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한국은 여전히 낯선 나라

鶴山 徐 仁 2010. 10. 29. 10:40
이하원 워싱턴 특파원

2002년 7월의 일이다. 미국 보스턴의 한 대학원에 파견된 기자는 학교측으로부터 명찰을 받았다. 약 200명의 입학 동기들과 함께 가슴에 차고 다닐 이름표였다. 거기엔 기자의 영문 이름과 함께 'South Korea'가 적혀 있었다. 당장 교무과를 찾아갔다. 담당 직원에게 "왜 명찰에 한국의 정식 국호(國號)를 쓰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이 직원은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Republic of Korea'가 쓰인 명찰을 다시 만들어줬다.

기자의 희망대로 대한민국의 영문 국호가 쓰인 명찰을 단 후, 미국 동기들로부터 잇달아 같은 질문을 받았다. "남에서 왔느냐, 북에서 왔느냐." 이틀 뒤, 기자는 다시 교무과로 향했다. 이번에는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국가 이름을 원래 학교측에서 표기한 'South Korea'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거나, 남북한을 혼동하는 미국인들을 수도 없이 만나고 있다. 오지(奧地)가 많은 미국의 중·서부지역뿐만 아니라 워싱턴 D.C. 내에서도 그렇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도 "남이냐, 북이냐"를 묻는다. "여기에 북한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화를 내보았자 소용이 없다.

미 의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는 재미교포 2세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났을 때 한숨을 쉬었다. "내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고는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을 때에 신경질이 나요. 의회에서조차 한국과 관련이 없는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한국을 너무 모릅니다."

북한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시작한 후, 미디어를 통해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이 미국에 알려졌다. 미국의 언론매체가 중요하게 다루는 'KOREA' 기사는 70% 이상이 북한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의 경이로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미국 국민은 한국을 잘 모른다.

미국의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한·미관계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는 응답이 40%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만이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답했다. 한국은 미국의 교역국가 순위에서 7번째로 큰 나라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10대 교역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답변이 71%였다. 조사대상 미국인의 4분의 1은 '한국이 미국의 20대 교역국가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론조사를 근거로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의 보고서는 이런 우려를 내놓았다. "미국인들이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현상은 한·미동맹의 잠재적인 취약성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의 활약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여전히 미지(未知)의 나라다. 한·미 FTA가 3년 넘게 미 행정부의 서랍에 처박혀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현상이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전략을 만들어 시행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떤 벽을 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지만 이것으로 세계인이 한국을 제대로 알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많은 고민과 전략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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