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古都)의 숨결이 녹아 있는 온고을 전주. 요즘 들어 전주가 이색 체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유는 전주 시가지 동남부(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자리잡은 한옥마을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기 때문. 걷는 맛과 체험의 즐거움이 있는 한옥마을에는 현재 800여 채의 전통가옥이 모여 있다. 주로 20세기 초반 이후에 지어진 건축물들로 수십 칸에 이르는 큰 집도 있지만 거개가 작고 아담하다. 그렇다고 한옥만 있는 게 아니라 슬레이트 지붕 집이나 양옥집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풍남동과 교동에 들어선 한옥마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고샅길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옥들은 하나같이 단아하고 고풍스럽다. 이리저리 굽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노라면 고향마을에 온 것처럼 푸근하다.
태조로(길 이름) 옆 리베라호텔 뒤편에 있는 한옥생활체험관에 들어가 보자. 조선시대 양반집을 연상케 하는 곳으로 안채(端影院)와 사랑채(世化館), 그리고 행랑채(多慶樓)와 안마당, 사랑마당이 갖춰진 전통한옥이다. 마당 한쪽에는 장독대가 가지런하고 한지문을 밀고 방안으로 들어가면 문갑경대, 사방탁자, 병풍 등이 옛 향취를 물씬 풍긴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앉으면 피로가 싹 풀린다. 널찍한 대청마루와 안방과 건넌방, 사랑방과 건넌방이 꽤나 잘 어울린다. 마당에서 윷놀이나 투호를 즐길 수 있으며, 대청인 다경루에서는 서예와 가야금, 거문고, 아쟁, 장구, 판소리 등 전통생활문화를 직접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는 비용은 2인 기준으로 6만∼12만원. 개별적인 숙박은 물론, 각종 모임 등 단체 숙박을 위한 대관도 가능하다. 대청마루에서 먹는 아침밥은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신 바로 그 맛이다. 유기그릇에 담아 내온 구수한 찌개와 반찬 맛은 잃었던 식욕을 되찾게 해준다. 주말에 갈 경우 2주 전에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예약 시 30%의 예약비를 입금해야 한다.
한옥생활체험관 문의 : www.jjhanok.com, 063-287-6300
이웃해 있는 양사재(063-282-4959)에서도 한옥 숙박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전주향교의 유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던 곳인데, 전통 한옥으로 새롭게 꾸며놓았다. 6개의 방을 갖추고 있으며 2인 1실 기준 5만원(1인 추가에 1만원)을 받는다. 마을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100여 년 전 당시 전주 한옥의 옛 모습을 재현한 동락원(同樂園, 063-287-2040)도 독특한 정취를 풍긴다. 사랑채(청유재), 안채(승독당), 행랑채를 갖추고 있으며 넓은 마당과 평상이 인상적이다. 숙박과 함께 전통음악 전통공예 전통무용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용료는 5만~12만원이며 6명이 묵을 수 있는 안채는 15만원을 받는다. 또 얼마 전에는 궁중한식과 궁중다례 등 전통황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승광재가 문을 열었다. 방이 4개로 요금은 8만원을 받는다.
승광재 문의 : 063-283-2323.
주변에 전통문화센터, 전통술박물관,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명품관, 풍남문, 한벽당, 오목대, 전동성당, 경기전, 국립전주박물관, 팬아시아종이박물관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경기전과 오목대(梧木臺)를 잇는 태조로(太祖路)는 한옥마을의 중심거리. 오목대는 고려 우왕 때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돌아가다 승전을 자축했던 곳이며, 전동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힌다. 이밖에 한방문화센터, 전통한지원, 동학혁명기념관, 강암서예관 등도 빼놓을 수 없으며 마을 곳곳에 들어선 전통찻집(다문, 다향, 다솜, 교동다원,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도 한옥마을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양반의 고장, 안동은 고택이 유난히 많다.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 임하호가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전통미 물씬한 기와집들이 보인다. 바로 지례예술촌이다. 이 고택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뻔한 의성 김씨 지촌파의 옛집을 13대 후손인 김원길(64세)씨가 마을 뒷산 자락에 옮겨지었다. 원래 주인 김씨가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지만, 일반인들도 옛 향기 물씬한 한옥에서 하루 혹은 며칠 밤 머물 수 있다.
