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은행의 달러 보유 한도를 높이는 등의 금융 불안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투매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또 4.9% 폭락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10년 만에 최고치인 1245.7원으로 올라갔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1월 중순 이후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13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1년 동안 외국인 순매도액 26조원의 절반이 불과 두 달 만에 빠져나갔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한국자산 매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외화 유동성 부족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현재 우리가 확보한 외환 보유액은 4019억달러로,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의 두 배에 달한다. 당장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나 안심할 수는 없다. 경상수지부터 악화되고 있다. 올 1월 경상 흑자는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10억달러에 그쳤다. 그만큼 달러가 덜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수출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추기 시작했으며, 국가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작년 12월보다 두 배나 높아졌다. 그 여파로 대기업과 공기업이 해외채권 발행에 실패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할 뿐 아니라,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겨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번 경제위기는 미국·중국·유럽 등 전 세계에서 동시에 번지고 있다. 그래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충격을 조기 차단하지 못하면 외화의 대규모 이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 불안이 커지는 와중에 외화마저 불안해지면 한국 경제는 지금으로선 생각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이런 나라가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확실한 안전판은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과 통화 스와프(교환) 계약을 맺어 만일의 경우 달러를 지원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미 부시 행정부와의 교섭에 총력을 기울여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한·일
관계가 좋았던 김대중 정부 시절 준(準)기축 통화국인 일본과도 통화스와프를 맺어놓았다. 그 후 미·일과의 통화스와프는 종료됐다. 이를 되살릴 수 있다면 국제금융가의 신뢰를 확보하고 기업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어렵지만 미국과는 충분히 협의해 볼 만하다. 이를 위기 대응책의 최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외교적 노력을 집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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