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3.16. 03:2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새시장에서 족발을 시식한 후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2024.3.15/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4일 세종시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살 만하다 싶으면 2번(국민의힘)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고 말했다. 국민을 편 갈라 상대편은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대선 후보까지 지낸 최고위 정치인의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통합에 노력하는 것이 정치의 첫 번째 사명이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가 도리어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투표는 모든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자기 당을 찍지 않을 사람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과거 한 정치인이 “노인들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에 부딪혀 결국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 대표는 엿새 전에도 자신의 지역구 주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했다. ‘2찍’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지난 대선에서 2번을 찍은 국민은 거의 50%에 달한다. 국민 절반을 이렇게 함부로 비하한다. 이 대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말을 했다. 지금 윤 대통령 지지도가 낮고 정권 심판론이 높으니 반대편이나 중간에 있는 유권자를 무시하고 자기 지지층만으로 선거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공천도 여론을 무시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의 그간 궤변, 말 뒤집기 사례는 헤아릴 수가 없다.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하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위성정당 금지를 약속하더니 이를 또 혼자서 뒤집었다. 이제 국민들도 이 대표의 약속 뒤집기와 막말, 궤변에 대해선 무뎌진 탓인지 그러려니 한다.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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