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본 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Ⅰ. 문제의 제기
2005년 9월 13일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였다. 동 개혁안은 미래에 예상되는 국내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현대전의 양상을 고려한 육․해․공군의 균형 있는 발전과 기술집약형 군 구조를 구축하여 선진형 국방을 건설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은 20세기 후반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정밀성 및 파괴력이 현저히 증대된 무기체계가 등장하였음을 보여 주었다. 실시간의 정보 및 지휘통제 능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로 인해 전장 공간이 확대되는 한편, 장거리 정밀타격이 가능해졌으며, 네트워크 중심의 새로운 전쟁 양상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전쟁 양상의 발전 추세로 인해 각국은 새로운 전쟁 양상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력 현대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미래 한국의 안보를 위한 국방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에 대비하기 위하여 68만명에 달하는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상군 위주로 편성됨으로써 작전 운영에 있어서 효율성과 육․해․공군간 합동성 발휘가 제한되고 있다. 반면, 북한의 전략무기 능력에 대비한 방어 능력은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합방위태세로 인해 한국의 독자적인 전략 및 군사교리 발전이 저해되어 왔다. 또한, 장병의 복지에 대한 소요가 증대됨으로써 전력투자 여건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의 안보환경 하에서 우리의 안보를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래전 양상에 부합하는 첨단기술군으로 전환해야 함은 물론이며, 국방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난 50년 이상 한국의 안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던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Ⅱ. 미래 동북아 전략상황
1. 전략적 역학관계의 유동성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여 있으며, 여기에다 범세계적 세력으로서,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전략적 균형자로서의 미국이 개입되어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들 4대 강국의 전략적 역학관계는 한국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한반도 적화통일 기도를 억제하고, 구소련과 중국의 아시아에서의 세력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결성된 한미 동맹관계의 기본 구도는 한국의 생존에 직결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하에 성립한 한미동맹은 전후 동북아 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여 왔으나, 탈냉전 이후 구소련의 붕괴와 일본의 경제력 성장,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 지역에 전략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환경의 변화가 반드시 우리의 안보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의 생존과 국가이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향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운용해 나가는 데 영향을 미칠 여건이라는 측면에서 지적할 수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략상황의 특징적 측면 중의 하나는 역내 국가들간의 관계가 극히 유동적인 상태로 운영․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냉전시기와 같은 극단적 대결요인이 사실상 없어진 상태에서 국가들간의 관계는 중국과 대만, 한국과 북한 등과 같은 분단상태나 종교적, 인종적, 또는 국경문제 등과 같은 경우가 아닌 한, 영구적인 극단적 적대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향후 중국이 미국에 저항하는 극단적인 이념적 노선을 재정립하지 않는 한, 미국과 중국간에도 기본적인 영향력 경쟁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립적 관계 속에서도 상호 타협과 협력이 가능할 것이며, 이에 연계되어 있는 역내 여타 국가들 역시 상호가변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 주요국의 향후 동향을 전망하면, 우선 미국은 역내 전략적 주도권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전력을 유지할 것이며, 일본과의 군사전략적 유대관계를 지속․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간의 전략적 연대와 중국의 독자적 군사력 증강으로 인한 역내 전략적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견제하려 할 것이나, 동시에 다양한 부문에서의 상호 협력과 타협을 추진하면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반적인 군사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미국과의 전략적 유대관계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자신의 군사력 강화 및 그에 부합되는 수준의 전략적 독자성을 점진적으로 추구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중국 및 러시아의 전략적 영향력을 견제하려 할 것이나, 일본 역시 이들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과 타협을 통해 일전 수준 이하에서 동북아 지역내 전략적 긴장을 관리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경제 역량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첨단화하고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속․강화하여 지역내 미국 및 일본의 전략적 우위를 견제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이 생존 전략적 차원에서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 및 타협을 병행해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 편향적 국가전략에서 탈피하여, 유라시아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여 일단 역내에서의 전략적 영향력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 위상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화시키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연대를 축으로 미국 및 일본에 대한 견제와 동시에 양국과의 전략적 협력과 타협을 병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향후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질서는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하는 기본 구조 속에서, 역내 강대국들간 상호 견제와 타협, 대립과 협력이 복합적으로 또 가변적으로 나타나는 극히 유동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 견제와 균형의 구조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내 강대국들간의 세력균형 과정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세력균형 구조는 일단 중국과 미국을 양대축으로 하는 경쟁적 대립구조로 정착되어 가고 있으며, 결국, 향후 동북아 국가들의 전략적 관계구조는 미국과 중국이 양립하고 여기에 러시아와 일본이 일정 범위의 독자성을 유지한 채 연계되는 구조로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들간의 관계가 과거 미국과 소련간의 관계와 같이 전면적인 봉쇄와 대결구조로 극단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이들 강대국들간의 전략적 대결과 경쟁이 극단적으로 진전될 경우, 그들 모두에게 심각한 전략적 손실로 나타날 것임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전세계적 차원에서의 질서 유지를 위해 기본적인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안정 유지를 위한 주도적 위상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동 지역내 미국의 독점적 위상을 견제하고, 자국의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중국간 상호 견제의 매카니즘이 점차 구조화될 것이다. 