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수입이 좀 더 많은 남편이 1년 내내 받은 월급을 모으면 1800만원이다. 여기에다 이들 부부는 해고 통보를 받으면 바로 그만두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이들은 "일하는 것에 비해 너무 적게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몇 년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얘기를 들으면서 지난달 끝난 현대자동차 노조 임금협상 결과가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이번 임금·단체협약 체결로 작년보다 평균 1000만원 이상 임금이 올랐다. 기본급이 9만3000원 오르면서 관련 수당도 같이 올라 연봉이 394만원 인상효과가 생겼고, 성과·격려금 규모도 작년 1657만원에서 올해 2068만원으로 411만원 올랐다. 여기에 연·월차수당 50% 인상 효과가 98만원이고, 근무외 수당 인상 효과도 131만원이다. 이들은 한 번의 임금협상으로 비정규직 친척 부부 한 명이 받는 연봉(1800만원)의 55% 이상을 챙긴 것이다. 이 같은 '역대 최고 수준의 합의'에 따라 올해 현대차 전체 노조원 연봉 평균은 9000만원을 웃돌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일자리 세습'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규 채용 시 같은 조건이라면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대한다는 데 노·사가 합의하는 성과도 얻었다. 이 정도 합의에도 조합원들은 불만이 많았는지 전체 조합원(4만4855명)을 상대로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54%에 불과했다.
물론 현대차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근로자라면 그 정도 대우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오히려 현대차 같은 '꿈의 직장'은 많을수록 좋다는 데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비정규직 친척 부부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처음부터 비정규직 일자리는 쳐다보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임·단협 과정에서 손도끼로 손가락을 자르는 노조위원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원들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사내 비정규직 임금인상도 챙겨주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차 노조 같은 정규직의 양보 또는 절제 없이는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것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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