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장년(老壯年)층 사이에서 ‘노년 십계(十戒)’라는 10가지 삶의 자세를 다짐하는 재담이 떠돌았습니다. 평범하면서도 약간은 짜 만든 듯한 계율이지만 새해에도 노장년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서 한 번쯤 새겨볼 만한 처세의 도(道) 같아 지난해의 10대 뉴스와 함께 되짚어 봅니다.
첫 번째 일(一), ‘일일이 다 알려고 하지 말라.’
세상 시비와 갈등은 서로 남의 영역과 속을 일일이 캐내서 알려고 드는 데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때로 상대의 잘못은 덮어주고 감싸주는 여유와 아량이 세상을 편하고 평화스럽게 해줍니다. 세상일엔 서로서로 존중해줘야 할 나름대로의 다른 생각과 영역이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 정치세계도 일일이 캐려들고,
이(二), ‘이것저것 너무 따지지 말고 살아라.’는 두 번째 계율처럼 사사건건 따지는 데 집착하다 보면 없던 시비가 들끓고 작은 다툼은 더 큰 다툼이 돼 불행한 뉴스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삼(三), ‘삼삼오오 짝지어 친구들과 잘 어울려라.’
좋은 친구들과의 어울림은 고독한 노후의 낙(樂)입니다. 그러나 문득 돌아보면 우리는 거꾸로 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회합의 우의(友誼) 대신 패거리 지어 다투는 붕당(朋黨)정치와 고립주의 같은 집단 이기를 경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四), ‘사생결단하듯 살지 말라.’
물질이든 정치 이념이든 사생결단하듯 살지 말라는 네 번째 계율은 중국 위구르 자치구 유혈폭동이나 강호순 사건, 4대강 다툼 같은 뉴스들이 잘 말해 줍니다. 속도전(速度戰)과 물질적 계량(計量)주의에 몰입된 사생결단보다는 쉼표 하나쯤 찍고 쉬어 가는 삶, 그것이 새해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길일 것입니다.
오(五), ‘오기 부리지 말라.’
공연한 원한을 만들어 자초한 테러 불안에 발도 못 뻗고 자면서, 애꿎은 지구촌 여행객들만 고통 주는 강대국의 복수심과 오기 부리기 같은 것도 평화를 위한 정의가 아닙니다.
육(六), ‘육체적인 활동을 많이 하라.’
운동을 통해 건강을 지키자는 경구(警句)뿐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손잡고 어루만지는 스킨십 을 통하면 소통과 신뢰가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용산, 세종시가 다 그렇습니다.
칠(七), ‘70%에 만족하라.’
노장년에 이르러서도 100%를 다 채우려고 매달려 생명의 기를 태우고 소모하는 어리석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적당한 때와 처지가 되면 팔자려니 여기고 멈출 줄도 아는 여유를 말한
팔(八), ‘팔자소관도 인정하며 살아라.’는 계율과도 상통합니다.
권력도 맛보고 재물도 가져보고 그리고 또 다음 것마저 더 누리려 하다 보면 불행이 옵니다. 10대 뉴스가 된 전직 대통령의 비극은 새삼 여덟 번째 계율을 생각하게 합니다.
구(九), ‘구질구질한 것은 다 버려라.’
사랑과 화해 평화만 남기고 다 버린 채 ‘밥이 되고 싶다’ 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이 바로 새해 우리 삶의 멘토요 계(戒)입니다.
십(十), ‘10%는 베풀고 살아라.’
물질도 마음도 베풀어져야 비로소 풍요가 되고 사랑이 됩니다. 노벨상에 국장의 영광을 받고도 끝내 쌓았던 걸 베풀고 떠났다는 기억이 없는 어느 대통령의 이야기 역시 마지막 십계를 곱씹게 합니다.
따져보면 요란했던 10대 뉴스들의 대부분은 평범한 ‘노년 10계’ 하나 제대로 못 지키고 살아온 데서 비롯됐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새해엔 노년 10계의 삶으로 아름다운 10대 뉴스들만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매일신문 金 廷 吉 명예주필(고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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