그러나, 상호 경제적 실리와 극단적 적대관계로 인한 전략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상호 타협과 협력의 매카니즘이 복합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만문제는 미․중관계에 있어서 핵심적인 불안정 요인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미․일관계는 지역 안보 유지를 위한 중추적인 전략적 기제로 유지될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며, 일본은 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차원에서의 독자적인 역할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미․일관계를 통해 일본의 역내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조정하려 할 것이다. 반면, 경제적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양국의 경제적 경쟁관계는 보다 심화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일본의 세력이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양국은 지역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필연적으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지속할 것이나, 서로의 영향력이 배타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경쟁도 동시에 추구할 것이다.
일본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간에는 영토 및 자원 확보 문제로 인한 갈등 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즉, 상호 이해관계가 상충됨으로 인해 경쟁과 갈등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간의 대결구조는 일종의 생태학적인 경쟁적 대립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며, 향후 상당기간 동안 동북아의 전략질서는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하는 경쟁과 대립의 양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3. 역내 군사적 경쟁관계의 심화
향후 동북아 지역의 전략상황을 전망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적 양상은 동 지역내 군사적 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동북아 지역의 군사경쟁은 전체적으로 구 소련의 군사력이 극도로 위축됨에 따라 일단 완화되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보다 강도 높은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현재 동북아 지역은 새로운 강대국들간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이들 강대국들간의 상호 견제적 관계를 감안할 때,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며 지속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군의 정예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군사 하이테크 전략에 매진」, 군사력의 첨단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유대관계 속에서 러시아로부터 전략무기 차원의 전폭기 및 여타 첨단장비를 대향으로 도입하는 한편, 전체적으로 지역차원의 군사강국으로서 군사력의 투사능력 및 범위를 확장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는 주된 세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제3위의 전략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미사일이 대부분 중거리 미사일로서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에는 아직까지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최근 중거리 미사일의 첨단화 및 현대화와 함께 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2010년경에는 고체연료 방식의 정밀유도장치를 장착한 MIRV를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와 같은 전략능력과 함께 지상군 및 해․공군 전력의 정비 및 강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바,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의 전력증강은 전력의 원거리 투사능력의 강화에 초점이 두어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1차적으로 동북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나마 균형된 차원에서 전력의 원거리 투사능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분명한 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 방향이 지역차원의 군사적 패권을 추구하는 선에서 견지되고 있다는 점이며,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10년 또는 2015년경이면 일단 절대적인 전력의 내용이나 수준 면에서 지역 군사세력으로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현실적으로 중국과 함께 동북아의 군사적 밀도를 급증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주요 군사강국으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은 「보통국가론」, 「선제공격론」, 「핵무장론」 등 군사강국으로의 재기를 주장하는 각종 논의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넓혀가면서 군사력 강화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는 바, 이미 일본은 세계 제2위의 군사비 지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우선 보유전력의 첨단화, 그리고 독자적 군사체제정비 및 군사적 행동반경의 확장에 초점이 두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초계, 정찰 및 정보 수집, 통신 및 지휘, 해군력, 공군력, 그리고 미사일 등의 부문에 전력증강의 중점이 두어지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의 경우, 현재 이와 같이 현실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구체적인 전력의 증강 내역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 내에서 군사적 강국으로서 능력을 갖추고, 그에 걸맞는 역할을 담당하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의지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에서 이미 일본의 군사강국으로서의 재등장 문제는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여건과 시간의 문제로 변화된지 오래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은 분명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밀도를 높이는 핵심세력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Ⅲ. 국방개혁 추진의 기본 개념
