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난 開城工團에 더 이상 未練을 가져서는 안 된다
박근혜(朴槿惠) 정부가 드디어 개성공단 잔류 근로자들의 전원(全員) ‘귀환’을 결단(決斷)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았을 정부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결단은 단호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서는 안 된다. 행여라도 개성공단 사태를 반전(反轉)시킨다는 구실로 설익은 이른바 ‘한반도 신뢰조성 구상(構想)’을 꺼내드는 망발(妄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무모하기 짝이 없는 북한 수뇌부로 하여금 그들의 망령(亡靈) 든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가 그들 자신에게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를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하여 북한이 보여준 행동은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남한의 ‘종북(從北)’ 세력들의 주장과는 달리 김정은(金正恩)을 정점(頂点)으로 하는 북한 수뇌부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이 그들에게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을 능가(凌駕)하는 고통과 고민을 강요하는 골칫거리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개성공단은 그곳에 투입된 5만3천여명의 ‘근로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호구(糊口)를 해결해주면서 연간 9천만 달러의 외화(外貨) 벌이를 가능케 해주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들 30만명에 가까운 북한 인구가 남한의 ‘돈’에 생계(生計)를 유지하면서 남한 체제의 우월성(優越性)을 실감(實感)하는 일상생활을 감수(甘受)하게 만들어 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간식(間食)으로 나누어준 초코파이가 개성 및 인근 지역의 농민시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 같은 사실을 입증(立證)하는 사례(事例)다.
30만명에 가까운 북한 주민이, 그것도 남한과의 전략적 접경지대인 개성에서, 남한 사회의 우월성에 노출되었을 뿐 아니라 생계를 남한에 유지하는 생활이 장기화되는 상황은 안으로 북한 체제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맹목적 사상적 결속을 바탕으로 실체(實體)가 분명치 않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가지고 극단적으로 과격한 ‘말 대포’를 앞세워서 남한 및 미국을 중심한 국제사회와 대결을 조작(造作)하여 ‘국가’의 생존을 지탱해야 하는 북한 수뇌부에게는 큰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구나, 특히 휴전전 전역에 걸쳐서 간헐적(間歇的)으로 전쟁 상황을 조작(造作)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高潮)시켜야 하는 북한 수뇌부의 입장에서는 더구나 개성과 그 주변에서 남한사회의 풍요(豊饒)로움에의 노출이 장기화되는 30만명에 가까운 북한 주민들의 존재는 주민들의 사상적 결속과 이에 근거한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해야 하는 북한 수뇌부에게 안보 차원에서도 치명적인 불안감을 안겨주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역사적으로 북한 경제의 대외개방을 가로막아 온 최대의 장벽은 경제논리를 외면하고 정치논리를 고수해 온 북한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1970년대 초 남한에서 본격화된 대외개방을 통한 경제건설에 자극을 받은 북한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몇 나라의 기업들을 남포 지역으로 유치했지만 북한 당국의 지나친 사상단속으로 근로자들의 낮은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데 충격을 받은 유럽 기업들은 도망치듯 북한으로부터 철수했고 이 무렵 북한에서 100여건의 ‘합영(合營)’ 기업을 벌였던 친북 재일교포 기업들도 김일성(金日成)에게 그들의 고충을 호소하는 연명(連名) 편지를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제히 철수했었다. 1980년대 초 대우(大宇) 그룹의 김우중(金宇中) 회장이 남포 지역에 건설했던 섬유 위주의 ‘경공업공단(輕工業工團)’도 생산기술 이전을 위한 남측 기술자들의 방북(訪北) 기간이 당일치기로 제한되는 가운데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채 3개월 간격으로 교체되는 북한 근로자들이 퇴직할 때마다 공장 기계의 부속품과 그 밖의 자재(資材)들을 뜯어서 반출(搬出)하는 비행(非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과 2년만에 철수해야 했었다.
