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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많은 늙은 혼백들의 친일파 규탄, 절망 느낀다"

鶴山 徐 仁 2005. 11. 20. 17:51
문학평론가 유종호 교수 비판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5.11.20 11:06 45'


▲ 유종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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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호, 친일청산 운동, 매카시즘
“삶 경험이 얕은 젊은이들이 친일파 규탄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흠집 많은 늙은 혼백들이 그러는 것을 보면 솔직히 인간에 대해 절망을 느낀다”

문학평론가 유종호 교수(연세대)가 ’친일청산’ 운동에 대해 매카시즘을 비판하기 위한 ’역(逆) 매카시즘’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친일파 청산운동 또한 매카시즘을 청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매카시즘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 교수는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기고한 ’안개 속의 길-친일 문제에 관한 소견’이라는 글에서 “현재 거론되는 후기 친일행위의 대부분이 태평양전쟁 시기의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불행을 남의 일처럼 비방하기에 우리 과거사는 지나치게 기구하고 혹독했다”고 지적했다.

글 첫머리에서 그는 “일제말기 국민총동원 체제의 숨막히는 사회 분위기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라는 점에서 친일문제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됐다”면서 “일제 부역자들에게 남겨진 죽음, 망명, 부역의 선택지 중 죽음과 망명을 택하는 지사들도 있지만 그런 선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지금의 친일파 청산운동이 일제말 총동원 체제를 살다간 사람들에 대해 ’부역’으로 대표되는 친일행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죽음과 망명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한다는 요구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그러면서 “사실상 40년이 넘는 일제의 한국 지배 기간을 완전히 티없이 지낸 ’기적의 잔류자’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의하면 친일행위를 따지는 작업과 병행해, 혹은 그에 앞서 친일 행위자를 대량 생산한 원천적인 사회적 조건을 성찰하는 일도 중요하다. 여기서 유 교수는 조선을 붕괴시키고 결국 일제의 강제 병합으로 몰고간 원인들을 주시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고종이나 순종 같은 암주(暗主:어리석은 임금)와 부패한 그 수하자들에게 순종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은 신참 외래 점령군들과 식민주의자들에게도 똑같이 복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일행위 이전에 그런 친일행위를 양산한 원인과 그 원인 제공자들에 대한 일종의 ’심판’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병합과 함께 자결하는 바람에 충정공이 된 민영환이 녹두장군 전봉준이 중앙 탐관오리의 대표자로 거론한 3명 중 한 명이며, 독립운동가로 꼽히는 조명희는 그 자신은 소련으로 망명했으며, 조선에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천추의 한을 안겨다 준 사실을 꼽았다.

유 교수는 나아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일제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재의 잣대로 비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친일인명사전 편찬과 같은 지금의 친일행위 청산 운동에 대해서도 시종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특히 문학계의 친일청산 운동과 관련, ’친일문학론’을 저술하는가 하면, ’친일작품집’을 편찬한 고 임종국 씨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임종국 씨가 “그나마 두 개의 민족지(조선.동아일보)와 해방 전 우리 문학지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 ’문장’ ’인문평론’이 폐간된 것은 역설적이지만 (임종국씨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그러지 않았던들 ’친일문학론’ 저자의 노력은 한결 고단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친일문학가의 대표주자처럼 거론되는 시인 서정주와 관련해서는 “(친일) 잡문 몇 편을 썼다는 것 때문에 (문인들을) 중죄인 취급을 받게 하는 것은 형평성 없는 가혹한 저울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서정주의 “친일 문서가 아무런 울림이나 영향력을 갖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며, 그의 유명한 시집 ’화사집’도 “단 백 부를 찍었을 뿐”인 상황에서 “그의 (친일적인) 글을 읽고 군인이나 군속으로 지원해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자신과 비슷하게 암울한 일제말 식민지시대를 경험했음에도, 지금에 와서 친일파 청산운동을 벌이는데 사람들에 대해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흠집 많은 늙은 혼백들”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