미국의 전략예산연구소(CSBA)의 크레피네비치(Krepinevich)박사는 미래의 군사혁신 방향을 발전시키려면 먼저 어떤 국가와 집단이 경쟁의 상대가 될 것인가를 식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 통일 이전에는 북한, 그 이후에는 주변국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군사적 능력을 보유하게 될지를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포한한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지역인 동시에 세계 최강 4개국간의 갈등 또는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은 불안정 지역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 고유의 독창적인 국방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북한과의 대결이라는 특수성, 그리고 통일 이후에 대비해야 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할 때, 한국이 국방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선진국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우리의 국력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러한 능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여건을 고려하면서 주변국과의 안보협력관계를 최대한 활용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 한국의 번영과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 및 일본등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안보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협력관계가 전제되어야 만 군사혁신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로서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상당 부분이 대미 의존적이라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충분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정된 자원으로 군사력 건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미래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남북관계의 변화, 그리고 미․북 및 일․북관계의 변화를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이 언제까지나 현재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안보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서 한국의 국방 개혁의 목표는 첫째, 우리의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통일 이전에는 북한의 억제력을 우리의 독자적 능력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확고한 한․미 군사동맹을 유지․강화해야 하며, 동시에 시대적 안보환경의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서, 한․미 동맹관계의 틀 속에서 우리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고 양국의 공통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동맹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한반도 안정에 국한되고 있는 한․미 동맹관계를 지역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고 통일 이후에는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 세계적 및 지역적 차원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위상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적절한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도 주권국으로서의 국가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거부적 억제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현재의 경제적 여건과 통일 이후 북한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할 때, 상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간과하고 현실에 안주할 때는 미래의 우리의 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군사력 구조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래 군사과학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면서, 현재의 병력집약형 군사태세를 정보 및 기술집약형 군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지상군 중심의 군사체제를 지․해․공의 균형 있는 통합전투력 증대에 중점을 두고 미래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훈련 시점에서부터 통합전투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며, 주요 무기체계의 획득시 각 군은 타군과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3군의 합동훈련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상기 기본 접근 개념을 고려하면서 우리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첫째, 통일을 전후한 한국의 국방정책 기조를 정립해야 한다. 다양한 안보 위협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새로운 위협을 식별, 이에 대한 대비책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한국의 자주적 군사력을 구축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 상호운영성을 고려한 적절한 한국의 군사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한․미 군사동맹 및 주한미군의 미래 역할과도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미래 한․미 동맹의 역할 및 기능 변화에 대비한 한국의 군사 대비태세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전략적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적 확보 대상 무기체계를 선정하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핵심적인 첨단 기술을 식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단기적 안목에서 획득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미래 우리의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독자적 개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넷째, 21세기의 국제화와 정보화시대에 적합한 선진형 군사력 건설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및 기술집약군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지․해․공 3군의 균형에 기반한 통합전투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주변국의 군사력 건설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주변국은 경량화, 통합화, 장거리 투사능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우리도 소규모 부대에 의한 기동성과 장거리 화력의 위력, 그리고 상호 통합된 정보시스템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Ⅳ. 국방개혁 추진 방향
현대전의 양상 변화에 따른 군사력 현대화의 필요성은 물론이며, 50년간 유지해온 한미 연합방위태세로 인해 한국적 전략 및 군사교리의 발전은 지연되어 왔고,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 기획 능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해외주둔 기지 및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한국군의 전근대적 병영문화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군의 신뢰도는 저하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미래의 안보환경에 적절히 부응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확고히 지킬 수 있는 국방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본 장에서는 국방운영 분야, 군/부대 구조 분야, 군사력 현대화 분야 및 예산 소요 분야로 구분하여 국방개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국방운영 분야
