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넷향기] 이동환 교수의 "화! 내가 만든다!"

鶴山 徐 仁 2017. 3. 24. 20:23

화! 내가 만든다!

 

이동환

여러분, Adam Davidson 감독의 'The Lunch Date' 단편영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내용이 매우 교훈적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어떤 백인 귀부인이 기차를 타기 위해서 기차역으로 뛰어갑니다.
가다가 어느 흑인 남성과 부딪히면서 쇼핑백을 떨어뜨립니다. 백 안에 있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그것을 주워 담느라 기차를 놓치게 됩니다. 운이 참 안 좋죠.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샐러드를 시킵니다. 그런데 샐러드가 나왔는데 포크가 없습니다.
포크를 가지러 갔다 오는 사이에 허름한 흑인 남자가 앉아서 샐러드를 먹고 있습니다. 백인 귀부인은 너무나 황당합니다.
그래서 마주 앉아 흑인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백인 귀부인 역시 샐러드를 먹기 시작합니다. 샐러드 한 접시를 같이 먹는 굉장히 우스운 광경이 벌어집니다.

샐러드를 먹으면서 이 귀부인 생각이 어땠을까요? 당연히 안 좋았겠죠.
잠시 후 흑인 남성이 커피 두 잔을 시켜서 한 잔을 귀부인에게 건넵니다. 이렇게 귀부인은 커피를 얻어 마시고 기차 시간이 되어 레스토랑을 나옵니다.
그런데 깜빡하고 쇼핑백을 놓고 나와 다시 레스토랑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자리엔 흑인 남자도 없고 쇼핑백도 없어졌습니다.
이 귀부인은 '오늘 왜 이리 일이 안 풀릴까' 생각하며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터벅터벅 나가다가 테이블을 다시 한 번 돌아 봅니다.
그 순간 정말 신기한 것을 발견합니다. 흑인 남자와 앉아서 샐러드를 먹었던 자리 바로 옆자리에 샐러드 한 접시와 쇼핑백이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이 귀부인은 포크를 가지러 갔다가 착각하여 자기 자리로 가지 않고 흑인 남자의 자리로 가서 그의 샐러드를 뺏어 먹은 것이죠. 게다가 커피도 한 잔 얻어먹고 나온 겁니다.
그때 이렇게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분이 정말 고마운 분이었구나, 그분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 샐러드를 나눠주고 커피까지 대접했구나'
그전에 쌓였던 화가 그대로 풀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상황은 바뀐 게 없는데 나의 오해로 화가 생겼구나'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나를 화나게 했을 때, 그의 무례함에 화가 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었을지 우리는 모릅니다. 거기에 따라서 화가 풀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상황은 바뀌지 않으면서도 언제든지 나의 화는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의 내용입니다.
수도승이 매일 새벽마다 호수에서 배를 타며 명상을 즐깁니다. 그런데 하루는 명상 중에 어떤 배가 쿵 부딪히며 충격을 주게 됩니다.
수도승은 갑자기 화가 나 어떤 사람이 명상하고 있는 나에게 무례하게 노를 저어 부딪혔는지 고개를 돌려 화를 내려고 보았더니 글쎄 그 배는 빈 배였습니다.
아무도 타지 않았고 그냥 떠내려오면서 부딪힌 것입니다. 수도승은 화가 났지만 화를 낼 대상이 없어진 거죠.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화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많은 감정들 중에서 분노라는 감정은 인간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흔한 감정입니다.
화나게 하는 그 상대가 어떤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화가 가라앉거나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분노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