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고가 날 때마다 비뚤어진 대학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 속에 올해도 어김없이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술 강권하는 ‘구시대적 음주문화’
7일 대학 신입생 수련회에 참가했던 K대학 신입생 배모(20) 씨가 전날 밤 늦게까지 다른 학생들과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학 학생 150여 명은 6일 오후 10시께부터 바비큐 파티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학생회가 준비한 소주가 제공됐다.
숨진 배 씨는 바비큐 파티가 끝난 후 학생 10여 명과 방에 모여 게임을 하며 음주를 계속했다.
이처럼 해마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술 강권하는 음주문화’에 학생들이 사전 준비없이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광기 인제대학교 음주연구소장은 “우리 사회에는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지만 폭력과 사고를 유발하는 음주의 폐해와 위험성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며 “학교와 사회도 음주사고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하다 보니 무대책 속에 이런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같은 음주사고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주의 폐해를 알리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학교와 범 국가차원의 교육 등 예방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을 통해 음주의 폐해와 과도한 음주 예방법에 대한 교육을 하고 교내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교칙으로 규정하는 등 체계적인 예방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음주의 폐해가 사회 전반에 퍼진 왜곡된 술 문화에서 비롯되는 만큼 국민의 건강과 음주로 인한 사고,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범 정부 차원의 전략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관행’으로 굳어진 폭력문화
일부 체대를 중심으로 한 선후배간의 가혹행위도 폭력적인 대학문화의 하나로 매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악습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5일 K대 체육대학에서 ‘신입생 예절교육’ 도중 얼차려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 지난달 14일에는 Y대 신입생이 교내에서 체력훈련을 받던 중 후방 낙법을 하다 머리를 다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가족들에 의해 구타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됐으며 훈련 과정에 폭력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사망 사고와는 별개로 이 학과 선배 3명이 훈련 당시 신입생들을 연습용 죽도로 때린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렇듯 교내 폭력이 일상적이라 할 정도로 일어나고 있지만 폭력을 가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이를 일종의 ‘관행’으로 받아들이고,교수들마저 이를 묵인,방조하는 사이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할 교정은 강압과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단국대 생활체육학과 강신욱 교수는 “맹목적인 단결심을 강조하면서 규율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했던,오래된 체육계 문화가 시대가 변했는 데도 악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런 문화에 익숙했던 교수들도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체육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형태의 폭력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수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학생들은 폭력을 관행으로 여기는 문화 속에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아 계속적으로 무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교수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제재하고 학교 차원에서의 폭력 예방관리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