1980년대 후반 이후 진전된 한국의 민주화는 국방운영에 있어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화로 인해 군의 정치개입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고 있으나, 급격히 변화하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군의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개인의 다양성과 자유주의적인 사고 경향이 한국사회 내에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여전히 과거의 명령-복종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권위주의적 문화는 점차 감소되고 있으나, 군은 권위주의적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국방 부문이 일종의 성역으로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군도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국방운영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새로운 국방운영체제 정립을 위해서는 첫째, 국방운영에 있어서 문민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국방운영에 있어서의 문민기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국방부 공무원의 정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하며, 현재 4%에도 미달하고 있는 군무원의 직위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국방운영에 있어서 문민기반을 확대함으로써 국방정책의 결정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각군간 이해관계의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선진국방에 부합하는 인력운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장교와 사병의 비율은 각각 25%와 75%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사관은 2%도 되지 않는다. 미래 전장환경에서 전투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장교와 부사관의 비율을 증대시켜야 한다. 또한, 현재의 징집제도를 개선하여 유급지원병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장기적 차원에서는 모병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셋째, 각종 전투지원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군은 전투 및 작전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전투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전투와 관련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히 민간 위탁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군이 유지하고 있는 각종 보급부대, 정비부대, 복지단 등을 민간에 위탁하는 조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국방개혁 2020」은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시설물관리, 차량정비, 오수처리, 세탁, 복지시설 운영 등의 민간 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나, 이 보다는 더 적극적인 민간 위탁이 필요하다. 단순한 out-sourcing이 아니라 현재 군이 수행하고 있는 전투 및 근무지원 기능 중 반드시 군이 수행해야 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과감하게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
넷째, 국방획득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율곡사업을 비롯한 전력증강 사업에서의 각종 비리는 군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획득사업에 있어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획득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형 직위를 확대하고 일반 공무원의 장기 근무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획득사업과 관련된 정보의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미래의 정보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선진 국방정보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미래 네트워크중심전쟁(NCW)에 대비할 수 있는 국방정보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보다 빠른 정보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확보도 필수적이다.
여섯째, 시민사회의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병영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군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군에 보낼 수 있고, 군 복무가 사회적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할 수 있는 병영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지휘통솔과 자율적인 내무생활의 여건을 보장해야 하며, 병영시설의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장기간 오지에서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는 병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군 복무 중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확충해야 한다.
2. 군/부대 구조 분야
한국군은 병력집약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117만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병력 중심의 전력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병력 구조는 간부의 비율이 사병에 비해 매우 낮은(간부 : 사병 = 25% : 75%) 사병 의존적 병력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700만명에 달하는 북한의 예비전력에 대비하기 위해 300만명에 달하는 예비군을 유지함으로써 이에 대한 과중한 부담과 자원관리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선진화된 국방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병력 위주의 군구조를 질적 위주의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확고한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전 수행에 적합한 군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즉, 첨단 무기체계의 확보를 지속 추진하여 질적인 정예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미래전 양상과 새로운 전장운용개념에 부합하는 첨단 무기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군 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국방개혁 2020」은 2020년까지 상비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정예화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약 68만명인 상비병력은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감소하게 되며, 육군은 548,000명에서 371,000명, 해군은 68,000명에서 64,000명으로 감소하며, 공군은 현재의 65,000명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육군 중심의 군 구조를 육․해․공군간 균형이 유지되도록 개선해 나가며, 작전지휘체제와 부대구조를 개편하여 미래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또한, 효과적인 작전수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중심의 작전수행체제를 구축하고, 부대의 수를 축소하는 한편, 중간지휘계선을 단축할 계획이다. 즉, 육군은 1․3군사령부를 해체하여 지상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2군사령부는 후방작전사령부로 개편하며, 군단사령부를 축소함으로써 지휘단계를 단축한다는 것이다. 해군은 현재 제한된 해역에 대한 감시 및 타격능력을 보유한 3개 함대사령부와 잠수함전단 및 항공전단 체제에서 한반도 전해역에 대한 감시 및 타격능력을 보유한 3개 함대사령부, 잠수함사령부, 항공사령부 및 기동전단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군은 북부사령부를 신설하여 남부사령부와 함께 2개 사령부 및 방공포병사령부 및 관제단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예기 도입을 추진하여 한반도 전역에 대한 정밀타격능력을 보유할 계획이다.
