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광고 CF로 유명세를 탄 108 계단의‘다랭이 마을’이 여행의 목적지였습니다.
목적지인 그곳을 가기 위해 휴일 새벽 서둘러 차를 몰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군의 해안 도로를 따라 좁은 국도를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동해나 서해와는 참 많이 다른 자연 풍경에 가슴이 뛰는 걸 느꼈습니다. 계단식의 파란 보리밭이 시야를 넓혀 주고, 햇살 받아 반짝이는 바다는 잔잔한 행복을 안겨주었습니다. 1024번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려도 보이는 것은 산과 바다, 논밭뿐이었습니다. 간혹 마주치는 경운기와 낯선 곳에서 본 꽃상여, 전선줄이 엉켜 있는 긴 전봇대와 나이 드신 분들의 허리 굽은 모습은 서울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설렘과 안타까움이 묘하게 교차할 때 즈음 최종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막상 그곳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이란…. 겨울이라 그런 거겠지, 봄에 오면 정말 예쁘겠네, 단 두 마디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서 본 다랭이 마을은 또 하나의 겨울로 제 마음에 남아 버렸습니다.
‘다랭이 마을’ 한곳을 보기 위해 그 먼 남해를 찾으라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약간의 지루함을 감내하면서도 문명의 이기로 파괴되지 않은 자연을 보고자 한다면 이곳 남해군(郡)을 한 번쯤 찾아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놀 시설도 없고, 잠자리도 편하지 않으며, 교통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을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 보았다면 언제고 다시 한 번 찾게 될 특별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곳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일년 365일을 늘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단 하루쯤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될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네요. 지나치면 되돌아오면 되고, 모르는 길은 둘러 가면 될 이곳에서 삶의 또 다른 여윳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이곳 남해는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걸 제게 또 한 번 알려 준 특별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 내내 행복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