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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 등 6개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 2906억원에 이르렀다. 직원 수가 총 8만 988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순익은 1594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순익(6385만원)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기업 2731만원, 우리·외환·신한은 각 2000만원대, 국민은행은 1500만원대였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13 52억원 적자를 기록해 1인당 1313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해당 은행들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3577만원으로 1인당 순익의 배를 웃돌았다.
은행원들이 상반기에 급여 등으로 평균 3500만원 이상을 받고도 절반 수준의 순익조차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는 상반기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대규모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쌓아야 했고, 낮은 기준금리로 인해 제대로 된 이자이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년 간 효자노릇을 해오던 펀드 판매수수료가 증시 하락으로 줄어든 것도 은행원들의 생산성을 끌어내렸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 대한 임금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공기업들이 신입직원 초임을 삭감하고, 임원들도 자진 삭감 내지 반납한 만큼 은행권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은행 “한국만 수익성 하락하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정도의 경영내용이라면 하반기 들어 시중은행들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하반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상장기업에서만 부실대출이 1360억원 늘고, 2%포인트 오르면 1530억원으로 늘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익(예대마진)만으로는 덩치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고, 이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 삭감 등 스스로에게 메스를 들이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시각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노사협의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동안 은행권이 지나치게 고임금체계를 유지한 데다 실적 부진 질책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 압력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올 상반기 실적을 좋게 포장한 정황도 일부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연말 부실채권비율 1%를 목표로 제시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여부 확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은행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이 전반적으로 높고 사회적 책임에 둔감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이겠지만 금융위기 상황에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라면서 “금융 인재를 키우기 위해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