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소득 통계 조작” 11명 기소… 진실 규명해 재발 막아야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4년 3월 16일 01시 45분
집값 통계를 125차례 조작한 혐의 등으로 검찰이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정책실장을 비롯해 11명을 기소했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통계를 얻기 위해 조사기관을 압박해 국가통계의 정확성,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게 이유다. 다만 기소된 전 정부 관계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진실은 법원의 판단으로 가려지게 됐다.
검찰은 2018∼2021년 김수현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집값 변동률 주간 통계가 확정되기 전에 미리 받아 보고, 원하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를 압박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원 담당자가 사전보고 중단을 요구하자 김상조 전 실장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 텐데 괜찮겠냐”고 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한다.
가구소득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 통계가 2018년에 악화됐을 때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이 외부 유출이 금지된 통계 기초자료를 청와대로 가져오도록 지시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자료를 토대로 홍 수석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이 지적했다.
기소된 전 정부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수현 전 실장은 “문 정부 어떤 인사도 부동산 통계를 조작하거나, 국민을 속이지 않았다”는 입장문을 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며 수사가 늦어져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무더기 기소에 나선 데 대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감사원이 통계 조작 수사를 의뢰한 22명 가운데 장하성 전 정책실장 등 11명에 대해선 기소를 포기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좌우하는 국가통계가 어떤 이유로든 왜곡되는 일이 벌어졌다면 심각한 문제다. 잘못된 정책 처방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난 정부에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한 부동산 통계와 이를 바탕으로 추진된 정책은 집값 폭등과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를 불렀다.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에 눈을 감은 여파는 지금까지 자영업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는 통계 조작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재판을 통해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잘못이 확인될 경우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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