이상과 같은 군 구조 전환에도 불구하고 5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려는 것은 여전히 병력위주의 군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며, 진정한 국방개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020년도의 상비병력 규모를 50만명으로 설정한 것은 출산률 저하에 따른 징집자원의 자동감소를 고려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경량화, 신속화, 첨단화라고 하는 선진 국방 건설이라는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병력의 감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방예산의 약 70%가 병력과 부대를 유지하는 운영유지비에 할당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대폭적인 병력의 감축 없이는 미래전에 부합하는 정보과학군으로 탈바꿈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국방개혁 2020」은 육군 위주의 3군간 불균형 문제도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가들의 경우 육군의 비율이 전체 병력의 약 50-60% 정도임을 고려할 때 국방개혁 2020이 설정한 육군의 비율이 70%는 여전히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3군간 불균형은 독자적인 합동작전 수행에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1․3군을 통폐합하고 군단사령부를 축소하는 것이 국방개혁의 대안은 아니며, 각군이 어떠한 모습으로 합동작전을 수행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군 구조의 조정을 시도해야 한다. 미래에도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한국군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는 것으로 상정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수행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해․공군의 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3. 군사력 건설 분야
가. 군사전략 개념의 발전
군사력 건설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군사전략을 정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안보 여건의 변화와 우리의 대내외적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우리의 안보 여건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 하에서 역내 국가간의 갈등과 협력이라는 기본적인 구도가 지속될 것이며,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와 중국 및 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양 세력이 갈등과 대결 구조를 유지하는 형태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리의 여건을 고려할 때,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공고한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유지시켜야 한다. 평시에는 한․미 연합 억제전략에 바탕을 두고, 국지전 시에는 강력한 응징 보복 전략으로, 그리고 북한의 전면전 도발시에는 공세적 방어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과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즉, 평시에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 및 미국의 지원 능력의 연합 대응태세에 의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특히 미국의 핵 우산과 전시 개입태세가 보장되도록 긴밀한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미군의 전력 전개의 원활성 유지와 함께 연합 지휘 및 연합 작전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지전 발발시에는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국지 도발에 대한 응징의 시행에는 신중을 기하면서, 보복시 결정적인 전력으로 단기간에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응징보복을 한국군 단독 전력으로 단기에 수행해야 함을 고려할 때, 예상되는 다양한 분쟁 형태별 결정적 대응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북한의 전면전 도발시에는 미국의 증원전력의 전개 및 이에 의한 해외 보급 능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개전초 한국의 수도권 방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전선 유지 능력을 증대시켜야 하며, 적 종심에 대한 역공에 주안을 두는 공세적 방어개념 수행 전력, 특히 조기에 적 지역을 전장화하는 전력을 구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중․장거리 타격 능력에 대한 방호가 중요하다.
