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단풍나무 빛깔입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을 골고루 다 사랑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 있는 나에게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붉은 뺨을 지닌
바람이 내게 와서 말합니다.
무어든 너무 잘하겠다고 욕심부리지 마세요.
사람들의 눈을 잘 들여다보면
그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답니다!'
그래서 이 가을엔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고 아껴두기로 합니다.
나를 의심하고 오해하고
힘들게 하는 한 사람에게
성을 내고 변명하기 보다
침묵 속에 그를 위해 기도하며
끝까지 우정과 신뢰의 눈길을 보낼 수 있을 때,
내가 환히 웃게 해 주고
그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사랑이란 단어를 자신 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투명한 하늘빛을 닮았습니다.
문득 어머니가 그립고
어릴 적 동무들을 보고싶어하는 나에게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다정한 목소리로
바람이 말을 건네옵니다.
언제나 그렇게 그리움이 많으시니
이별도 갈수록 힘들겠군요!
그러면 슬픔도 많아질테니 걱정입니다.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바람의 존재를
자주 묵상해 보세요...'
충고는 고맙지만 그래도 이 가을엔
내가 슬퍼서 자꾸 울게 되더라도
더 많은 그리움을 키우려고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너무 많이 사랑 해
언젠가는 마침내 올 지상에서의 이별이 힘들더라도
이 가을엔 사람과 삶에 대한 그리움을
멈추지 않는 용기를 지니려고 합니다.
내 안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무어라 이름 지울 수 없는 빛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