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서해안 따라 떠나는 초가을 꽃기행

鶴山 徐 仁 2008. 9. 15. 09:53

 
신문 속의 잡지 SC 매거진
그 꽃밭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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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얀 바다…고창 학원농장에 조성된 13만평 메밀밭. 주변 농가의 메밀밭과 어우러져 30만평 규모의 장관을 이룬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은 나들이에 좋은 계절이다. 여름을 체험하기에는 늦고, 단풍의 묘미를 맛보기엔 이른 시절. 이즈음엔 가을 서정 가득담긴 꽃구경이 제격이다. 화사한 자태로 초가을을 알리는 전령사로는 단연 '해바라기'와'메밀꽃', '꽃무릇'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즈음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떠나면 초가을 서정에 푹 젖어들 수가 있다.
전북 고창엔 해바라기와 메밀꽃이, 그리고 가을이 깊어갈 즈음 전남 영광과 함평에서는 붉은 꽃무릇이 만발한다.
    • ▲ 노란 물결…가을 하늘 아래 함박웃음 지으며 넘실대는 해버리기의 노란 물결이 장관이다. 고창학원 농장
    ◆ 메밀밭& 해바라기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8월23일)를 지나며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9월에 불어드는 초가을 바람엔 서늘한 기운마저 감돈다.
    이맘때 떠나는 나들이 테마로는 메밀-해바리기-상사화 등 꽃구경이 제일이다. 하얀 소금을 흩뿌려 놓기라도 하듯 대지를 온통 하얗게 채색하는 메밀꽃은 초가을 이미지의 대명사격이다. 30여만 평 메밀밭이 너울대는 전북 고창 학원농장을 찾으면 그 매력에 흠뻑 젖어 들 수 있다.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이어지는 고창의 메밀밭은 '메밀꽃밭'의 원조격인 강원도 평창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평창군 봉평면이 소설 '메밀꽃필무렵'의 배경지로 분위기에서 한 몫을 한다면 고창의 것은 스케일에서 압도한다.
    국내 경관농업의 대표격인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메밀밭을 일궈 놓았다. 9월초가 되면 팝콘처럼 망울을 터뜨린 하얀 메밀꽃이 하늘이 맞닿은 데 까지 펼쳐진다. 봄에는 푸른 보리로 넘실댔던 들녘에 초가을이면 메밀꽃이 만개한다. 30만평 메밀밭은 마치 부드러운 구름이 내려앉기라도 한 듯 온통 하얀 바다를 이루고 있다.
    학원 농장 안주인 나란씨(57)는 "올해는 9월3일 현재 3분의 1이 개화했고, 이번 주말을 거쳐 다음주 초에는 최고의 자태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학원농장의 메밀꽃은 9월말까지 피어오른다. 메밀밭 사이로 탐방로를 설치해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메밀꽃의 정취 속에 푹 빠져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메밀꽃 감상은 아침이슬을 머금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운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며 해바라기꽃 감상에 좋은 곳을 꼽자면 이 또한 학원농장이다. 때문에 일단 학원농장을 찾으면 한걸음에 메밀과 해바라기꽃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쪽빛 하늘과 뭉게구름 아래 함박웃음 지으며 넘실대는 노란 물결이 장관이다. 강렬한 햇살아래 만개한 해바라기 구경은 지루한 장맛비에 우중충했던 여름의 느낌 대신 뽀송뽀송 경쾌한 초가을 분위기를 맛보기에 제격이다. 완만한 능선위에 훌쩍 자란 해바라기가 바람에 너울대는 모습은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마치 영화 '해바라기'속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을 옮겨 놓기라도 한 듯, 이국적 느낌 또한 물씬 풍긴다.
    수천평의 해바라기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망루에 올라서면 노란 물결의 감동이 물밀듯 밀려 온다. 밭 가운데 전망 좋은 곳에는 초가 원두막이 있다. 초가을 땡볕이 내리쬐는 동안에도 원두막만큼은 여유가 살아 있는 느릿한 공간이다.
    올해 학원농장의 노란 해바라기꽃은 추석 연휴까지는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고창은 문화유적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 조선 초기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고창읍성, 미당문학관, 신재효 생가 등 곳곳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 ▲ 붉은 융단…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는 가을이면 붉은 꽃무릇이 압권이다.
    ◆ 꽃무릇
     
