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은 잦은 화산활동으로 하루 200만ℓ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이 때문에 이곳 바닷물의 산성도는 PH 7.4 정도를 유지한다.‘와인 맛 바닷물’의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산호, 조개 등 외피를 가진 어류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석회질로 된 껍질이 산성화된 바닷물에 녹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연쇄적인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 이스키아 바다의 생태계도 주변 지역에 견줘 30% 이상 파괴된 상태다. 이러한 예측을 한 곳은 바로 영국의 플리머스대학 해양연구소다. 바다와 맞닿은 영국의 동남쪽 끝 데번주(州)에 자리잡고 있다.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해양연구기관’으로 31년 역사를 자랑한다.
●한류어종 사라지고 난류어종만 난립
기자를 마중 나온 연구소의 소하일 알리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해양생태계와 환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 중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소의 첫 인상은 초라함 그 자체였다. 낡은 5층 건물의 연구소는 우리나라 여느 대학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고, 생태연구용 수족관 시스템은 우리나라 바닷가 횟집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그럼에도 이곳이 내놓은 보고서는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와 해양학계의 필독서로 꼽힐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2004년 동남아 일대를 강타한 쓰나미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것도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였다.
“현재 전세계에서 지난 80년간 축적된 해양 생태계 정보들을 제공받아 여러 방법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가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해양생태계 파괴가 지구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입니다. 멜 오스틴 박사는 “미국 정부의 정책과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미국 과학자들도 석유사용 등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문제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도 해양파괴 미국·유럽에도 영향
연구소의 일원이자 플리머스대학의 교수인 마이크 데플리지의 경고는 더욱 범상치 않다.“확실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해수면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해양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인류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연구소가 내다보는 세계 해양생태계의 미래는 대략 이렇다. 대구ㆍ청어 등 한류성 어종이 살 곳을 잃고 개체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참치·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이 메운다. 이로 인해 기존 천적 관계가 재설정되면서 전반적인 어종·어획량 예측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독성 전문가 소하일 알리 박사는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변이 발생 가능성도 제기했다. 인간이 만든 온실가스의 화살이 결국 바다생물을 통해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일종의 경고였다.“앞으로 일부 어종들은 급변하는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 복어독과 같은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물질은 포식자에게 축적되면서 결국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인간의 단백질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플리머스 연구소에서 해양 생태계를 연구하는 앤 린리 박사는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나라에는 국경선이 있어 제약이 있지만 바다는 그렇지 않습니다. 베트남이나 인도 앞 바다에서 생긴 문제는 미국과 영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모를리 없겠지요.”
kitsch@seoul.co.kr
■ ‘종의 멸종’ 저자 니콜라 뷰먼트 박사
“지금처럼 바다 계속 파괴하면 2048년 식탁서 해산물 사라져”
|플리머스(영국) 박건형특파원|“당초 이 보고서는 제품 제조나 서비스 제공 등 인간의 경제 활동이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파장이 이렇게 클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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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4년 동안 12개 해안지역을 대상으로 인간의 활동이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후 2003년 전세계 해역의 29%에서 어류 포획량이 1950년의 10% 미만으로 줄어드는 등 “해양생태계가 이미 붕괴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뷰먼트 박사는 “인류학자, 자연과학자, 경제학자들이 복합적이고 다각도로 상호보완적인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될 경우 2048년이면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은 모두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생물종이 줄어들고 어획량이 감소하는 것의 표면적인 원인은 어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무분별한 포획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붕괴”라며 “수온상승, 이산화탄소 포화도 증가로 인해 생태계가 이전처럼 쉽게 복원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뷰먼트 박사는 다만 연구가 큰 규모의 생태시스템을 기본으로 진행한 만큼 지역별로 동일한 현상이 동일한 시점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뷰먼트 박사는 현재 해양생태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개발 중인 대부분 노력들이 비효율적이고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亞 최대규모 유전자원센터에 1777종 확보
‘아시아 노아의 방주’로 성장 기대
한국 종다양성 보호 현황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종 다양성 훼손에 대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전자원센터’를 갖추고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유전자원 강국의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에 설립한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이하 ‘유전자원센터’)를 설립했다. 그동안 마땅한 공간이 없어 여러 곳에 나눠 관리하던 15만여점의 국내외 식물종자를 연면적 1만㎡ 규모의 최신시설에 모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원센터는 유전자원 50만점을 보존할 수 있는 중·장기저장고, 영하 196도의 초저온 저장고,DNA 뱅크 등 세계적인 수준의 시설을 갖추었다.
현재 유전자원센터는 이런 첨단 시설을 무기로 장기적으로 ‘아시아 노아의 방주’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전자원 보존 시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시아 지역 자원의 안전한 보존을 책임지겠다는 것. 이미 필리핀과 베트남이 참여의사를 밝혔고, 타이완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과도 협의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유전자원은 모두 1777종 17만 5169점(2007년 기준)이다. 미국의 46만여점, 중국 38만여점, 일본 27만 5000여점 등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유전자원센터 준공을 계기로 적극적인 유전자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새 정부의 농진청 민영화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유전자원 보존사업은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