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꿩 기르기

鶴山 徐 仁 2007. 5. 3. 16:22
 
   
   
  서정후님께 드립니다.
     
꿩 기르기

나는 아파트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간에는 교회 사택이 아파트였기에 몇 년간을 아파트에 지내다가 얼마 전에 일반 주택으로 이사를 올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이사 온 집은 서울 광장동의 워커힐에서 구리시 사이에 있는 한다리 골짜기의 아차산 산기슭에 있다. 서울의 워커힐을 지나면 구리시의 우미네 마을이 나오고 우미네를 지나면 아치울 마을이 나온다. 아치울은 문화인들이 많이 사는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치울 마을 다음이 한다리 마을이다.

한다리 마을에 내가 섬기는 두레교회 교회당을 신축 중이기에 짓고 있는 교회당 곁에 사택을 마련하여 이사 온 것이다. 그런데 한다리 마을이 서울에 가까운 마을이면서도 한가롭기가 그지없어서 낮에도 꿩소리가 들리고 온갖 새소리가 그치지를 않는다. 그제 집 뒷편에 채전밭을 일구어 토마토, 쑤갓, 고추, 콩 등을 심었더니 이웃 사람이 콩을 심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뒷산 꿩들이 영악스러워 콩을 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는 사람이 사라지면 땅을 헤집고는 심은 콩을 먹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콩을 꼭 심으려면 따로 콩을 싹을 티운 후에 모종을 심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오늘 낮에도 잠시 채전밭에 나가 씨앗을 뿌리면서 생각하기를 사람과 꿩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꿩들이 먹을 것이 염려되어 콩을 심지 않을 것이 아니라 아예 산골짜기 여기저기에 콩을 많이 심어 꿩들이 겨울에 먹을 양식을 장만해 주자는 생각이었다. 산기슭에는 빈터가 많이 있다. 이런 빈터에 콩 밭을 가꾸어 꿩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마련해 주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콩을 많이 준비하여 틈이 날 때 마다 아차산 기슭의 빈터를 찾아다니며 콩 씨를 심는 일에 정성을 들여 보려 한다. 사람들과 꿩들이 함께 살아가는 좋은 생각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