북한 수뇌부는 이 같은 상황의 복잡성 때문에 2008년말부터 개성공단 문제에 관해서도 좌고우면을 계속해 왔다는 사실을 그 동안의 경과가 잘 말해 준다. 북한은 드디어 개성공단의 존재가 북한 체제에 가하는 위협의 정도가 공단의 운영을 계속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꿀물’에 더 이상 연연(戀戀)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정치적 판단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로 인하여 그들이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면서 공단의 폐쇄를 자초(自招)하는 자살적(自殺的) 행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개성공단이 이미 그 생명력(生命力)이 소진(消盡)되었음을 웅변(雄辯)해 준다. 따라서, 개성공단에 대한 대한민국의 선택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개성공단 현장에 방치되어 있는 우리측 근로자와 그 밖의 인원들을 귀환시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되어야 했고 그러한 의미에 이번 박근혜 정부가 취한 조치는 전적으로 정당하다. 다만 조금 더 일렀어야 했고 그 때문에 우리는 만시지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잔류 인원의 귀환 후에도 개성공단의 운영 재개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북한이 보여주는 태도로 볼 때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이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순수한 경제논리에 입각한 공단의 운영에 호응할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발생하는 남쪽의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국가가 필요한 최소한의 보상(補償)을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보상에는 고려되어야 할 두 가지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로는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기업들도 응분(應分)의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개성에 진출했던 123개의 기업들은 예외 없이 대한민국의 현 노임 체제로는 생산성이 경쟁력을 상실하여 이미 도태(淘汰)되었거나 도태 도중에 있었던 사양기업(斜陽企業)들이다. 이들 사양기업들은 북한 근로자들의 수탈적(收奪的)인 노임과 함께 남한 당국이 국민의 혈세(血稅)를 멋대로 축내서 제공하는 다양한 불공정한 혜택을 가지고 생산성이 소진(消盡)된 그들의 경쟁력을 보충(補充)하겠다는 결코 순수하지 못한 생각으로 이른바 ‘햇볕정책’이라는 대북 유화(宥和) 정책을 추구하던 당시 ‘종북(從北)▪좌파(左派)’ 정권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현혹(眩惑)되어서 ‘적지(敵地)’에 위치한 개성공단이 갖는, 위험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개성으로 들어간 ‘하루살이 불나방’들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이미 예고되었던 위험부담이 현실화된 데 대하여 비록 인도적인 견지에서 국가가 부분적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을 감수(感受)하더라도 지나친 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들 자신이 감수(堪耐)해야 마땅한 손실은 알아서 감수(甘受)하는 것이 옳다. 다만, 국고로부터 보전 받는 최소한의 손실을 넘어서는 손실에 대해서는 국민의 혈세가 아니라 당시 국민을 기망(欺罔)하면서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우격다짐으로 추진한 ‘종북▪좌파’ 정권의 관련 책임자로부터 보전 받는 법적인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옳다.
논자(論者)들 가운데서는 개성공단에 남겨진 시설과 기계를 북한이 이용하여 이것을 가지고 다른 외국 업체를 끌어들여 사업을 계속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마치 그렇게 되면 우리 국익(國益)에 큰 손실이 올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양보를 해서라도 개성공단을 살려야 한다”는 궤변(詭辯)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궤변은 천부당▪만부당한 허설(虛說)일 뿐이다. 실제로는, 일단 폐쇄되어 남으로부터의 전력(電力)과 용수(用水)의 공급이 단절된 개성공단은 아무런 경제성이 없는 고철(古鐵)과 쓰레기의 더미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에 전개된 개성공단의 폐쇄 경위와 아울러 그 동안에 보여준 북한의 무법적인 행동을 목격한 다른 국가에서 감히 위험을 무릅쓰고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무모한 기업이 생길 리도 없을뿐더러 이를 지원할 바보 같은 정권이 다른 나라에도 생겨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더구나, 개성공단의 생명은 시장(市場)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에 겪은 상황을 목격한 어느 시장에서도 앞으로 개성공단에 제품을 발주(發注)할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개성공단은 이제 끝장이 났다. 개성공단에 남겨진 시설과 기계 및 설비들은 몽땅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쓰레기가 되었다. 남쪽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하여 어떠한 미련(未練)도 가져서는 안 된다. 좋게 말해서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치부(置簿)해야 할 이번 개성공단 사태를 겪고 나서 정부와 국민이 확실하게 깨달아야 할 사실은 이번의 체험을 통하여 앞으로 북한을 다룸에 있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실수(失手)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우리는 또 한 번 부동(不動)의 진리를 터득했어야만 한다. 그것은 현 체제의 붕괴를 포함하여 북한 체제의 확실한 변화가 선행(先行)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남북대화나 실질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미련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바로 이 같은 깨우침에 토대를 두고 마련되고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고 정부와 국민의 대북정책관이 그 같이 정비된다면 이번 개성공단을 통하여 버려진 국민의 혈세가 헛된 것이 아니게 될 것을 기대할 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위 ‘한반도 신뢰조성 구상(構想)’은 이 같은 냉혹한 현실 인식에 입각하여 그 전제조건과 추구할 내용 및 전개방법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 같은 재검토 작업에는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그 같은 함량미달(含量未達)의 시작품(試作品) 작성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뒤로 빠지고 진정한 북한 전문가(專門家)들이 참여하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