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건강관리 마당

"먹는 습관 바꾸고 금연하면 암 60%는 예방"

鶴山 徐 仁 2008. 6. 2. 15:24

대한암협회 안윤옥 회장의 '서구형 질병' 대책
태운 고기 특히 피하고 소금에 절인 음식 줄여야
유치원때부터 금연교육, 청소년은 칼로리 교육을

인터뷰=김철중 의학전문 기자

 

  • 대한암협회 안윤옥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서구형 질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잘못된 생활습관이 발병 원인이기 때문에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며“젊었을 때부터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20~30년 후 암 발생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심근경색증·당뇨병 등 서구형 질병에 걸리는 30~50대 젊은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천년 동안 채식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이 최근 20~30년간 고기 등 지방질 섭취를 급속히 늘리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안윤옥(安允玉·60·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대한암협회 회장은 "현재 우리의 질병 발생 패턴은 서양 사람들이 60~70년에 걸쳐 겪었던 것을 아주 짧은 기간에 따라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는 "서양 사람들은 과거 육식 위주의 식사,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 등이 그렇게 나쁜 것인 줄 모르고 살다가 당했다"며 "질병 원인이 다 밝혀진 마당에 서양 사람들의 잘못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암과 심혈관질환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오기 때문에 이를 바꾸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지금 한국 사람들의 '질병 위기'는 오히려 질병 극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람들에게 서구형 질병이 무섭게 늘고 있다.

"서울시 암 발생 통계를 보면 1992~1997년 사이 남자 대장암 발생이 인구 10만명당 13.1명이던 것이 1998~2002년에는 18.7명으로 늘었다. 5년 만에 42%가 늘어났다. 증가 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인의 암 발생률이 우리보다 거의 2배 높은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 저(低)출산,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이듯 질병 발생도 다이내믹한 나라다."
    • ―왜 미국·유럽 등 서양에서 환자들이 그렇게 많이 발생했나?

      "1940~1970년대 목축업이 발달하면서 고기를 잔뜩 먹었다. 자동차·엘리베이터 등 문명 발달로 활동량이 확 떨어지고, 담배도 많이 피우다 보니 1970년대부터 환자들이 폭발했다. 그래서 원인을 분석해 보니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 우리나라 50대에게 서구형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마치 미국의 1970년대 모습과 똑같다."

      ―미국은 최근 암 사망률과 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

      "바로 그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암 사망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조기발견이 늘고 치료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올라만 가던 암 발생률도 꺾이기 시작했는데 암 발생 자체가 줄기 시작했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생활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고기 섭취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많이 하자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진 결과다. 대대적인 금연 정책도 효과를 보고 있다."

      ―"암은 유전자 때문이니 다 '팔자' 소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90% 이상이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온다고 이미 다 밝혀졌다. 유전적인 요인은 10%가 안 된다. 주로 선천적 요인으로 생기는 소아암은 전체 암 발생의 약 1% 정도다. 이건 어느 나라나 똑같다. 그렇게 생기는 암은 아주 젊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중·장년 이후에 생기는 암은 거의 다 그동안의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온다고 보면 된다."

      ―어떤 생활습관이 질병 발생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나?

      "먹는 습관이 35%로 가장 높다. 흡연이 30% 정도로 그 다음이다. 그 외 운동 부족, 환경 오염, 비만, 출산 및 수유 등이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생활습관과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의 유방암은 출산이 적고, 모유 수유를 안 할수록 발생이 높다.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산 여성은 결혼한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5배나 높다."

      ―한 번 잘못 길들여진 생활습관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질병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부터 개선하면 된다. 금연 하고, 먹는 습관만 바꿔도 암 발생 위험을 60% 이상 낮출 수 있다. 생활습관을 바꾼 누적 효과는 20~30년 후에 나타난다. 따라서 60대에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30대, 40대부터 실천해야 한다. 금연 효과는 그 무엇보다 빠르게 나타난다."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자세인가.

      "뭐든지 불균형과 지나침에서 문제가 온다.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면 그것만 먹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영양 불균형과 칼슘·비타민 부족이 온다. 단조로운 식사 습관도 질병 발생의 한 원인이다. 골고루 먹으면서 가능한 지방질 섭취를 줄여야 한다. 야채를 많이 먹고, 절인 음식은 적게 먹고, 태워 먹지 말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어떤 특정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주부가 똑똑해야 한다."

      ―동양인에게 흔한 위암이 여전히 암 발생 1위다.

      "20세기 중반까지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나 가장 흔한 암이었다. 그러다 20세기 후반에 서양에서 아무 일도 안 했는데 위암 발생이 60% 줄었다. 암 역학 분야에서는 이를 '계획하지 않은 승리'라고 표현한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니 냉장고 보급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위암은 소금에 절인 음식, 훈증한 것, 태운 음식 등을 많이 먹어서 생긴다. 신선한 음식 재료를 항상 먹을 수 있게 한 냉장고가 장기 보관을 위해 절여놓은 음식 섭취를 줄인 것이다. 이제 서양인에게 위암 발생은 우리나라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아직도 소금에 절인 젓갈이나 짠 음식, 고기를 바싹 태워 먹는 '즉석 바비큐' 요리를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위암이 줄지 않는다. 서양식 식사와 전통 식습관이 혼재한 우리나라 음식 문화가 질병 발생 형태에 드러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일본은 이제 위암 발생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데.

      "일본은 5년 전 만해도 우리와 비슷했다. 지금은 위암 발생률이 우리보다 5~10% 낮아졌다. 일본도 우메보시(매실을 소금에 절인 것) 등 절인 음식을 많이 먹는다. 그래서 그동안 소금 섭취량 줄이는 캠페인을 열심히 했다. 모든 식품에 소금 농도를 표시하고 있다. 고기가 탄 검댕이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서 절대 탄 음식을 먹지 않게 하고 있다. 그 효과가 요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암이 사망원인의 1위다.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암을 조기발견하고 암 발생을 줄여야 한다. 암 환자의 80%는 50세 이상이다. 중년 이상 세대가 암 조기발견 사업에 적극 참여케 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검진 비용의 절반 이상을 대주는 '5대 암(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검진 참여율이 30% 수준이다. 이를 올려야 한다. 또 20~40대를 대상으로 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여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칼로리 교육을 시켜야 한다. 먹는 만큼 움직여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금연 교육도 유치원생부터 시켜야 한다. 이들은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한 번 금연 교육을 시키면 평생 실천한다. TV를 장시간 보면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신진대사가 더 떨어진다.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암 예방을 위해 신체 활동을 늘려야 한다."

      안윤옥 교수는

      학계에서 질병 예방사업의 '전략가'로 통한다. 1980년대 초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질병 발생 원인관계 분석'을 전공했고, 일본 나고야대 초빙 연구원을 지냈다. 최근에는 질병 발생에 생활습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 추적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의대 재학 당시 예방의학교실에서 시행한 월남전 참전 군인들을 위한 열대 체험 실험에 학생 대표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개업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접고 예방의학에 뛰어들었다. 2000~2002년 대한암예방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4년부터 의사·사회사업가·환자·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대한암협회를 이끌고 있다. 암협회는 올바른 암 정보를 일반인에게 제공하고, 암 조기발견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다.

       

      • 대한암협회 안윤옥 회장(서울대)을 만나 외국의 암 사망 감소의 원인과 예방에 대해 들어봅니다. /조인원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1/20080601008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