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29 11:57 | 수정 : 2013.12.29 12:19
노무현 때 발탁, 이명박·박근혜 때에도 승승장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파업 노조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징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28일 코레일은 파업주동자 145명, 파업선동자 345명에 대해 파면ㆍ해임 등의 중징계를 전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노조와는 더 이상의 추가 대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코레일이 징계 절차에 착수했지만, 아직 6957명의 노조원들이 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와 ‘내년 임금 6.7% 인상’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핵심 인력인 기관사 파업 참여 인원은 총 2717명으로 이 중 78명만 업무에 복귀했다.
코레일이 징계 절차에 착수했지만, 아직 6957명의 노조원들이 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와 ‘내년 임금 6.7% 인상’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핵심 인력인 기관사 파업 참여 인원은 총 2717명으로 이 중 78명만 업무에 복귀했다.
-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노조 측에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 최 사장.
최 사장은 1956년생으로 대전이 고향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 경영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한국철도대학 운수경영과 교수를 시작으로 교수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2004년까지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재단 설립준비위원회 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2004년 여성 전문가 풀을 구성하던 노무현 정부가 철도 관련 전문가로 최 사장을 전격 발탁했다.
최 사장은 2004년 철도청 차장을 거쳐 2005년에는 여성 최초로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정권이 바뀌었지만, 최 사장은 승승장구한다. 최 사장은 열린우리당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철도대학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대표적인 박 대통령의 사람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이 코레일 사장으로 내정되자 낙하산 논란도 불거졌었다. 최 사장은 지난 2006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선거 유세장에서 칼로 얼굴이 상하는 테러를 당하자 병원을 오가며 박 대통령을 간호해 박 대통령에게 강한 믿음을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최 사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해왔다. 2012년 8월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찬회에 참석한 최 사장은 “우리 5000년 역사에 여성이 국가최고지도자였던 적이 거의 없다. 국민이 힘들 때 어루만지고 삼국통일의 기반 닦은 게 여성 최초 임금 선덕여왕”이라며 “대한민국 근혜 스타일~ 친근해! 포근해! 화끈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활짝 웃으며 건배를 했다는 후문이다.
최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돕기도 했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19대 총선에선 대전 서구을에 출마하기도 했다. 올해 10월 한국철도공사 사장 취임 전까지도 새누리당 대전시당 서구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다.
- 지난 2005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現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당시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부사장.
최 사장은 이번에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4356명 전원을 직위 해제했다. 또 파업이 시작되고서 지금까지 총 3차례나 대(對)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파업에 대처하겠다”, “연말연시에 국민의 발을 묶는 불법파업은 하루속히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노조요구 수용불가’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최사장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노조와 마라톤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27일) 밤 12시까지 복귀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낸 상황에서 더 이상의 노사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강성 노조로 악명이 높다. 철도노조가 아직 임금 인상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이번에도 노조는 철도 민영화 반대와 더불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파업이 장기화되는데다 강골(强骨)끼리의 싸움인 만큼 먼저 백기를 드는 쪽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파업으로 최 사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먼저 노조 측이 투항하게 도면 최 사장의 입지는 자연스레 높아질 공산이 크다. 최 사장은 큰 암초를 무난히 넘은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얻음과 동시에, 본인이 내세웠던 ‘법과 원칙’을 지켜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훈장까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최 사장은 취임 1개월 무렵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서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최 사장은 “누적 부채가 17조원을 넘고, 부채 비율도 400%에 육박한다”며 “파업이 아무리 길어진다고 해도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사의 기 싸움이 노조 측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 최 사장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재무구조 개선’ 이라는 실리(實利)와 ‘국민 불편 해소ㆍ불법 파업 불가’라는 명분을 모두 잃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며 승자의 영예를 만끽할 수 있다.
최 사장은 과거 허준영 사장 시절 노조가 두 손을 들었던 경험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허 사장은 2009년 철도노조가 파업에 나서자 당시 노조 집행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최 사장과 비슷한 강공을 펼쳤던 것인데, 철도노조는 8일간 파업을 이어가다 부정적인 여론에 밀리며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최 사장이 처한 현재 주변 상황은 허 사장 재직 당시와는 조금은 다르다. 2009년 철도노조는 단체협약 해지를 이유로 파업에 돌입하면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었지만, 이번에는 야당이 철도 민영화 반대라는 명분 아래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코레일의 자회사 설립 문제는 법원이 자회사 설립에 대한 비용 인가를 해주면서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27일 코레일은 법인 설립 등기를 신청했고, 이날 밤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에 면허를 내주기 위한 내부 결재 3~4단계를 30분 만에 밟아 이날 밤 9시쯤 면허를 발급했다. 최 사장의 강수 대응에 정부가 적극 지원해 주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