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은 4월의 끝자락은 나들이에 가장 좋은 때이다. 간혹 심술을 부려대는 봄 샘 추위도 저만치 달아나고, 대지에는 부드러운 봄기운이 가득하다. 도심을 벗어나면 일단 눈과 코가 즐거워진다. 특히 만춘에 접어들며 피는 과일 꽃이 부려대는 색채의 마술은 가을의 풍성한 과실 못지않다. 이즈음은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탐스런 꽃망울을 터뜨려 대는 아이보리 빛 배꽃이 한창이다. 수도권에서는 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아산을 찾으면 배꽃천지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다. 이른바 '아산 배마을'은 수백만평 동네 전답이 온통 배밭으로, 이번 주말 배꽃의 향연이 한창이다. 광활한 과수원 꽃길을 걷다보면 정녕 봄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실감한다. 아름드리 솔숲이 굽이굽이 이어진 봉곡사 진입로의 운치 또한 배밭 길 못지않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이어지는 솔 숲길을 한걸음씩 옮기자면 급한 세상 '느림의 미학'이 절로 느껴진다.
▶아산 배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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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하게 펼쳐진 배마을 전경. | |
흔히들 배밭 하면 전라도 나주나 경기도 안성, 성환 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서울 코 밑인 충남 아산에도 유명한 배 명산지가 있다. 아예 이름까지 '배마을'이다. 두포면에 자리한 아산 배마을은 염작리, 석곡리, 신왕리 등 세 개의 마을로 이뤄졌다.
아산시내에서 20여분 거리. 45번 국도를 타고 15분 남짓 달리다가 평택방면 34번 도로로 접어든 후 성환방면으로 나오면 배밭 마을의 초입 율금리가 나선다.
율금리와 이어진 신왕리부터 본격 배밭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마치 소담스런 함박눈이라도 내려앉은 듯 하얀 배밭이 펼쳐져 있다.
요즘 배밭마다 화접 작업이 한창이다. 동네 아낙들이 수꽃을 꺾어 암꽃에 인공 수정을 하는 중인데, 워낙 배밭이 넓어 들판의 꿀벌들에게만 맡기기엔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율금을 지나 신왕리~염작리~신휴리~석곡리로 이어지는 7km 좁다란 시골길은 멋들어진 꽃길 드라이브 코스이다. 길 양켠으로 배밭이 이어져, 달리다 아무 곳에서나 내려 앵글에 추억을 담아낼 수 있다.
조금 높은 지대로 옮겨 사방을 둘러보면 그 규모에 입이 쩍 벌어진다. 좁은 땅덩어리에 살며 '광활한 장면'에 목말라하던 입장에서는 825ha 매머드급 배밭지역을 대하고 기쁨부터 앞선다. 마을로 들어서면 순백의 꽃동산에 풍덩 빠져드는 느낌이다. 사람 키보다 약간 큰 배나무는 화사한 꽃 터널을 만들어내고, 그 밑에는 진초록의 호밀과 노란 민들레, 좁쌀 같은 아지랑이 꽃이 하얗게 색을 맞춰 더욱 로맨틱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아산 기쁨 두 배'라는 브랜드의 배는 당도가 뛰어나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도 최고가에 공급된다. 마을 주민들이 들려주는 기쁨 두 배 맛의 비결은 3가지.
이 마을 배나무는 '명품' 포천막걸리를 먹고 자란다. 지력을 높이기 위해 연간 20여t의 막걸리를 배밭에 뿌려준다. 물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무턱대고 뿌리는 것은 아니다. 유통기한을 살짝 비켜간 것을 사용한다. 당도를 높이기에는 '막걸리 재배' 말고도 배밭에 호밀을 키운다. 하얀 배꽃 아래 파란 호밀의 조화로 경관도 고려하고, 유기질 퇴비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또 가급적 농약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이른바 '저농약' 농법이다. 이렇게 해서 봄이면 꽃구경 명소, 가을이면 수천t의 명품배를 생산한다.
