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난 달리고 있지 않아..달리고 있지 않아..

鶴山 徐 仁 2007. 12. 2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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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달리고 있지 않아..달리고 있지 않아..      

     


  •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빌 모건(Morgan) 명예교수(운동학)는, 자신이 "맹세코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대) 소속으로 지역에서 기록을 세운 장대 높이뛰기 선수 이야기를 즐겨 합니다.

     

    이 선수는 매번 발 하나 차이의 여유로 자신이 기록한 높이의 장대를 넘었습니다. 더 높은 장대도 넘을 수 있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후 그는 장대 높이를 1인치만 높여도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를 답답해하던 팀 동료는, 어느 날 그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장대 높이를 6인치는 족히 높였습니다. 잠시 후, 이 선수는 마찬자기로 장대를 발 하나의 차이로 넘었습니다. 팀 동료가 사실을 털어놓자, 이 선수는 도저히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뜻은 무엇일까요. 누군가 아무리 높이 뛰고, 빠르게 달리고, 수영을 하고, 노를 젓더라도, 그보다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최근 전했습니다. “모든 최대치(maximum)는 실제로는 유사 최대치(pseudo-maximum)”라며 “당신은 언제나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게 모건 교수의 얘기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유사 최대치를 진짜 최대치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 운동생리학자들은 이를 위한 ‘트릭’이 있지만, 여기엔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합니다. 댈러스에 있는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벤자민 레빈(Levine) 박사는 “무엇보다 인간 능력의 한계는 누구도 모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라도 그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여지가 있는 만큼, 자신의 육체를 좀 더 세게 밀어붙일 ‘안전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엘리트 선수는 물론 일반적인 선수까지 사용하는 방법이 ‘정신분리(dissociation)’ 테크닉입니다. 쉽게 말해, 육체적 고통을 최대한 느끼지 않게 의식을 지금의 육체적 움직임과 가능한 한 분리시키는 기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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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건 교수는 티베트 승려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정신분리’의 효과를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한 인류학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티베트 승려들은 30시간 동안 300마일(약483㎞)을 달린다고 합니다. 1분에 268m쯤을 달리는 상당한 속도죠. 이를 위해 이들 승려는 산봉우리 같은 멀리 떨어진 물체에 집중하고, 다리의 움직임에 맞춰 호흡을 한다고 합니다. 또,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일종의 주문(呪文)을 마음 속으로 반복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모건 교수는 달리기 주자들이 발이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아래(down)’를 마음 속에서 되뇌게 해 봤습니다. 러닝 머신 위를 뛰면서 한 물체만 응시하고, 발걸음에 맞춰 호흡하게도 해 봤습니다. 그 결과, 이런 기법을 동원한 주자들은 통계적으로 상당히 증대된 인내심을 발휘했습니다.

     

    올해 뉴욕마라톤 여자 부문 우승자로 유명한 폴라 레드클리프(Radcliffe·여)도 평소 비슷한 방식을 씁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1에서 100까지 세 번을 세고 나면, 1마일쯤 지난다”며 “이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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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몇 달 전, 한 자전거 주자는 너무 지쳐 언덕을 올라가지 못할 상황에서 앞 주자의 의자에만 집중하면서 경사는 외면했습니다. 또 페달을 돌리는 횟수만 셀 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언덕을 정복했습니다.

     

    모건 교수가 준(準)엘리트 마라톤 선수 수백 명을 조사해 본 결과, 모두가 나름대로 이런 ‘정신분리’ 전략을 갖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마음 속으로 자신이 아는 모두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그림자’에 집중했고, 앞에 태양이 있는 경우엔 근처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에 집중했습니다.

     

    “정신분리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게 모건 교수의 얘기. 하지만 운동선수들이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마저 무시했다가는, 자칫 심각한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모건 교수는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이란 속담이 이럴 때 쓰이는 것”이라며 “사실상,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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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를 위해서는, 낮춰진 기대감에 무너져선 안 된다는 게 운동선수와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한 마라톤 선수는 결승점이 다다를 때까지, 쓰러지거나 절뚝거리는 선수는 최대한 외면합니다. 그들을 보면 본인에게도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와 포기하게 된다는 겁니다.

     

    최근 필라델피아 마라톤에 참여한 마리안 웨슬리(Westley·여)씨는 시작점에서는 ‘난 은행에 에너지를 비축 중이야’라고 되뇌면서 천천히 달려나갔고, 결승점이 다가오면서 피로감이 몰려오면서부터는 팔의 상하 움직임에 집중했습니다. “팔이 나를 위해 달림으로써, 다리의 압력이 줄어든다고 상상했다”는 겁니다. 웨슬리 씨는 결국 3시간 43분 만에 완주에 성공해 보스턴 마라톤 출전 자격을 따냈고, “달 위에 올라간 기분”이라며 환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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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