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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대통령, '노무현 2期' 아닌 統合·協治 불가피하다

鶴山 徐 仁 2017. 5. 10. 15:42


[사설] 文 대통령, '노무현 2期' 아닌 統合·協治 불가피하다


    탄핵으로 인한 헌정(憲政) 사상 초유의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39.5% (밤 12시 30분까지 개표 결과)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탄핵 사태의 반사 이익이지만, 정권 교체 열망을 자신에게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라는 압도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39.5%에 그쳤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1987년 대선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이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느냐에 문 대통령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지금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많은 국민은 앞으로 '노무현 2기(期)'가 펼쳐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거의 매일 갈등과 분열로 지고 샜던 당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다. 문 대통령이 그 시대를 넘어서서 통합하고 협치하는 새로운 대통령상(像)을 보여준다면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국민들도 곧 성공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당장 문 대통령에게는 정권 인수 준비 기간도 없다. 총리 후보 지명과 청와대 인선, 조각(組閣)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해 7개월 이상 공백 상태였던 국정을 최단 시일 내에 정상화시켜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이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이 되지 않으려면 총리 후보자는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통합형 인사가 발탁될 필요가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 구조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협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면 바로 야당 당사부터 찾겠다"고 한 바 있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

    대통령은 다른 무엇보다 나라를 지키는 자리다. 문 대통령은 대북(對北)· 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해 왔고 이는 선거 기간 내내 주요 이슈가 됐다. 많은 국민과 우방국들은 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했다.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란 지적이 나오고 김정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이란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여전히 무게중심은 '재개' 쪽에 있다. 국민 동의 없는 독단적 결정은 큰 문제를 낳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배치된 사드를 국회 비준 표결에 넘기겠다고 했다. 군 장비 도입을 국회 비준에 넘긴 전례가 없다. 북핵·미사일을 막는 사드가 이토록 문제가 된 것은 오직 중국 반대 때문이다. 앞으로도 중국이 반대하면 군사 조치를 국회 비준에 넘길 것인가. 하나하나가 국내적으로 커다란 갈등을 예고하고 있는 문제로 야당과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북 핵실험이 5차에 이르면서 핵무기는 실전배치 직전 단계에 있다. 이복형을 암살한 김정은 정권의 폭력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문 대통령은 교류와 당근으로 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자세다. 이를 알고 있는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원을 얻어 핵무장을 완비할 시간을 벌며, 한·미를 이간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국내 여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얽힌 실타래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풀어야 한다. 미국의 새 정부와 대북 정책을 조율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 과정을 통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문제, 사드 문제, 대중(對中) 문제 등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또 다른 차원의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손익을 넘어선 가치 동맹'이라는 관념을 흔들어 놓았다. 한국 사드 비용 부담 요구도 꺼진 불이 아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새로운 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아도 문 대통령 지지 세력 일부는 반미(反美)적 성향이다. 문 대통령도 선거 초반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 사태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인구 절벽과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일하는 소수가 일하지 않는 다수를 책임져야 하는 체제로 진입했다. 문 대통령은 아동수당과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65세 이상도 실업급여 적용,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수당 인상 등 연령대별로 현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쏟아냈다. 한번 돈을 주면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한다는 공약도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한번 채용하면 수십 년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새 정부의 복지·일자리 공약은 과연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준인가. 문 대통령은 연평균 35조6000억원, 5년간 178조원이 든다고 추산했지만 전문가들은 모자란다고 한다. 이 역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모으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것이다.

    복지와 분배라는 한쪽 바퀴만으로 우리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경제 분야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성장에 대한 실천적 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성장률 2%대에 허덕이는 저성장으로는 일자리도 만들 수 없고, 복지에 필요한 재원도 조달할 수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과 경기 활성화를 말하긴 했으나 추상적인 언급에 그쳤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는 역시 구조 개혁과 규제 철폐다. 지금의 민주당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관건은 정치의 대전환이다. 과거의 '군림하는 대통령'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분권(分權)은 대통령 선의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그 유일한 길이 개헌(改憲)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시행해 개헌을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정부 내 개헌특별위원회, 국민 참여 개헌 논의 기구도 즉시 가시화돼야 한다. 지금 개헌은 문 대통령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는 지지자보다 더 많은 반대자가 존재한다. 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대통령상(像)을 세우는 것이다. 턱도 없는 권위주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또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면 힘은 줄지 않고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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