지례(知禮)는 수몰되기 전 동네의 이름이라고 한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 지산서당, 제청(祭廳.제사 지내는 집), 정곡강당, 객사 등의 부속건물은 유서 깊은 가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산서당 마루에 앉아 내려다보는 임하호와 주변 산줄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파리를 다 떨군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하며 은빛으로 반짝이는 호수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특히 물안개가 깔린 아침 호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음을 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숫가 산책로를 걷다 보면 상쾌함이 온몸을 감싼다.
사랑채· 행랑채 등 크고 작은 14개의 온돌방이 마련돼 있으며 숙박료는 1인당 5만~7만원을 받는다. 취사는 할 수 없다. 산나물 반찬이 나오는 아침밥은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1인분 7천원. 이곳에 가려면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지례예술촌 문의 : www.chirye. com, 054-822-2590
지례예술촌으로 가는 길에 있는 수애당(水涯堂)도 민박을 하는 전통 한옥집이다. 부엌, 화장실, 세면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고택을 현대에 맞게 개조했지만 고풍스러움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한옥은 원래 수애 류진걸 선생이 부모를 편히 모시기 위해 지은 집으로 수애당은 자신의 호를 딴 이름이다. 현재 후손인 류효진 씨와 그 안주인이 일부를 개조해 민박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절절 끓는 온돌방에 누우면 그 옛날 고향집의 아랫목이 생각난다. 수애당 마당에서 즐기는 널뛰기, 짚신 만들기, 맷돌 갈기, 굴렁쇠 굴리기, 떡방아 찧기 등의 민속놀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준다.
11개의 온돌방이 있으며, 1박2일(식사 한 끼 포함)에 6만~9만원을 받는다. 추가요금은 성인 1인 1만원, 어린이 5천원. 주말엔 3주 전, 방학 땐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1만원만 더 내면 황토와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아궁이에 직접 군불을 지피고 고구마와 감자 등을 구워 먹을 수 있다.
수애당 문의 : www.suaedang.co.kr, 054-822-6661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솔미재 아래에 있는 농암종택도 권할 만하다. 안동의 북쪽 끝에 자리잡은 농암종택은 낙동강과 청량산의 수려한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여행 삼아 가보면 좋다. 원래 도산면 분천리에 있던 종택을 안동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이곳으로 옮겨왔다. 마루와 난간이 멋스러운 긍구당과 농암사당, 옛 모습을 살려 새로 지은 안채와 사랑채는 주변 풍광과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랑채 마루 문 위에 걸린 현판(적선(積善)-베풀며 살라는 뜻)은 선조의 친필이라고 한다. 농암종택이 있는 가송리는 협곡과 은빛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 수려하기 이를 데 없다. 이른바 '도산구곡'의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 문을 연 임청각(臨淸閣, 안동시 법흥동)도 한옥 체험장으로 손색이 없다. 임청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1858~1932) 선생의 생가다. 이곳은 여느 한옥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스며 있다. 그 특별함은 고택 곳곳에서 느끼고 볼 수 있다. 목조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영남 집안의 단아한 기품이 그대로 전해온다.
안동 이씨의 대종택이기도 한 임청각은 안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양반 가옥으로 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안채, 중채, 사랑채, 사당, 행랑채, 별당 등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반 가옥이다. '군자정'이라는 현판을 단 별당은 너른 대청마루와 방 세 칸이 함께 붙어 있는 구조로 양반 가문의 체취가 느껴진다. 임청각 바로 옆에 있는 신세동칠층전탑은 국보 16호로 통일신라시대의 유적이다.
'임청각'이라는 당호는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로 도연명의 '귀거래사' 중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노라'라는 글귀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숙박 인원이나 방의 규모에 따라 5만원에서 20만원까지 다양하다.
임청각 문의 : 054-853-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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