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장 생활 30년의 스승의 날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자 말자, 잠자리에서 정리해 두었던 다섯분에게 전화를 드렸다. 오늘의 나의 접장으로서의 위치를 도와준 분들이다. 나의 스승들이다. 나에게 처음으로 대학강의를 준 전북대학교의 유교수님, 나를 전임교수로 만들어준 전남대학교의 김 교수님, 단국대학으로 당겨준 이 재철 교수님, 대전에 계시면서 나에게 아내와 함께 충남대학교로 옮겨와 줄 것을 수차례 청한 송 교수님, 그리고 나의 졸작의 불문 번역을 가능케 해준 김 교수님 들이다.
막상 나에게 대학 진출의 길을 터주신 이휘영 교수님은 오래 전에 타계하셨다. 스승의 날이 오면 묵념으로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다들 일흔을 넘어서 여든으로 가는 분들이다.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만 드린다고 사과드리니, 전화해 주는 것만도 너무나 감사하다고들 했다. 이 불비를 어떻게 용서 받을 수 있나.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속절없이 늙어만 가네.
그리고 오늘 날 찾아주겠다고 전화해준 지금 직장의 제자들을 챙겼다. 그래서 이들을 맞으러 강의도 없었으나 죽전캠퍼스로 나갔다. 이들 몇 분들과 점심을 같이 들고 죽전캠퍼스를 몇바퀴 돌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은 하루였다.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여제자 한분이 전화를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자신도 벌써 쉰을 넘겼다는 말을 했다. 사람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이다. 흥분과 기쁨 그리고 감격과 감동으로 이어진 하루였다.
아무리 세월과 먹어가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생각뿐 찾아오는 늙음을 뿌리칠 수 없다. 뭔가 거대한 것이 소리없이 무너져 가는 듯한 기분이다. 나에게 길을 터 주었던 스승들의 목소리는 웬지 멀고 먼 낯선 땅에서 울려오는 듯했다. 나도 그분들과 함께 무너져 가는가. 200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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