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의 역사를 관찰하다 보면 도저히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이,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발발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도저히 전쟁이 발발할 것 같지 않은 상황인데 전쟁이 발발한 경우가 있으며 평화가 이루어질 것 같이 생각 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평화가 도래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바로 1차 대전 직전의 상황입니다. 유럽 모든 나라들 간의 상호 교류 및 의존도가 높아졌고 국가 간의 무역도 왕성하게 이루어짐으로서 1900년대 초반 유럽의 분위기는 이제 드디어 ‘영구적인 평화가 도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즉 평화가 불가능 한 것 같았는데 놀라운 평화가 갑자기 이루어진 사례의 대표적인 것이 레이건 대통령(1981-1988 재임) 임기 후반에 이루어진 국제정치의 극적인 변화들 입니다. 위의 사진들은 레이건 대통령, 소련의 고르바초프 수상, 그리고 역사상 최초로 핵무기의 숫자를 실제로 감축하는데 성공한 1987년 12월 8일의 중거리 핵무기 감축 조약(INF Treaty,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이 워싱턴에서 조인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은 필자가 레이건 도서관 방문 시 촬영했던 베를린 장벽의 부분 사진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축 사례인 중거리 핵무기 감축조약은 1991년 6월 1일 까지 약속이 그대로 이행되어 미국과 소련 두 나라는 무려 2,692기의 미사일을 폐기 처분 했습니다. INF Treaty는 차후 미국과 소련간의 전반적이며 실질적인 군축의 기초를 이룬 조약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화가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전쟁이 왔고 전쟁이 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평화가 도래 했다는 역사상의 이상한 사례 (예로서 1차 대전 직전의 국제정치나 레이건 후반기의 국제정치)들은 사실은 우리들이 분석을 잘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들입니다.
레이건 후반기의 국제정세가 평화로 급진전 한 것은 그 이전 수 년 동안 레이건의 대 소련 초 강경정책이 결실을 이룬 것 이었다고 생각해야 올바른 분석입니다. 미국 역사상 소련에 대해 가장 강경한 정책을 전개한 대통령, 가장 반공적인 대통령이라면 누구든지 주저하지 않고 레이건을 떠 올릴 것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힘에 의한 평화”를 모토로 삼아 대대적인 군비 증강 정책을 전개 했고, 1983년에는 소련이라는 강대국을 “악마의 제국”(Evil Empire) 이라고 선언, 노골적인 적대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지성인들은 레이건 대통령을 ‘멍청한 전쟁광’이라고 비난 했습니다. 핵과학자들은 레이건 때문에 지구 멸망의 날이 섬 뜻 다가왔다고 비판하며 그들의 유명한 지구 멸망의 날 시계를 12시 3분전으로 당겨 놓았고(12시가 지구 끝나는 날입니다) 필자가 유학중이던 학교의 국제정치 교수 한 사람은 시험 문제로 “핵전쟁이 날 경우 이 지역은 소련의 핵공격 표적이 될 확률이 100% 인데 이곳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이성적인 행동인가?” 라는 문제를 내기도 할 지경이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대 소 정책이 평화로, 그것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있는 성공적인 군축 협정들이 줄줄이 체결되는 그런 진짜 평화로 귀결 되리라고 기대했던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레이건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레이건 임기 말엽 소련과 미국 사이에 대결이 급격한 평화로 바뀌는 것을 보고 반신반의 할 정도 이었습니다. 레이건은 임기가 1년 반 남았을 때 베를린을 방문, 고르바초프 수상에게 “고르바초프 씨 이 담장을 허무시오!” (Mr. Gorbachev, Tear Down This Wall !\") 라고 과감히 말했습니다. 레이건의 고향에 건립된 대통령 기념 도서관 앞뜰에는 바로 그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의 한 조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정치는 역설적인 영역입니다. 강경정책이 전쟁을 가져오지 않으며 유화정책이 평화를 초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은 것입니다.
요즈음 부시대통령이 변했다고 야단입니다. 대북 강경 정책 일변도였던 부시(미국)가 갑자기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부시가 배반했다고 말하는 평자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북한 사이에 갑자기 평화 무드가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필자는 그동안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르바초프가 원한 것은 소련의 해체, 소련의 붕괴가 아니라 소련을 구하고 사회주의를 수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레이건은 양보 없이 고르바초프를 밀어 붙였으며 결국 평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필자는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 1980년대 후반기, 레이건 대통령 임기 말엽 시절 소련과 미국 사이에 전개 되었던 그런 국제 관계처럼 진행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고 있습니다.
'軍事 資料 綜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과 중동의 탄도탄 커넥션과 노동1호의 개발(2) (0) | 2007.03.19 |
---|---|
참수리 357정을 전쟁기념관으로 (0) | 2007.03.18 |
벨 사령관의 '국방개혁2020' 비판과 정책적 함의 / 박용옥 : 한림대 국제대학원 부총장 (0) | 2007.03.18 |
U.S. Friendly Fire Attack Called Criminal / World Defense News (0) | 2007.03.18 |
NATO's Role in Afghanistan (0) | 2007.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