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2008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 성찬경 시인

鶴山 徐 仁 2009. 1. 25. 08:51

 
 
2008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성찬경 시인
 
문학아카데미(대표:박제천)와 계간 『문학과창작』이 제정한

제7회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심사위원회는 2008년도 수상자로

성찬경(成贊慶, 예술원 회원) 시인을 선정하였다. 심사소감은 아래와 같다

한국시인작가협의회와 <문학아카데미 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예년과 같이

여러 훌륭한 시인들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금년에 한하여 성찬경 시인을

단일 추천하고 싶다는 심의안을 제출하였고, 본심 역시 만장일치로 승인하였다.

1956년 『문학예술』로 등단한 이래 성찬경 시인은 시류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만큼, 작품은 큰물처럼 깊고 넓으며(水廣:淮南子)

인품은 햇살처럼 만물을 따듯하게(陽煦:畵言) 만드는 시인이다.

이야말로 우리 시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축복의 사례이자 동시대를 사는

우리 삶의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특히 ‘밀핵시론’을 비롯하여 그것을 극한까지 몰고 간 요소시,

혹은 일자시(일종의 절대시) 또는 우주율 등 다양한 시적 실험을 통하여

한국어의 탄력과 외연을 확장시켰으며 “극과 극, 예술과 과학, 종교와 과학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하려는 시들을 추구”함으로써 한국시에 불모지나 다름없는

형이상적 서정시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고, 그 광맥의 탐사작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삼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강우식, 고창수, 뮨효치, 박제천(글)


수상시인 약력 
시인 성찬경(成贊慶)
1956년 『문학예술 』 등단
시집 『화형둔주곡』 등 8권. 
시선집 『영혼의 눈 육체의 눈』 등 3권.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역임.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수상시인 연락처 
120-825 서대문구 연희동 119-16번지 302-6717 
수상 소감

사사謝辭와 지향志向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이 제게 차례 오다니요.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뜻 깊은 상이 또 있겠습니까. 시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시의 깊이를 아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이 상을 타도록 저를 뽑아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동시에 이 상을 저 자신에 대한 엄한 채찍으로 삼겠습니다.

끝없는 시의 길을 감에 조금이라도 해이한 마음이 되거나 자만함이 없이

저의 남은 여생을 시에 봉헌하겠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만,

동시에 평가본능을 지니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무엇이고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평가하고 싶어 하고 동시에 남이 나를 정당하게 평가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번 이 상의 수상으로 저는 응분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신시 100년이 됐다 하여 사람들은 축제의 분위기입니다만,

냉철히 생각해서 우리 시단은 아직도 진정으로 좋은 시,

깊이 있는 시를 감상 평가할 만한 감성과 지성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우리 시단의 현황은 남이 한 번 말한 것을 덧칠해서 되풀이 말하고

그 결과 화제가 거품을 낳고 그 거품이 다시 거품을 낳는 그런 형국(形局)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시사(詩史)는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제가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써온 시, 예컨대, 「화형둔주곡」 「반투명」 「오로라」

물권시」 「보석밭」 「묵극」 「나사 연작시」 「그물」 「김치」 「태아의 기도」

「긁는다는 것」 「다이아몬드의 별」 「황홀송」 등이

분석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는 한 이 공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성찬경

 


성찬경의 시 2편
가방

선물로 받은 까망 가죽 가방이다. 
이 가방의 신기한 용량에 어리둥절해진다. 
큼직한 책 네댓 권 세면도구 파자마 그 밖의 잡동사니를 
다 뭉뚱그려 넣고도 아담하고 깡똥하다. 
뿐만인가. 이 가방에는 
늘어나는 비밀 칸이 여기 저기 있다. 
은밀한 연애편지 안 들키게 숨기는 벽장도 있고 
기적의 바람 여의주 따위 넣는 지갑도 마련돼 있다. 
산더미만한 마음의 구름도 쑤셔 넣고 
남의 허물 용케 용서하는 큰 아량을 압축해서 쟁이는 
코지 코너도 있다. 
세상에 이런 가방도 있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의 가방이다. 
                            -2007. 8. 26(일) 
나의 그림자 

내가 절대고독에 빠질 때도 
나를 버리지 않는다. 
나의 형상과 혼백이 지상에서 사라질 때 
나의 그림자도 같이 사라질 것이다. 
불가해한 압축이다. 유현한 단화다. 
흑백 평면이지만 내가 타고 온 시간의 
칠색 궤적이 다 인쇄돼 있다. 
고백할 수 없는 죄의 흉터도 빠짐없이 새겨져 있다. 
윤곽은 샤아프하지 않다. 
그러나 소묘가 이보다 정확무비할 수 없다. 
나의 천근의 한숨을 걸레처럼 쓰윽 빨아들인다. 
이제 나는 그림자를 팔고 슬퍼하는 
샤아밋소의 사나이의 심정을 안다. 
내 실존의 유일한 반려를 말없이 들여다본다. 
                                -2008. 1. 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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