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완벽한 출마선언문’으로 평가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이 오히려 안 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딱지(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포스코 사외이사 거수기 등의 논란과 관련, 현실과 상반된 발언이 대부분 그의 저서에서 비롯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의 가능성을 책이라는 고정된 인쇄물로 닫아버림으로써 더 이상 말을 바꿀 수 없게 됐다는 점은 향후 정치권의 ‘본격적인 검증’을 앞둔 안 원장에게 최악의 족쇄로 작용 할 수도 있다.
‘거수기’ 논란에 증여·상속세 탈세 의혹까지...안철수의 도덕성에 물음표 안 원장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사진의 역할을 규정했지만, 실제로 ‘사외이사 안철수’는 경영진이 제시한 대부분을 통과시키는 ‘대기업의 거수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동아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나온 포스코의 2005~2011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안 원장은 47차례의 이사회 중 43차례 참석했다. 그는 39건의 위원회 표결에서 2009년 10월 15일 ‘전략적 상호 지분 교환안’ 단 1건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을 거의 대부분 통과시켰던 것이다.
또한 부모의 도움으로 일찌감치 재개발 딱지를 구입하거나 강남 재개발지역 지분을 쪼개 매입하는 식으로 집을 장만했던 과거가 알려지면서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던 발언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안 원장이 1980년대 후반 철거민과 재개발 업체의 대규모 충돌이 있었던 사당동 아파트의 딱지를 대학원 시절 모친의 도움으로 구입, 결혼 후 입주한 사실도 “생활비도 부족했다”, “도시개발 때 세입자 등 약자 입장 더 고려해야”라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사당동 입주 후 1년 뒤 장만한 역삼동 아파트 재개발지역 대지의 3분의 1을 구입해 아파트 입주권을 얻은 전형적인 ‘지분 쪼개기’도 부동산 투기 수법과 동일하다. 증여·상속세 탈세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안 원장의 최대 무기인 ‘도덕성’에도 물음표가 붙게 됐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7월 19일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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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란 이후 문재인에게조차 따라잡힌 지지율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하듯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각축을 벌이던 안 원장의 지지율은 최초 '룸살롱 논란'이 터진 직후부터 11일 현재까지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계속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일일 여론조사(전국 1500명 성인남녀, 95% 신뢰수준에 ±2.5%, 유선전화(80%) 및 휴대전화(20%)) 결과 안 원장의 지지율은 ‘룸살롱 논란’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48.7%로 박 후보(45.3%)보다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룸살롱 논란이 터진 지난달 21일 이후부터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21일 조사에서 박 후보가 48.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안 원장(45.8%)을 근소한 차이로 역전시킨 것이다.
이후 안 원장과 관련된 각종 논란이 제기되면서 안 원장은 최근까지 이어진 일일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9월 첫째주 주간집계(3~7일)에서 안 원장은 45.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박 후보(46.6%)에게 뒤쳐졌다. 심지어는 꾸준한 격차를 유지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37.4%)에게조차 오차범위 내인 2.6%p 차이로 따라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의 반전을 위해 꺼내든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 이후에도 안 원장은 여전히 박 후보와의 ‘대선 양자대결’에서 뒤처지고 있었다. 10일 각 언론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가 1.7%~9.5%p까지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
안철수, 구체적인 실체를 보여주지 않으면 지지율 더욱 하락세를 보일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의 사소한 거짓말로 인해 ‘안철수=도덕성’이라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에 안 원장이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실체를 보여주지 못하면 지지율은 더욱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원장이 가진 다양한 장점 중 (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성이 강한 것도 있다”며 “도덕성에 흠집이 생기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국민들은 여전히 안철수 리더십의 구체적인 실체를 보지 못한 답답함이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아직 구체적으로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불만스러움이 지지율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한 번도 실체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9월 후반으로 치달으면 점점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노출 기간이 짧은 안 원장이 온갖 검증 공세를 받으면서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 중 가장 네거티브가 많은 ‘더러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안 원장은 한꺼번에 터질 것이다. 네거티브가 또 다른 네거티브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또 “우리 선거는 이미지 싸움이 강한데 ‘양극화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의 이미지를 누가 가질 수 있느냐에 따라 표심이 왔다갔다 한다”며 “안 원장이 현재 그런 이미지를 주고 있지만 검증공세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계속 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