중기적으로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미․북 및 일․북관계의 개선으로 인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상당히 감소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동북아 국제관계는 불안정성과 유동성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또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 증대로 인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한․미 연합전력에 의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고, 북한의 국지전 도발에는 도발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신축대응전략을, 그리고 북한의 전면전 도발시에는 한․미 연합 전력에 의한 국가 총력전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평시에는 강력한 한․미 연합전력을 유지하여 북한의 도발 의지를 봉쇄해야 하며, 한국군은 가능한 수준에서 제한적인 독자적 억제능력을 구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억제력을 활용함과 동시에 한국군 독자적으로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전략형 억제전력의 확보가 중요하다. 북한이 국지전을 도발하였을 경우에는 북한 및 주변국과의 긴장상태가 현재의 북한과의 관계보다는 이완된 상황임을 고려하여,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도발을 방지하고 전쟁 대처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의 적대적 의지를 조기에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선별적 보복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북한 체제 불안으로 인한 전면전 발생시, 한․미 동맹관계의 변화 여부에 따라 미국의 지원 전력의 수준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으나, 최소한 공중 우세 및 해상 보급로 보호 등에는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미국의 지원에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지역 방어전력의 현대화와 함께 장기 지구전을 수행할 수 있는 동원전력 정예화에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가 한국 주도로 통일을 달성한다고 해서 위협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동북아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역으로 우발적인 충돌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강대국이 한반도에 개입할 여지는 항상 있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그러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 달성 이후에도 평시에는 거부적 억제전략을 추진하고, 국지전 발생시에는 국지전의 형태와 범위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취하며, 전면전 발생시에는 국가총력전으로 대응하는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즉, 평시에는 주변국의 전쟁 도발 억제는 기본적으로 한국군 단독으로 달성하되, 주변국 군사력이 우세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상대국의 취약점에 대해 강력한 화력으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 비록 제한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장거리 전략형 전력의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국지전 발생시에는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전쟁 대처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적의 적대적 의지를 조기에 포기하도록 하는 선별적 보복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분쟁 지역에 대해 단기간내에 대응 전력을 투입할 수 있는 신속대응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전면전 발생시에는 방어 종심을 활용한 축차적 재편 방어로 적 주력의 점진적 화해를 유도해야 하며, 기본적으로는 한국군 단독으로 방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우방국 및 동맹국의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군으로서는 해외 보급선 보호 능력과 함께, 지역 차원에서의 방어 능력을 현대화하고, 지구전 수행을 위한 동원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나. 군사력 건설 방향
이상에서 논의한 한국의 국방전략 개념에 의거할 때, 장기적 측면에서 한국의 군사력 건설에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는 다음과 같다.
(1) 전략적 억제력
전략적 억제력은 거부적 억제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주축 전력으로서 평시 전쟁 억제를 위한 직․간접의 수단과 주변의 군사활동에 대한 감시 수단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 구성은 상대측의 전쟁 도발의지에 대해 최소한의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물리적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적 지역내 주요 전략표적을 감시하고 파괴할 수 있는 전력, 평시 적극적 분쟁 대비태세를 적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지역적 거부 전력, 적의 사회기반의 취약성에 대한 정보전적인 침투 및 파괴 능력, 그리고 전쟁 도발 징후의 사전 포착을 중심으로 한 상대측의 군사활동 감시 능력과, 우리의 전략무기 운용을 위한 정보 전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전력은 전시의 실질적인 운용효과 보다는 평시 전쟁 억제를 위한 우리의 의지를 표현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억제전력을 보유하기 이해서는 첨단 과학기술, 막대한 예산 소요, 주변국의 견제 등 현실적 제약 요소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전쟁 억제력 수준에서 전력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전략적 억제전력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원거리 영역에 대한 감시 및 타격전력을 구비해야 한다. 감시전력은 정찰 위성을 포함한 장거리 정보 수집체계와 자동화된 정보전달체계 등이 주요 요소가 될 것이며, 타격 전력으로서는 지대지 정밀 유도무기와 유도무기를 장착한 잠수함, 그리고 고성능의 전폭기, 대공 제압 및 전자전기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미래 자주국방을 구현하는 동시에, 정보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 기술을 활용한 공격 및 방어 수단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2) 신속대응전력
신속대응전력은 주로 국지전 발생시 소규모의 분쟁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기동성 있는 전력을 중심으로 구비되어야 한다. 즉, 국지 제한전 및 우발적 군사충돌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핵심적 군사수단으로서 단기간내 결정적인 군사력 투사가 가능한 전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구성은 적의 의도적 또는 우발적인 우리 영토내 원거리 표적 타격에 대한 방어능력으로서 전구 방공능력, 통일 한국에 대한 적의 침공시, 방어 및 공세작전에서 시간의 단축을 보장하는 고속의 기동전력과 제한된 수준의 전술적인 타격 전력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력은 통일 한국군에 있어서 가장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실질적 전투효과도에 중점을 두고 운용의 신속성, 효과의 확실성 등을 보장하는 전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3) 기반 전력
기반전력은 전면전 상황을 가정하여 이에 소요되는 전력을 유사시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평시에 준비하는 상비전력을 의미하며, 방어 전력 및 동원 전력과 동맹 및 우방국의 지원 세력을 활용하여 적의 격퇴 및 조기 종전 유도의 기반이 되는 전력이다.