아산배마을의 배꽃은 이번 주말 절정을 맞아 다음주까지는 고운 자태를 뽐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보화마을로도 선정된 아산 배마을( asan.invil.org)은 다양한 농촌체험도 가능하다. 봄이면 화접체험, 초여름이면 접과(솎아내기), 여름철엔 '배나무 때때옷 입혀주기(봉지 씌우기)' 결실기에는 배따기체험 등 배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농촌 음식 시식도 가능하다. 또 올 여름부터는 오토캠핑장을 운영해 광활한 배밭이 펼쳐진 이국적 농촌에서 하룻밤의 추억도 쌓을 수 있다.
석곡리 정보화마을(김금숙 사무국장 041-532-6754)
온천으로 유명한 아산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여행지이다. 일단 수도권에서 지척(서울서 고속철로 30분)으로 여정이 길지 않은데다 아산스파비스, 도고 등 온천욕의 명소가 즐비해 가벼운 봄나들이 코스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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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곡사 솔숲길 | |
▶봉곡사의 아름드리 솔밭길=아산시 송악면 봉수산 동북자락에 자리한 봉곡사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다. 근동 사람들에게나 겨우 신라고찰(887년 도선국사 창건) 쯤으로, 혹은 진입로에 일제 때 연료용 송진을 채취하던 솔밭이 있다는 정도로 인식된 무명에 가까운 절간이다. 하지만 그곳을 한번 찾고서는 생각이 달라진다. 많은 이들이 '대체 이런 명소가 왜 여태껏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진입로 솔숲이 압권이다. 솔숲은 산아래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이어지는 진입로 양켠으로 폭 150~200m 정도의 솔밭이 사찰 입구까지 700m가량 길게 이어진다.
◇경부고속국도 천안 IC~21번 국도~온양온천~39번 국도~송남휴게소~봉곡사 입구 ◇서해안 고속도로 서평택IC~39번 국도~온양온천~39번 국도~송남휴게소~봉곡사 입구
▶세계 꽃식물원=도고면 봉농리에 자리한 '세계 꽃 식물원(
www.asangarden.com)'은 아산에서도 가장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이다. 3년전 문을 연 식물원은 8000여평의 유리온실에 꽃 1000여종 1000만송이를 한데 모아둔 그야말로 꽃 천지이다. '세계 동백관'에는 100여종의 동백나무가 아기자기한 허브꽃들과 어우러져 있고, '구근관-초호화관'에는 수십종의 백합이 진한 향을내뿜고 있다. 꽃밥 등을 판매, 미각을 통해 봄을 느낄 수 있다. (041)544-0746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온천욕=아산의 대표적 관광테마로는 단연 '온천욕'을 꼽을 수 있다. 1300년 역사를 지닌 온양온천, 동양 4대 유황온천 중 하나인 도고온천, 국내 최대규모 테마온천인 아산스파비스(
www.spavis.co.kr) 등이 있어 일상의 피로를 씻어낼 수 있다. 음봉면의 아산스파비스는 테마형 온천으로 각종 기능성 탕과 아쿠아테라피, 실내외 수영 등을 즐길 수 있다. 도고면에 자리한 도고온천은 단순유황천으로 수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온양온천은 아산시 온천동에 위치,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이 뛰어나다.
▶성웅이순신축제=이순신장군의 애국충절 정신을 되새기는 제 46회 '성웅 이순신축제(
www.yisunshinfestival.or.kr)가 27일부터 5월1일까지 충남 아산 현충사와 곡교천 둔치에서 열린다. 축제는 개막 이틀전인 25일 오전 신정호 국민관광단지 이순신장군 동상의 목욕식에 이어 27일 오후 거북선과 판옥선 모형을 앞세우고 아산시내 곳곳을 행진하는 출정식으로 막이 오른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을 체험하기 위한 '백의종군 체험걷기대회'도 30일 오후 2시 현충사에서 열린다. 무형문화재인 진주검무 시연(28일), 성웅마라톤대회(5월1일), 변검 및 중국기예단 공연(5월1일), 북한예술단 공연(5월1일) 등도 예정됐다. (아산시청 문화관광과 041-540-2468) < 아산=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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