간이 두시간이 넘었습니다.

시간 여유있는 여행객들에게는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넉넉한 시간이지만 바쁜 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걸림돌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새로 놓인 복선전철과 옛 경춘선 철길 - 경춘선 복선전철은 지금의 구불구불한 길을 곧게 펴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새로 놓이는 복선전철의 핵심은 속도향상을 통한 소요시간의 단축입니다.

경부고속철도가 그랬듯 경춘선 복선전철도 곡선을 펴기 위해 교량과 터널이 줄곧 이어집니다.
특히 대성리-청평에 이르는, 경춘선이 처음으로 북한강과 만나는 구간도 대부분이 산속 터널로 관통되었습니다.
이미 북한강의 수려한 풍경, 여행의 낭만은 사라진 채 암흑의 터널로 이어집니다.

지금도 주말이면 MT온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대성리역, 청평역도 어느새 세련된 전철역으로 바뀌어 있으니 옛 경춘선도 추억이 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 전설의 시작 가평역


청평역을 출발한 기차는 다시 옛 선로로 들어서 가평으로 향합니다.

북한강과도 잠시 멀어져 산골짜기를 비집고 들어선 구불구불한 철길을 달립니다.

기차도 눈에 띄게 느려지지만 나란히 가는 경춘국도의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비웃듯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청평에서 가평으로 기차는 구비구비 언덕을 넘는다 (2010년 1월 촬영)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의 관문으로 유명한 가평역에 멈춤니다.

지금은 가평읍내 한복판에 정거장이 있지만 새로 생기는 가평전철역은 남이섬 방향으로 시가지를 벗어난 외곽지역에 놓입니다.

남이섬 관광객들에게는 좀더 편리해질지 몰라도 주민들에게는 반대로 불편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크게 거부하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속도와 편리함, 전철개통으로 따르는 재산가치의 향상이 모든 것을 압도할 뿐입니다.

▶ 아름다운 북한강
- 경강, 백양리, 강촌역


가평역에서 춘천시 초입에 이르는 김유정역까지는 온전히 옛 선로를 달립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여전히 경춘선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고 복선전철이 개통되는 순간까지 경춘선 본래의 모습을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강을 건너다


가평시가지를 벗어나자마자 북한강을 건너 강촌역을 지날 때까지 기차는 줄곧 북한강과 나린히 갑니다.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서도 보기 드문 강변 기찻길이자 경춘선 전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입니다.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 유명한 경강역을 지나 승강장 한복판에 작은 역이 놓인 간이역 백양리역을 지나면 대한민국 MT의 메카라고 불리는 강촌역입니다.


강변 절벽에 역이 놓여 낙석예방용으로 만든 피암터널이 곧 기차역이 된 특이한 장소입니다.


주말이면 서울시내 대학가 못지 않게 젊은이들로 붐비는 낭만의 공간인만큼 강촌역의 벽은 그래피티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본래는 여행객들이 하도 벽면에 낙서를 많이 해 금지시키던 것을 발상을 바꾸어 문화의 일부로 인정, 아예 벽화로 꾸미기에
이른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구간임에도 새로 놓이는 경춘선 복선전철은 백양리역에서만 잠시 강변으로 나올 뿐 줄곧 산속을 헤매게 되어 있습니다.


경강역도 산속으로, 강촌역도 "산촌에 놓인 강촌역"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풍경이 아름다워 강원도에서 이 구간을 레일바이크나 관광열차운행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지만 아무래도 직접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와 내리던 감흥만큼은 못할 것입니다.


▶ 드라마와 문학의 역 - 김유정역


강촌을 지나면 경춘선 열차는 북한강과도 멀어지고 어느새 춘천시내를 목전에 두게 됩니다.


춘천시 외곽에 자리잡은 한적한 간이역 김유정역은 원래 ‘신남역’이었지만 [봄봄], [동백꽃]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유정 선생의 생가가 인접해 있어 2004년 역명을 바꾸었습니다.


한국철도 최초로 사람이름을 딴 역명인데 바로 앞에 [김유정 문학촌]이 자리잡고 있어 그 이름에 손색이 없습니다.


역 자체는 90년대 말 MBC드라마 [간이역]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해 가히 드라마, 문학의 역이라고도 할만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다시 복선전철 선로와 만남니다.


새로 지어진 전철역은 다른 역들과는 달리 한옥형태입니다.


일제강점기 양식인 뾰족지붕의 현재 역사와 더불어 묘한 대조를 이루는 곳이기도 합니다.


김유정역을 지나면 곧 춘천시내입니다.


현재 종착역으로 쓰이는 남춘천역에서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는 다시 청량리로 돌아가지만 새로 놓이는 전철은 춘천역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흔한 표현이지만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청량리에서 꼬박 두시간 넘게 달려 오던 곳이 서울시내 지하철과 똑같이 생긴 전철을 타고 1시간 19분이면 올 수 있게 됩니다.


급행전철은 1시간 10분, 그리고 내년에 도입될 예정이라는 좌석형 2층전동차는 시속 150km로 달려 용산에서 춘천까지 1시간대에 이어줄 예정입니다.


마냥 멀게만 느껴지던 강원도 춘천도 수도권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동시에 70년 넘게 함께 했던 낭만철도, 강변철도 경춘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기차여행의 설레임도, 아름다운 북한강의 창밖 풍경도, 떠들썩한 대학생들의 패기도, 객차 한칸을 점령해 통기타를 치며 목청껏 노래부르던 시절도 모두 추억 한켠에만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속도와 풍경을 바꾸고 이동을 위해 여행을 포기하는 우리 시대 전형적인 양자택일 풍조입니다.


추억과 낭만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속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급변하는 경쟁사회에서 속도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니 기록을 남기는 것도, 추억을 간직하는 것도 온전히 개인의 몫이겠습니다.


경춘선 낭만열차의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블로그 >

출처 : 경대사대 부중고1215회 동기회
글쓴이 : 여정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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