기반전력은 기본적으로 영토 및 내해 지역 방어에 중점을 두는 전력으로 군사적 긴장의 강도가 높지 않을 경우에는 상비 전력으로 유지하기보다는 동원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시간이나 기술적인 기반 측면에서 급속하게 진행시키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상비전력으로 설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동원체제를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전력의 규모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상비 병력은 감축하면서 효과적은 동원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전투력 발휘를 보장해야 한다.
4. 국방예산 분야
이상과 같은 전력을 구비하면서 선진 국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제한된 자원으로 국가 안보에 필요한 수준의 국방비 규모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국방비 규모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3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첫째는 소요 중심의 방법으로서 위협을 고려하여 국방소요를 판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충분한 방어력을 구축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제한된 재원 상황 하에서는 타분야의 희생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 또, 위협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발생될 수 있으며,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며 정챚적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부담능력 중심의 방법으로서 국가의 가용자원을 판단하고 이에 따른 적정 국방비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국가의 능력을 고려함으로써 타 분야의 희생은 감소될 것이나 충분한 또는 목표한 군사력을 건설하는 데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또한, 국가의 경제 규모에 따라 목표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셋째는 두가지 방안을 절충한 것이로, 위협의 크기, 동맹관계, 경제 및 기술 수준의 관점에서 적정 국방비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며, 가장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위에서 설명한 3가지 방법 중 절충안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의 국방비가 어느 정도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위협 측면에서 볼 때, 분쟁 국가의 국방비 부담률은 평균 GDP 대비 약 6% 정도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북한, 시리아, 중국, 대만 등 세계 22개 분쟁국의 GDP 대비 국방비는 약 6%이다. 반면, 한국은 2.7-2.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 평균인 3.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동맹관계의 측면에서 볼 때, 한미동맹은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추세에 있다. 「QDR 2006」에서도 미국은 동맹국의 역할과 상호운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의존해 있는 현재 수준의 국방비로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동맹관계의 약화가 초래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우리의 추가부담은 더욱 증가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결과, 현재 수준의 국방비로서는 선진국방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국방예산을 억제함으로써 전력투자비의 위축을 초래해 왔다. 90년대 후반부터 전력투자비 증가률은 연평균 2.4%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실질 규모는 정체 또는 감소된 것이다. 이로 인해 20-40년된 노후 장비를 교체 또는 도태시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기동력, 타격체계의 자주화 수준에서 북한에 뒤지고 있으며, 핵, 화생무기, 장사정포, 특수부대 등에 대한 위협 대비는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인건비를 제외한 경상운영비는 연평균 2% 증가해 왔는데 물가상승률 4%의 절반에 지나지 않아 사병의 복지 및 병영생활 향상은 기대하기 곤란하다. 이로 인해 병사 및 직업군인의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있으며, 교육훈련의 차질과 군수물자의 비축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전투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방개혁 2020」은 한국이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수준 세계 5위권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국방비 부담을 전제로 국방개혁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은 세계 60위권이다. GDP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국방비 부담률은 20-30위권인 5% 이상이 되어야 하며, 위협수준까지 고려할 경우 10-20위권인 7%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GDP 대비 2.8%의 국방비를 7%로 상향하는 것은 국민경제에 엄청난 애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주국방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국방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Ⅴ. 결 론
