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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긴 터널 뒤 빛이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鶴山 徐 仁 2009. 3. 9. 16:46

 
 원문출처 : "긴 터널 뒤 빛이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09/2009030900031.html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3.09 03:44

▲ 지난달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대니 보일 감독과 영화 원작소설《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들고 있는 비카스 스와루프(사진 오른쪽)./문학동네 제공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 사는 청년이 퀴즈쇼에서 우승한 뒤 벌어지는 일대 소동을 그린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올해 골든 글로브 4개 부문과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잇달아 석권하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던 지난달 24일, 시상식장에서 트로피를 받은 대니 보일 감독은 인도인 신사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영화 원작소설의 작가이자 인도 외교관인 비카스 스와루프(Swarup·46)였다. 2005년 발표된 소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는 삶을 통해 배운 살아 있는 지혜의 힘을 감동적으로 서사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책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작가 스와루프는 이 데뷔작 덕에 단숨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가 19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을 계기로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영화가 소설 못지않은 호평을 얻으며 커다란 상을 잇달아 받았다. 원작자가 보기에는 어땠나? 소설의 맛을 영상으로도 훌륭하게 전달했다고 보는가?

"영화가 소설을 일부 각색했다. 나는 소설에서 행운을 이야기했지만 영화는 운명을 보여줬다. 영화에는 영화 나름의 서사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소설의 기본 정신은 잘 살렸고 내용도 매력적이더라."

―뭄바이 빈민가의 풍경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독자를 몰입으로 이끄는 힘도 대단하다. 인물들은 각자 개성을 지니면서도 다채롭다. 이야기를 만드는 당신만의 비결이 있는가?

"소설의 배경이 된 뭄바이 현장을 가보지는 못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그곳 상황을 취재했다.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나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나와 남이 비슷한 꿈과 갈망을 가진 동일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감정이입을 할 것."

―소설은 주인공 람이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해피엔딩 구조다. 람이 마지막 문제를 맞히지 못하는 결말을 고려해 본 적은 없나?

"그런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길고 긴 터널 끝에 빛이 있음을, 이 세상에 희망과 정의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직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이 소설 쓰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런던으로 발령을 받으며 작가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직업상 아름다운 도시, 문화가 풍성한 도시 등을 돌아다니며 소설로 쓸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접하게 됐다. 외교부의 동료 중에는 문인들이 꽤 있는데 그들로부터도 자극을 받았다."

―작품에 위트와 휴머니즘이 느껴진다.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

"나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아내와 영화를 보고 아들과 테니스를 치거나 음악을 함께 듣는다. 토요일 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며 피자를 먹기도 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마디.

"작가로서 내 소설에 관심을 보여준 한국 독자들에게 감사한다. 서울로 발령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