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늘 투표, 분열과 저주 끝내는 날 될 수 있는가
입력 : 2017.05.09 03:20 | 수정 : 2017.05.09 06:30
오늘은 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정확히 5개월,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지 2개월 만이다. 오늘 늦은 밤이나 내일 새벽이면 당선인이 결정된다. 이 당선인은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내일부터 바로 대통령으로 취임해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지난 몇 개월간 유례를 찾기 힘든 갈등과 국정 혼란을 경험했다. 안보 위기 속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세력이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2개월 동안의 벼락치기 대선 기간에도 세대와 지역, 이념으로 갈려 서로를 적대시했다. 많은 국민은 오늘로써 마침내 나라가 정상화돼 추락한 국격과 국정 공백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날이 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끝나고 투표의 날을 맞은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희망을 갖기가 쉽지 않다. 지난 두 달 동안 선거전 이슈는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과 부인, 그리고 어떤 후보의 과거 막말 같은 것이었다. '내가 아니면 모두 악(惡)'이라는 식의 편 가르기는 더 심해졌다. 마지막 여론조사까지 1위를 달린 후보 측 사람들은 '청산(淸算)' '극우 보수 궤멸' 같은 섬뜩한 말을 하더니, 선거 이틀 전에도 선대위 고위 간부가 '부산·경남 패륜 집단'이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띄웠다가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경남 지역민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그렇게 들리는 말을 예사롭게 할 정도로 선거판에 적대감, 무분별이 팽배해 있다. 다른 후보들이라고 나을 것도 없었다. 제대로 된 비전보다는 다른 사람을 흠 잡고 깎아내리는 데만 열중했다. 보도와 여론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린다'는 식의 위협이 공공연히 벌어졌다. 오죽했으면 여론조사 지지율 한 자릿수에 그치는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더 큰 주목을 받았겠는가.
이제 대통령 한 사람이 군림하는 일방통행식 국정의 시대는 끝났다. 누구든 그렇게 하려고 하다간 지난 몇 달의 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너무나 어렵게 잡은 분권과 협치의 기회다. 이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살려 나가야 한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가 있다면 모든 후보가 분권과 협치를 존중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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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8/20170508022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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