    수선화과의 꽃무릇은 가늘고 붉은 타원형 꽃잎의 고운 자태가 압권이다. 특히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무리지어 자라며,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 사찰 주변이 대표 군락지이다.
    ▶ 선운사=봄에 붉은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는 가을이면 붉은 꽃무릇으로 장관을 이루는 국내 최고의 꽃무릇 감상지이다. 선홍빛 동백꽃은 초가을 절 주변을 수놓는 꽃무릇의 장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입구 매표소 앞에서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무릇은 매표소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계곡변에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듯 붉게 피어있다. 극락교를 건너 도솔암 쪽으로 가다보면 길가에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보다 가까이서 꽃무릇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꽃 소식이 늦은 편이다. 선운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9월초 현재 꽃구경에 적당하지 않지만 추석을 전후해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가을 상사화는 짙푸른 주변 녹음과 붉은 잎이 극명하고도 싱그러운 색상대비를 이뤄 더 아름답다.
    선운사가 자리한 선운산(355m)은 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이 많은데, 특히 진흥굴, 도솔암, 용문굴, 낙조대 등 절경들을 품고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편안한 트레킹 코스이다. 특히 고운 가을 단풍이 내려 앉으면 왕복 3시간 도솔암~용문굴~낙조대~도솔암 코스의 단풍길 산책이 암권이다.
    인근 천마봉은 영광 칠산 앞바다와 곰소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낙조 포인트로 유명하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 IC~선운사

    ▶ 전남 영광 불갑사= 꽃무릇 감상지로는 전남 영광을 빼놓을 수 없다. 군락지의 규모로는 함평 용천사와 고창 선운사에 못 미치지만 짙은 꽃색깔에 주변 경관 마저 아름다워 꽃 감상지로는 으뜸이다. 특히 작은 저수지를 따라 곱게 피어난 꽃무릇밭은 운치를 더한다.
    불갑사 꽃무릇 감상지로는 부도밭과 대웅전 뒤편, 불갑저수지 등을 꼽을 수 있다. 불갑사 뒤편 산자락에는 광활한 꽃무릇 군락지가 조성돼 있다.
    불갑사에서 꽃길을 따라 해불암 까지의 트레킹 코스는 꽃무릇 감상에 좋은 산책길이다. 불갑사에서 시작해 작은 저수지를 지나 동백골에서 구수재를 거쳐 연실봉에 오른 다음 해불암으로 내려와 동백골, 불갑사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초가을 산행에 제격이다.
    불갑사는 중국의 동진에서 우리나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인도승 마라난타가 백제 침류왕 원년에 제일 처음 지은 도량으로 우리나라 불교의 효시가 되는 곳이다.
    전남 영광은 다양한 불교 유적과 미식거리가 있는 등 연계 여정 아이템도 풍성하다. 굴비의 본고장 법성포를 찾으면 영광굴비의 진수를 맛볼 수 있고, 백수해안도로는 리아스식 해안을 굽이돌며 환상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해넘이 감상 포인트이다.
    올해 불갑사 꽃무릇은 추석 무렵 고운 자태를 선보일 것으로 보이며, 절정기인 19~21일 사이 상사화축제가 펼쳐진다.

    ▶ 전남 함평 용천사= 전남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에 위치한 용천사는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와 더불어 국내 3대 꽃무릇 군락지로 꼽히는 곳이다. 용천사는 600년(백제 무왕) 창건된 사찰로 대웅전 층계 아래에 있는 용천(龍泉)이라는 샘에서 절 이름이 유래했다
    특히 용천사 주변의 46만평에 이르는 꽃무릇 군락지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절 부근의 숲과 계곡은 물론이고, 절로 들고 나는 왕복 2차선 도로 양편도 꽃무릇이 피어오른 꽃길이다. 때문에 일제히 꽃무릇이 피어오르면 주변은 온통 붉은 꽃사태가 펼쳐진다.
    이곳의 꽃무릇은 대체로 백로(9월7일경) 무렵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9월20일 전후로 절정을 이루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개화시기가 일주일가량 늦어져 추석 무렵에야 특유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사찰 관계자의 설명. 19~21일 사이 상사화축제가 열린다.
    용천사 꽃무릇 감상 포인트로는 절집 뒤편, 대숲 속을 꼽을 만 하다. 산허리를 가르기 때문에 힘들지도 않으며 10분이면 충분히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수십만 평 규모. 군데군데 굵은 대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꽃 색깔이 유독 선명하다. 꽃무릇 감상과 촬영은 이른 아침, 흐린 날에 색상이 더 잘 살아나 좋다.
    연계 관광코스로 해보면 꽃무릇 공원은 꽃무릇과 야생화가 있는 자연 체험 공간으로, 아이들과 함께 찾아 농촌의 가을을 맛보기에 적당한 곳이다.

    ◆ 여행메모 
     
    ▶ 가는 길
    ◇ 고창=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3거리 법성포 방면 우회전~15번 지방도~무장 방면 796번 지방도~무장읍내~공음 방향 4㎞~학원농장.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 IC~선운사
    ◇ 영광=서해안고속도로 영광 IC~23번국도~영광읍(함평 방면)~불갑 삼거리(좌회전)~불갑사
    ◇ 함평〓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23번국도~불갑면~23번국도(함평 방면)~5㎞~백운리 삼거리(좌회전)~838번 지방도~5㎞~용천사
    ▶ 학원농장(063-564-9897)에는 황토방이 있어 숙박도 가능하다. 농장안 식당에서는 보리새싹비빔밥(6000원), 메밀국수(5000원), 메밀전(6000원), 메밀묵(8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