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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말만 빠른 정부

鶴山 徐 仁 2020. 4. 2. 12:58

[경제포커스] 말만 빠른 정부

조선일보

입력 2020.04.02 03:16

코로나로 생계 위협받아도 도와준다는 정부는 곁에 없어
준비 없이 돈 준다 발표부터 총선용 공포탄에 국민 혼란

김영진 경제부장
김영진 경제부장
며칠 전, 대구에서 한 식당 주인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생활고를 비관하다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밀린 종업원들 월급 670만원과 월세, 공과금을 내지 못해 목숨까지 버릴 생각을 했다고 한다.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제활동이 올스톱되면서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자금난이 목에 찼지만 도와준다던 정부는 옆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을 '비상 경제 시국'이라고 규정하면서 "경제 위축으로 직접 타격을 받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는 역할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3월 17일, 국무회의)고 했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주 52시간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이번엔 정부의 허술한 코로나 대책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긴급자금 1000만원을 준다는 정부 말만 믿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은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허탕을 쳤다. 먹고살 돈 빌리러 갔다가 마스크 대란 때처럼 긴 줄만 서다 만 것이다. 대출확인서 담당 직원이 300여명에 불과한 공단에 수백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을 책임 지운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이번 정부는 통도 크고, 참 잘도 지른다. 기업 지원금을 5일 만에 5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2배로 키우더니, 다시 6일 뒤에는 중산층까지 100만원을 주는 9조원대의 '긴급재난지원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월급이 얼마나 되어야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못 밝히고 허둥대고 있다. 발표 다음 날엔 경기도에서 지자체 부담금 20만원을 못 내겠다고 반발했다. 지원금 지급 기준도 정하지 않고, 지자체들과 협의도 안 한 채 무작정 100만원을 주겠다고 한 셈이다. 평소 같으면 월급 액수별, 가족 수별, 지자체별 지원 금액을 A4 용지에 깔끔하게 표로 만들어 상세하게 안내했을 텐데, 이번엔 대답도 시원치 않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준비도 안 하고 내지르는 걸 보면, 보름 뒤 총선을 겨냥한 묻지마 공포탄을 쏴대는 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과거 정부를 흉내 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비상 대책이란 걸 내놓고 있지만, 반응도 신통치 않고 정책이 먹히질 않는다. 첫 번째 회의 때 발표한 증권시장안정기금이 대표적이다. 그날 증권가에선 정부 발표와 동시에 대규모 자금이 증시에 쏟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금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고 빨리 준비하겠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하나 마나 한 말뿐이었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주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돈 없어 문 닫는 기업은 없게 하겠다는 대통령 말도 시장에선 통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사들여 자금난을 속 시원히 뚫어주겠다고 앞장서는데, 우리는 숨 넘어가는 기업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하고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한국은행은 정부 보증 없이는 돈 떼일 위험이 큰 회사채를 직접 못 사준다며 버티고, 기획재정부는 뒷짐 지고 있다. 한국은행이야 기준금리조차 눈치 보고 뒷북치는 일이 다반사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팀 맏형은 그래선 안 된다. 경제부총리가 한국은행 총재를 찾아가서 "보증해 줄 테니, 회사채 좀 사달라"고 부탁하면 안 될까.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온 세상 석학들이 얘기하고 있는데,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대·중소기업에 산소마스크를 씌워줘야 할 경제팀 선수들은 서로 책임 안 질 생각만 한다.

전직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이번 위기는 살아남으면 대박"이라고 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가라앉고 판도가 달라질 테니, 위기 이후 도약을 위해 지금 피해를 최소화시켜 산업 생태계를 최대한 살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그런 계획이 있기는 한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2/20200402000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