지난 90년대의 걸프전과 코소보전은 지식 정보화 시대의 전쟁이 어떠한 양상으로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시사하였으며, 아프간전은 걸프전과 코소보전의 경험을 토대로 더 발전된 형태의 전쟁 양상을 보여 주었다. 즉, 미국은 군사혁신을 통하여 전쟁의 양상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군사기술의 혁신, 작전 운용 개념의 혁신, 그리고 군사조직의 혁신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군사변환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군사기술의 혁신으로 이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정보․감시․정찰체계(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와 정밀 타격무기(precision guided munitions)를 첨단 C4I체계로 연결함으로써 전투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작전 운용 개념의 혁신으로 전장 정보에 대한 접근성, 기동성, 화력의 정밀성 향상으로 대별되는 현대전에 있어 전장에서의 공간과 시간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한정된 전장에 대한 축차적 전력 운용 개념에서 탈피하여 분산된 전력 요소를 동시에 통합하여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군사조직의 혁신으로, 정보화 기술 및 C4I체계 기술의 발달로 인해 조직 계층이 완화되고, 지휘폭이 증대되며,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아울러 통합성이 향상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에 입각하여, 지상군의 군사혁신은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상호 연계된 C4I체계에 의한 실시간 정보 수집, 전파 및 공유를 원활하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해군은 함정과 센서의 통합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협동교전 능력’(cooperative engagement capability)의 구축과 아울러 미사일 탄약함 및 스텔스 전함 등의 신 무기체계의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공군은 전투 공간의 확대로 우주체계의 공격 및 방호체계 구축과 인공위성을 이용한 표적 정보 수집 및 인공위성에 의해 유도되는 타격을 추진하고 있다.
작전 운용 개념에 의하면, 육군과 해군은 종심 및 근접 작전에서 군간의 합동성이 강조되는 전영역 동시작전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으며, 협동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군은 기민성과 반응력 향상에 중점을 두면서 중앙집권적 통제와 분권적 임무 수행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육․해․공군 공통적으로 우세한 기동, 정밀 전투, 전면방호 및 적시 적량의 군수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군사조직 분야에서는 정보 기술을 전제로 하는 네트워크형 조직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 단계와 시간을 단축하고, 하부 조직으로 권한의 이양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미국의 군사변환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쟁양상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군사력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개혁은 미래전 양상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선진 정예군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규모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것은 엄청난 재원의 소요를 발생시킬 것이다. 따라서, 과감한 병력의 양적 감소를 통하여 군사력의 질적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군의 전투지원 및 근무지원 업무를 과감하게 민간으로 전환할 경우 더 많은 병력 감소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군사력 현대화의 중심이 되는 첨단 무기체계와 정보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정보 능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전장 감시체계, 지휘․통제체계, 종심 정밀 타격체계, 정보 방호체계, 항공 및 미사일 방호체계 등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군사력의 운용 측면에서 합동 전장 개념하에 다양한 전력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전투 및 근무지원 기능의 과감한 민간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군별 독특한 체제와 특성을 인정하는 틀 속에서 합동성과 통합성을 강조함으로써 미래전의 특성인 합동전장의 개념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군사력 현대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국방개혁 2020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국방비 총액이 약 621조원에 달할 것이며, 그 중 개혁 소요는 약 6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최대 3%가 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국방비 부담으로 진정한 자주국방 능력을 구비한 선진 국방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국민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며, 국민적 지지가 없을 경우 국방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적 합의와 국민의 신뢰만이 성공적인 국방개혁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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